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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들

11월의 마지막 주

1.

티비에서 노란 계란보다 하얀 계란이 더 좋다는 얘기를 들은 신랑 덕분에 요즘은 노란 계란 말고 하얀 계란을 먹고있다. 

뭐 사실 내가 초특급 예민한 식감을 느끼는 사람도 아니고 미세한 맛의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느낌은 일단 좋음.

어두운 풀 색깔의 케이스도, 공룡 알처럼 새하얀 계란도 괜히 느낌이 좋다. 귀여운 달걀! 귀여워!

계란 성애자인 나는 하루에 1개는 꼭 먹고 어떤 날은 점심에 먹은 걸 까먹고 저녁에 또 먹기도 한다.

이쯤되면 계란 성애자가 아니라 계란 파괴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닭띤데 이렇게 닭알을 먹어대도 괜찮은가 몰라~

   



2.

얼마전에 오빠 핸드폰을 보다가 내 번호 저장 된 이름이 정말 내 이름 세글자로 [유라연] 이라고 되어있는걸 봤다.

카톡이나 다른 데에는 [라연님]으로 되어있는데 이건 핸드폰 자체에 저장된 거기 때문에

최초에 아무 사이도 아닐 때에 번호 저장하고 건드리지를 않아서 그런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던 신랑ㅋㅋㅋㅋ

내일까지 참신한 걸로 바꿔놓으라고 확인하겠다고 했더니 다음날 요런 캡쳐 사진을 보내셨다.

참신한 호칭으로 바꾸랬더니 정말 말그대로 참신한 호칭으로 바꿔놓은 너란 남자.. 하...

   



3.

지지난주부터 계속 사골국, 순대국 같은 하얀 국물이 땡겼었다. 특히 구리 진순대가 그렇게 땡겼었다.

원주에서 순대국집을 딱 한 군데 가봤었는데 '할매 순대국'이었고, 정말 별로 별로 그렇게 별로일 수가 없었다.

거의 다 남겼었고, 원주 어디로 가야 제대로 진한 순대국을 먹을 수 있을까 한참 인터넷을 찾았었다.

단계동에 '가보자 토종 순대국' 이 집은 24시라서 새벽에 가기 좋을 것 같고, 맛도 그럭저럭 진하니 괜찮았다.

그보다 더 맛있었던 곳은 역시 단계동에 '남원주 순대국' 여기 최고!!!

나는 평소에 순대국을 먹어도 순대 자체는 별로 안 먹고 미리 순대 꺼내서 신랑 주고, 고기랑 내장 같은 건 먹었었는데

세상에나.. 그런 내가 먹어도 정말 맛있을 정도로 순대가 최고였다. 머리 고기도 정말 최고였다. 

순대를 직접 만드는 집이라고 한다. 고기에서도 냄새 하나도 안나고 정말 부드러운 고퀄리티였다.

한우 사골국물로 내는 거라 그런지 순대국밥 국물도 진득허니 마음에 들었다.

직접 만든 장 같은 게 나오던데 그게 진짜 맛있었다. 어떻게 만든건지 궁금했으나 다음에 다시 가서 또 먹어보며 파헤쳐볼까.

식당에서 먹다가 남은 순대랑 고기를 싸와서 야식으로 또 먹었다. 식당에서 나온 장이나 반찬이 없는 게 아쉽다.

아쉬운대로 겉절이 김치와 간장 소스 만들어서 찍어먹었다. 그래도 맛있더라. 여기는 재구매 예정!!

울 어머님, 순대국 좋아하셔서 다음에 원주 오시게 되면 그 때 여기 모시고 가서 사드려야겠다.



4.

지난 주말 구리에 다녀왔다. 라준이도 뱃속에서 신이 났는지 이 날따라 아침부터 폭풍 태동이 느껴졌다.

태아는 엄마 기분 따라 간다고 그래서 좋은것만 보고 듣고 먹고 느끼라는 말이 진짜구나 싶더라.

집순이가 오랜만에 구리 외출이 신나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 무지개 모임이다보니 진짜 기분이 좋았거든!

전 날 밤에 설레서 새벽 4시 넘어까지 잠도 못 잤다. 라준이도 내 기분 알고 신이 났는지 꿀렁 꿀렁~

오빠 퇴근하자마자 차 끌고 구리로 출발~ 차가 많이 막혀서 좀 늦었다.

