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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옵다

결혼준비 청첩장

이래서 어른들이 결혼은 한번쯤은 해볼만한데 두번은 아니다라고 하셨나보다.

결혼 준비는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오빠랑 나는 구글 드라이브에 내용을 공유했다. 예식장부터 예식프로그램 순서 등등 모든 것들을!

서로 내용을 찾아서 올리고, 의견을 올리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하나씩 맞춰나갔다.

처음에 예식장 후보 1순위는 양재 시민의숲에 있는 야외예식장이었다.

공원이라 푸르른 나무와 꽃들 바로 하늘 아래에서 하는 결혼이라, 정말 낭만적이었다.

여자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본 결혼이지 않을까? 야외 결혼!

예식장은 대관료가 0원이고, 드레스와 턱시도는 온라인 대여를 하려고 했고,

꽃장식은 에코웨딩 사회적기업 어디다 맡길거고 등등 여러가지 고민이 이어졌다. 

하지만, 6월에서 7월 사이에 결혼하려고 했던 나에게 야외결혼은 조금 무리수였다.

장마철에 걸릴 확률이 있고,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거나, 날이 너무 더워서 야외 식사가, 식중독이.. 등등ㅋㅋㅋㅋㅋ

그렇게 내 로망은 꺼져버렸다. 흐ㅜ루루룩흑. 만약에 재혼을 하게 된다면 꼭 야외 결혼을 하고 말겠다.


식장을 잡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 우리가 생각한 필수 조건들이 있었기에 더 어려웠다.

1) 식사가 맛있어야 한다. 

2) 공장 결혼으로 급하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담은 결혼이어야 한다.

3) 교통이 편리해야 한다. 주차도 물론.


이런 필수조건 외에도 넣고 싶은 조건들이 있었다.

4) 주례가 없었으면 한다.

5) 하객맞이를 함께 하고 싶다.

6) 스튜디오 촬영이 필수 패키지가 아니어야 한다. 별로 스튜디오 촬영은 그닥 하고싶지 않다.


공장 결혼이 하고싶지 않은 마음이 가장 컸기에, 일반 예식장을 피하기로 했다.

일반 예식장은 대관료도 많이 안받고, 식사비로만 해서 많이 진행해준다고 한다. 저렴하다..

다만, 여러팀이 함께 하니까 손님들이 겹칠 수 있어 조금 혼란스러울 수 있고, 

예식 시간은 30분 이내로 짧게 끊기고, 오글거리는 식을 올릴 수는 없었다.

여기서 내 결혼, 옆방에서 다른 사람 결혼, 저기서 폐백, 아랫층에선 밥 먹고, 시끌시끌 정신없이 하고 싶지 않다.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결혼이었음 했다. 밥먹으러 오는, 잠깐 얼굴 비추는 그런 결혼 말구!

그래서 찾아봤다. 성북구청 예식, 도로교통공단 예식, 성남시청 예식 등등 요즘은 많은 공공기관에서 예식을 하더라.

대관료 같은 건 당연히 저렴했다. 좀 색달라서 재밌기도 했고. 여기저기 후보들 중에, 도로교통공단에 가봤다.

때마침 한 커플이 예식을 준비중이었고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그런데 이게 뭔일?!

예식 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었다. 바로 탈락! 광속 탈락!!! 

우리의 필수 조건에서 바로 탈락이었다. 이어서 가본 예식장. 남들은 이걸 예식장 투어? 웨딩홀 투어?라고 하던데

뭐 여튼 나는 많이 보는 것도 아니고, 조건에 맞는 곳이 어차피 몇개 없어서 ㅋㅋㅋ 광속 투어! 


이어서 가본 예식장은 하우스 예식장인 보네르 하우스. 

요즘은 하우스웨딩홀이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인 듯 확실히 많아졌다.

대표적인 지젤, 보네르하우스 등등 엄청 많지만 주로 강남쪽에 위치해있는듯.

아무래도 강남쪽에 으리으리한 전원주택(?)들이 많다보니 그걸 개조해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야외예식의 형태인 곳도 있고, 실내지만 채광이 좋아서 야외느낌 나게끔 진행하는 곳도 있는 듯.

보네르 하우스는 입구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너무 너무 예쁜 전원주택이다.

1층에서 예식을 하고, 식사는 2층과 1층 모두에서 가능하다. 시간도 여유있게 진행할 수 있고..

시간 여유, 식사 겹치지 않는 것 등등 우리의 필수 조건에 딱 맞았다.

단 하나 저렴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그래도 여름 비수기라서 할인 받은 가격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내가 언제 또 결혼을 해보겠나 싶고, 이왕 하는거면 제대로 하고 싶었다.

아무리 싸더라도 공장 결혼 하고싶은 생각은 없기에! 큰 맘먹고 진행하기로!

