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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준일기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11월 11일 [+339일]

아직 시형이는 열이 오르락 내리락한다. 그래서 내내 매달려있으려고 하고, 하루종일 칭얼칭얼 한다.

39도가 넘는 고열이면 어른도 힘든데 하물며 이 작은 어린 아기가 얼마나 힘이들까 싶다.

자식이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다던데 진짜 차라리 내가 아프고 싶었다.

   


아프다보니 꼼짝없이 집에 있다보니 지루하기도 하는 듯했다.

그래서 밤에 신랑이 시형이 데리고 밤산책, 마실 다녀오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설거지 및 집안일 ㅠㅠ

시형이가 아프니까 집안일 완전 스톱이라 설거지가 무슨 잔칫집 설거지만큼 쌓여있었다.

   

   


우리 시형이가 아픈게 좀 나아지려는지 자면서 저렇게 미소를 띄운 얼굴로 자고있었다고 신랑이 보내준 사진.

좋은 꿈을 꾸고있는건지... 이제 아픈게 좀 다 떨어지려는지.. 예쁜 꿈 꾸고 있는 거였음 좋겠다.

열나지 않고 건강하게 엄마랑 아빠랑 같이 뛰어노는 꿈이면 더 좋겠다.

아가들도 꿈을 꿀까? 머릿속에서 이미지가 돌아다니는 그런 꿈을 꾸는건지 궁금하다.

말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정말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에 있지는 않을지.

아이의 마음을, 말을 잘 헤아려주지 못하는 초보 엄마라 아쉽기만하다. 내가 네 맘을 다 알면 좋으련만.

아파서 요즘 계속 아침에 깰때 괴로워하며 소리지르며 깼는데 그래도 오늘은 방긋 일어났다.

최상의 컨디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 며칠에 비하면 굿굿이다.


시형이의 고열로 나 역시도 정신없는 며칠이었지만 그래도 할일은 해야하니ㅠㅠ

애기 재우고 틈틈히, 그리고 새벽에 새벽작업으로 돌잔치 초대장을 얼추 완성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사진으로 보낼 엄마표 초대장 :-)

가로버전과 세로버전을 둘다 만들어봤다. 내 눈에는 가로버전이 더 예쁘다. 한눈에 보여서..

그치만 실제로 보내기로는 세로버전으로 보냈다. 카톡으로 보기엔 그게 더 편하니까.



11월 12일 [+340일]

시형이가 직접 찍은 셀카다. 시형이 개인기 자랑을 좀 해볼까. 할줄 아는 게 좀 많은 편이다.

1) 잼잼잼잼 : 아주 가끔 양손으로 해주기도 하는데 평소에는 주로 오른손으로 해준다.

2) 도리도리 : 머리가 아니고 양팔을 좌우로 흔든다. 그거 아니야....ㅋㅋㅋㅋ

3) 여보세요 : 핸드폰 뺏어가서는 귀에 대고 에에? 에?! 하며 떠든다.

4) 사랑해요 : 기분이 좋으실때만 해주시는데 짧은 두팔을 머리위로 올려서 가져다 붙인다.

5) 셀카찍기 : 특히 연속촬영으로 똑같은 장면 수십장을 앨범에 남겨놓는다. 엄마 16기가야.. 이러지마..

6) 페이스톡걸기 : 아무한테나 막 걸면 안되는데 안절부절....

7) 인디안 : 입으로 아아아아 소리내면서 손바닥으로 입을 다다다다 친다.

8) 인디안2 : 본인 입으로 인디언 할 때 옆에서 아아 소리내면 옆사람 입에도 인디언 해준다.

9) 박수 : 이건 꽤 오래전부터 잘 하던 개인기. 기분 좋거나 맛있거나 아니면 박수소리 날 때 거의 무조건반사..

10) 리듬타기 : 음악이나 리듬소리가 머리를 위아래로 계속 흔들며 헤드벵잉을 한다.

11) 빠이빠이 : 손을 (격하게) 흔들며 인사한다.

12) 손가락질 : 먹고 싶은거, 가고 싶은 곳을 가리킨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17년 2월이라서... 위의 12번까지에서 개인기가 더 늘어났다.

요즘은 "시형아 엄마 뽀뽀~" 라고 하면 와서 뽀뽀도 해주는데 그냥 침을 잔뜩 묻힌다.

머리 숙여서 꾸벅 인사도 해준다. 다만... 이 세가지가 똑같다. 안녕하세요 = 고맙습니다 = 잘먹었습니다 ㅋㅋㅋ

곤지곤지도 할 수 있고, 만세도 할 수 있고... 할줄 아는게 점점 늘어간다. 