친정집에 겨울 이불이 없어서 아빤 아직도 가을 이불 덮고 주무신다고, 임산부가 겨울 이불도 없이 자면 안 된다고...

그냥 모텔가서 자라는 울 아빠 덕분에 친정이 있는 지역에 갔는데 친정에서 잘 수가 없었다.ㅋㅋㅋㅋㅋㅋ

울 아빤 구리까지 온 내가 보고싶지도 않으신건지 너무 시니컬하다.

여튼 그런고로 우린 모텔에 차를 대고 아예 방을 잡고 모임 장소인 키노야로 이동!! 

맨날 같은 회사에서 만나던 무지개 멤버들인데 모두 이직하고 다들 바쁘다보니 한번 다같이 모이는 게 쉽지가 않다.

사무실에서, 술집에서, 노래방에서 지겹게 보던 사람들인데 뭐가 그리 반갑고 설레서 잠도 못 잔건지, 나만 그런가염?ㅋ

스리랑카에 있는 혜민언니와 김장이라고 우릴 버린 용용을 제외하고 모두 모였다. JP도 조금 후에 합류해서 더 신남!

무지개를 8월인가 9월에 보고나서 한참만에 만난거라 그런가 더 신나고 좋았다.

물론 원주 라준부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끼리는 자주? 가끔? 봤다고 하지만..ㅠㅠ 부러워라!

얼른 혜민언니도 오고, 나도 순산을 하고!!! 다음 정기 모임은 2월말에서 3월초, 혜민언니 오는 날로!

구리가 되든, 원주가 되든 그땐 전체 멤버가 다 모일 수 있기를 지금부터 세달간 기도해야하나 :-)

레드 용성, 주황 라연, 노랑 상준, 초록 혜민, 블루 정숙, 네비 수민, 보라 희영, 적외선 종희, 종필. 무지개 러뷰러뷰해요!!!



5.

키노야 메뉴판이 좀 바뀌었었다. 진짜 내가 구리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인 키노야.

내가 원주 가 있는 새에 키노야 2호점이 돌다리 육쌈냉면 2층에 생겼다고 들었다. 사장님 축하드려요!!!

오빠랑 나랑 연애 할 때 일주일에 절반은 키노야에 갔나 싶을정도로 정말 많은 데이트를 여기서 했다.

난 여기서 프로포즈 해달라고 얘기도 했었을만큼 많이 많이 아끼고 애정했던 나의 키노야.

무지개 멤버들과도 늘 필수로 들리던 코스인 키노야. 안주도 술도 분위기도 정말 내가 많이 많이 사랑했던 곳!!

사실 2호점을 냈다고 들었을 땐 내심 걱정했다. 내가 아끼는 키노야, 평일에도 자리가 없어서 예약해야 하는 곳인데..

2호점까지 내니 얼마나 더 인기가 좋아질까ㅠㅠ 마치 내 단골집 빼앗긴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나할까.

또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했다. 사장님은 1호점에 계실까 2호점으로 가실까?

사장님의 친절함이 좋은데... 난 2호점 보다는 1호점에 계속 가고 싶은데.. 뭐 이런 생각을 했다.

심지어는 이런 걱정도 했는데, 주방에 있던 직원들은 맛을 위해 2호점으로 갈까 계속 1호점에 계시는 걸까?

그러다가 1호점 맛이 예전같지 않아지면 어떡하지? 라는 별별 걱정을 다했었는데...

오랜만에 간 키노야에는 여전히 사장님이 계셨고, 여전히 맛있었다!! 캬!!

오빠랑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축하한다며 사케를 선물해주셨던 사장님ㅠㅠ

진짜 너무 감사했었는데 원주로 이사가고 몇달을 못가서 까먹으셨겠지 싶었는데

우리 자리로 오셔서 오랜만에 오셨다고 임신 하신 것 같은데 축하드린다고 해주셨다.

우리도 사장님께 2호점 내신 거 들었다고 축하드린다고 했고, 2호점에 계실 줄 알았는데 여기 계시네요 했더니

2호점에 한달 정도 가있었는데 1호점 단골 손님들이 서운해하셔서 여기 계신다고 하셨다.

역시 다들 나랑 같은 마음이었구나?ㅋㅋㅋㅋㅋ 이런~ 키노야의 노예들같으니라고 :-)

   

   



6.

지난 금요일엔 구리에 다녀왔고 토요일 아침 일찍 곤지암으로 출발했다. 시댁 김장하는 날!