구리 촌년이 어쩌다 강남까지 가서 결혼을 하게 됐나 다들 의아해하는 중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리하야 저리하야 청첩장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저희 결혼합니다." 같은 오글거리는 말 보다는 정말 담고 싶은 말을 담아내고 싶었다.

연애 초반에 함께 좋아했던 시를 담았다. 루미 시인의 예쁜 시를 담았다.

영어로 써있는게 훨씬 와닿기는 한데, 그건 좀 시안성이 떨어지니까 한글 번역본으로 했다.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캘리그라피 글을 쓰는, 많이 사랑하는 우리 언니, 혜민언니에게 부탁했다.

언니는 지금 스리랑카에 있는데 거기서도 써서 사진으로 보내줬다.



그리고 일러스트는 토끼오빠한테 부탁했다. 오빠가 일주일만에 뚝딱 작업해줘서 완전 고마웠다.

바로 파일들고 디자인 인쇄소에 갔다. 예전 직장 다닐 때에 거래했던 업체있던 실장님이 참 친절하셔서 좋았었다.

지역도 구리니까 딱 좋다 싶어서 찾아갔다.

일러 파일을 가져갔는데 편집본에 맞게 다시 재수정이 필요해서 사장님이랑 둘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편집을 한참 했다.

그래서 나온 청첩장!!! 인쇄 맡기고 하루만에 나왔다. 진짜 내 결혼식 완전 광속이다. 초스피드..

근데 이게 머야ㅠㅠㅠ 오타 발견!!!!!!!!!!!! 네비게이션이 네이게이션으로 나왔다. 뭐 큰 문제 없으니까 패스!

또 큰 문제는..... 청첩장 글자가 너무 작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예상치 못했던 큰 벽이 생겼다ㅠㅠ

아빠는 다시 하라고 하시고, 나는 고민을 했지만 그냥 고고싱 하기로 했다. 어른분들께 죄송스럽다ㅠㅠㅠㅠㅠ



그래도 너무 예뻐ㅠㅠㅠㅠㅠㅠㅠ 혜민언니에게 정말 이 기쁨을 전합니다.

하필이면 언니가 외국 가있을 때 결혼을 하게 되서 마음이 참..... 하아.....



작긴 작다. 글씨가... 작긴 작아... ^^;;;



뒷면까지 예쁘게 따라란~~!!!!

근데 문제는, 이거 200장을 하나하나 접고, 봉투에 넣고, 스티커 붙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는 스티커 서비스도 안와서 내가 직접 패브릭 스티커로... 흑흑



200장이라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를 계속 되뇌이며 접었다. 손가락이 빨개지도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가 다 할테니까 난 하지말라고 했는데, 힘든 일도 아닌데 뭐 내가 할거야! 이랬는데.. 힘들더라^^;



결혼.. 이래서 두번은 못하는 거구나 싶었다.


청첩장 인쇄 맡기러 갔을때 문득!!!

식권도 뽑아야 하는데, 아차! 싶어서 그 자리에서 핸드폰 그림판(?) 같은 어플로 뚝딱 만들어냈다. ㅋㅋㅋㅋㅋ

신랑용이랑 신부용이 각각 다르게 해야한다고 해서, 색깔 다르게 만든 ㅋㅋㅋㅋ

청첩장은 200장 아니면 500장 단위라 하고, 우린 150명에서 200명 이내 예상했기에 200장 낙찰!! 바로 했는데 ㅋㅋㅋ

식권은 500장 단위라서... 신랑 500장, 나 500장ㅋㅋㅋㅋㅋㅋ총 1000장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객이 200명 이내인데... 식권이 1000장 ^^;;;



생각보다 너~~~~~~무 예쁘게 나와서 완전 대만족했다.

넘버링 하나하나 볼펜으로 해야하는 건 안비밀...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모바일 청첩장은 오글거리는 바른손M카드인가 뭔가 그런걸로 안하고 그냥 이미지로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직접 제작!

이것도 그냥 그림판으로 뚝딱했다. 물론 초안 디자인은 인터넷에서 찾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완성 된 청첩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씨 써준 혜민언니도, 일러 편집해준 토끼 오빠도, 접고 넣고 붙일 수 있었던 내 손가락에게도.. 고맙습니다!!!!










글자가 너무 작은거 빼고는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우리 둘만의 청첩장이 완성되었다.

한 장 정도는 남겨두고싶다. 보관해두고 싶다. 나중에 라준이도 보여주고 싶고.

세월이 많이 지나서 우리가 서로에게 소홀해지면 그때 다시 보고싶다.



쓰레기만이 남아버린 내 방은........ 하.............ㅋ

그래도, 내 셀프 청첩장!!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