그리고 또 고집과 땡강이 늘었고, 고집과 땡깡이 또 늘었다 ^^


퇴계원에 좀 크고 예쁜 카페가 하나 있는데 자주 가보진 못했다.

플라이비였나 플로이비였나 이름도 헷갈리는데...

여기에 너무 귀여운 아기 쇼파가 하나 있다. 이거 진짜 너무 예뻐서 갈때마다 루팡하고싶다.


시형이가 정말 뻥안치고 한 주를 내내 아프고있다. 시댁 김장이었는데 김장도 못갔다.

아가 아프니 맘도 엉망, 같이 힘드니 내 몸도 엉망... 집안일 신경 못쓰니 집안도 엉망이다.

그런데 나라까지 엉망진창이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뒤집혀 꼬라지가 아주 볼만하다.

아기가 아직 어려서, 아픈게 아직 가시지 않아서 라는 핑계를 대느냐고 민중총궐기에 나가지 못했다.

행동하는 시민이고 싶은데 이렇게 중대한 순간에 함께 행동하지 못한게 참 속상하다.

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였는데, 우리 부부도 뉴스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

100만명이 모인, 역사적인 이 날에 함께하지 못함에 정말 가슴 절절하게 아쉬웠다.

현장 상황 라이브로 확인하며 있는데 온몸에 소름이, 전율이.. 어쩔 줄을 모르고 울컥울컥 하곤했다.

마음편히 애 좀 키우기 참 어렵다. 내 새끼한테 또 아가들에게 부끄러워서 어디 살겠나...

우리 새끼들 살기에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되어야 할텐데... 우선... 박근혜는 하야하라.

   

   


나 알바 가있는동안 울 신랑이 시형이 기분 풀어주느냐고 빈 컵을 줬는데 무척 좋아했더랜다.

아! 그러고서 며칠 뒤에 나도 컵을 줬었는데 이놈이 집어던져서 하나 깨부셨다 ^^;;; 후...

   

   

   


아프고나더니 야윈 것만 같다. 평소 한끼에 150g씩 거뜬히 잘 먹던 애가

아파서 입맛 없는지 50g도 안 먹는다. 진짜 맘찢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한다.

포동포동 볼살 애기돼지로 돌아와줘라ㅠㅠ

아이가 한번 아프고나면 쑥~ 커져있다던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만크고 여기서 멈춰주면 좋겠다.

더 크지마라ㅠㅠ 그냥 평생 엄마 애기 해주면 안될까?



11월 13일 [+341일]

시형이가 아프면 나한테도 무척 칭얼거리며 안겨있으려고만 하는데 아빠라고 다를까...

내가 주말에 알바를 가면서도 시형이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좀 아픈 날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형이가 엄마 없이 긴 시간 힘드려나 싶고, 그런 시형이와 함께하는 신랑은 또 얼마나 긴 시간이 될까 싶다.

그래도 울 신랑도 이젠 1년차 꽉 채워가는 아빠라서 완전 프로다 프로!

나보다 더 잘 놀아준다. 병원에 가야하면 옷 단디 잘 챙겨입고 병원도 데리고 간다.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여기저기 시형이가 흥미로워할 만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놀아준다.

사실 엄마야말로 체력이 딸리고 힘이 부족해서 아빠에 비하면 덜 놀아주는 편이니까.

시형이에게 아빠와의 시간이 꽤 재밌는 시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물론 나중에는 기억도 못하겠지만!)

울신랑 헤어스타일 넘나 까치집이라 모자로 가려드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양은냄비가 왜 방안에 돌아다니는지.... 얘는 왜 냄비를 갖고 노는 게 좋은건지...

머리에 냄비 뒤집어쓰고서는 둥둥 치고 아아아 소리도 내보고 아주 바쁘시다.

능글맞은 표정도 너무 귀엽고, 저 오래된 양은냄비 머리에 쓰고 있는게 얼마나 웃긴지 ㅋㅋㅋㅋ

시형아 그거 엄마의 라면냄비 란다 ^^

   

   

   

   

   

   



11월 14일 [+342일]

아픈 시형이 때문에 밤이고 낮이고 쉴새없이 매달리느냐고 잘 때만큼은 거의 시체처럼 죽은 듯 잔다.

물론 그 마저도 시형이 리듬에 맞춰 깨곤 하지만...

아참 진짜 신기하다. 잠귀가 어둡고 한번 잠들면 시체처럼 자는 나인데도

시형이가 옆에서 조금만 움찔거려도 바로 깨서 꿈수를 하는 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가들은 구석을 좋아한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요즘 저기를 너~무 좋아해서 자꾸 저기 들어가서 쭈그리고 있는다. 거기 더러운데...