36주 만삭인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어서 마음이 영 불편했다. 나도 앉아서 김치 속도 넣고 그랬어야 하는데ㅠㅠ

사실 그 전날부터 미리 가서 어머님 도와서 배추 절이고, 버무리고 등등 다 했어야 했는데 나는 완전 짐짝이었다.

인터넷 맘들 커뮤니티 보면 만삭인데도 김장하러 가서 고생했다는 얘기들이 가끔 보이는데, 울 시댁은.. 정말..♥

힘들면 오지 말라고, 올 수 있으면 와서 고기에 김치라도 먹고 가라고 해주셨었다.

나는 사실 가면서도 나도 앉아서 도울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정말 손도 못대게 하셨다.

어머님, 아주버님, 신랑, 동네 어머님께서 다 하시고 나는 옆에서 입으로 김장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으니 수다라도 담당해야겠다 싶어서 주책 떨며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다.

내년에는 꼭 미리 가서 어머님 도와서 같이 김치 하며 김장도 배우고 그러고싶다.

내년 김장 철에는 라준이가 11개월 쯤 되어있으려나? 그 때는 라준이도 같이 김장하러 가겠구나! 히힣.

어머님께서는 집에 가는 우리에게 이것저것 잔뜩 챙겨주셨다. 고구마, 감, 고춧가루, 김치, 겉절이, 수육까지!!

이 감은 심지어 어머님네 집 마당에서 직접 자란 감나무에서 딴 감이다. 이렇게 귀한 감을 한 바구니나 주셨다.

어머니, 너무 많아요! 조금만 가져갈게요! 해도 안 된다고 기어이 한 바구니를 다 주셨다. 고맙습니다!!!ㅠㅠ

아직은 조금 딱딱하기도 하고 떫기도 한데 곧 홍시가 될 거란다. 벌써 몇 놈은 말랑말랑해져서 먹었다. 존맛..최고!!!

나는 시댁에 처음 갔을 때 정말 놀랐었다. 친가도 외가도 전부 수도권, 서울에 살다보니 시골에 가본적이 없었으니까.

물론 시댁도 수도권이라고 볼 수 있는 경기권이지만 산중턱에 있는 듯. 여튼 집도 몇 채 없다.

어머님이 가꾸신 꽃들이 가득한 집 앞 마당, 집 뒷편에는 작은 밭이 있고, 집 옆에도 작은 밭이 있고, 감나무도 있는 집이라니!

정말 낭만적이었다. 시골에 살아본 적도 없고 시골에 사는 가족도 없지만 정겨운 느낌이 이런걸까 싶었다. 



7.

드디어 라준펜션에 문풍지를 붙였다. 오빠가 조만간 뽁뽁이도 창문에 붙일 예정이라고 하던데...

뽁뽁이 붙일거라는 얘기를 10월부터 듣고 있어서... 언제가 될 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붙여주시겠지?ㅋㅋㅋㅋㅋㅋ

요즘은 정말 너무너무 추워서 창문을 열기가 겁난다. 나는 집에서 긴팔에 긴 내복바지에 털양말까지 완전 무장하고 있는다.

그렇다보니 집안 습도는 낮아질 생각을 안하고~ 그런데도 집안 온도 1도 올리기는 정말 너무 어렵다.

라준이 태어나면 보일러 자주 켜야 할텐데 싶어서 지금은 최대한 참고, 보일러 틀지 말아야지 아껴야지 하는 마음이...

이리 휘청 저리 휘청 흔들릴만큼 추워서 이젠 아침에 일어나서 난방을 좀 켜서 집안 분위기 훈훈해지면,

그때부터 꽁꽁 닫아놓고 온도 지키기를 한다! 신랑, 얼른 뽁뽁이도 붙여주세요!! 헤헿 :-)



8.

냉동실 문을 열고 한참을 서있길래 뭐하시는 건가 하고 물었더니 과자를 정리한댄다.

학교에서 행사 후에 남은 과자를 냉동실 한켠에 착착 예쁘게도 정리해놓은 신랑ㅋㅋㅋㅋ 귀여워!! ㅋㅋㅋ

왼쪽부터 빈츠, 제주귤초코렛, 화이트하임, 쿠크다스... 비싼 과자 나라에서 신랑 덕분에 낮에 하나씩 꺼내먹는다. 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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