   


설거지 해놓은 후라이팬 다 끄집어내서 가지고 놀다가 발라당~

요노무시키... 어떤 요리를 해먹을까나? 우리 애기돼지 시형이 구워먹을까 삶아먹을까~~!!!


이 사진 무지개에 보냈었더니 무지개 중에 누군가가

"시형이랑 소주랑 한 앵글에 담지맠ㅋㅋㅋ" 라고 했던게 생각난다.

뭔가 진짜 일부러 그런 것 같자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나는 정말루 집에서 칠렐레팔렐레 있어서 머리 산발에 잔머리 잔뜩 올라와서

잔디머리가 지저분한 추노라서 내 얼굴은 스티커로 ㅠㅠ


시형이가 "사랑해요" 개인기 하는데 그게 너무 예뻐서 쓰담쓰담 하는데 순간 포착ㅋㅋㅋㅋ

마치 내가 우리 시형이 머리끄댕이 한 거 같네 ㅋㅋㅋㅋㅋㅋ 우리애기야~ 엄마도 시형이 대빵많이 사랑해요~~!

   


손이 미끄러져서 그만.... 실수로 교촌치킨을 시켜버렸다 ^^;;;;

이왕 전화 건 김에 겸사겸사 감자튀김도 같이 주문했지 후후후...

아휴 나도 참~ 손이 왜 미끄러졌나몰라~~ (음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교촌치킨 시키고 기다리는 설레는 시간!! 여보 추우면 옷을 더 입어요.... 왜 반팔로 그래.... 곧 12월이야...

   

   

   


돌잔치 준비도 열심히 하고있다. 돌상도 직접 셀프 돌상으로 꾸미기로 했다.

대여돌상이나 출장돌상 모두 성에 안차서 하나하나 직접 준비해서 해보려고 알아보고 견적 내보느냐고 바빴다.

사진은 1차시안과 최종시안 ㅋㅋㅋㅋㅋㅋㅋ 변경에 변경을 거듭했다. 

셀프로 준비는 하더라도 당일날 내가 직접 셋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했다.

우리는 돌잔치 당일날 1시간 일찍부터 스냅 촬영이 예정되어 있어서

돌잔치 전에 돌상은 우리 무지개 언니들이 해주기로 했다. 진짜 항상 도움만 많이 받고있는 고마운 사람들 (하트하트)



11월 15일 [+343일]

이거 뭐 거의 도망자 수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벽으로 자꾸 자꾸 밀어내며 자는 우리 시형이ㅠㅠ 엄마도 편히 좀 자자ㅠㅠ 힝


일주일, 한주, 7일을 내내 아프던 시형이가 그나마 컨디션이 좀 회복했다.

39.9도까지 고열을 찍더니 그래도 이제는 제법 열이 38도 이상 안 오른다. 

이정도 미열은 봐줄만하다. 39도 넘었을 때는 정말 얼마나 무서워서 손발이 벌벌 떨리고 눈물이 막 나던지..

시형아, 돌치레 했다고 생각하고 이제 크게 아플 일 없을거라 믿고 우리 건강하게 예쁘게 크자!!!

   

   

   


얘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내가 시형아 "엄마~" 하면 "아빠~" 한다.

동영상 찍을 때는 정확한 발음으로 안 찍혔는데 평소에는 엄청 정확하게 "아.빠" 한다 ㅋㅋㅋ

엄마는 왜 안해주는건지 정말 너무 궁금하고 살짝 서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프고나니 더 예뻐 보이는 우리 시형이. 야위어 보이는 것은 고슴도치 엄마의 눈에만 그래 보이는 거겠지..

할아버지 패션으로 온 집안을 누비며 돌아다니는 우리 시형이. 귀엽다 진짜 보고있어도 계속 귀여워ㅠㅠ

   

   


그리고 아직은 완전히 컨디션 회복을 한게 아니라서 이렇게 이유없이 찡찡대고 울고불고 하기도 한다.

그런 아이가 귀엽기만 한데, 가끔은 나도 너무 힘들어서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엄마는 강하다는 그런 소리 누가 만들었는지 진짜 만나면 패주고싶다.

엄마라서 강한거 아니야. 아빠도 할 수 있는거고, 누구나 할 수 있는거고...

엄마는 다 이해하는 게 아니고 어쩔 수 없으니까 견디고 참고 넘어가는 그런 거니까.

나도 엄마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엄마는 강한거 아니고, 그냥 다 똑같다고. 엄마도 다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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