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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준일기

강원도 화천 이모댁

6월 13일 [+188일] ~ 6월 14일 [+189일]

아빠랑 가현이랑 나랑 시형이랑 넷이서 강원도 화천에 있는 이모댁에 다녀왔다.

그냥 별일없이 요맘때쯤 이모가 괜~히 보고싶고 그랬다.

주말에 오빠랑 갈 수도 있었지만 오빠 놔두고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

원래는 나 혼자서 짐챙겨서 시형이랑 둘이 전철타고 버스타고 가보고싶었는데

고민 끝에 무리수인 걸 깨닫고 아빠를 꼬셔서 평일에 아빠랑 가현이랑 가자고 했다. 깔깔깔.

솔직한 맘으로, 오빠가 오빠네 이모네 가자고 하면 나 역시 불편할 것 같고

시형이 없는 온전한 하루 자유의 시간을 주고싶기도 했다. (언젠간 내게도 주겠지?)


아빠가 우리집에 와서 나랑 시형이 태우고 갔는데,

아빠가 집에 와서 미리 빼놓은 카시트를 아빠 차에 설치하는 동안 나는 시형이 아점 이유식을 먹였다.

집에서 한번 먹이고 가면, 이모네 집에서 저녁 이유식만 먹이면 편할 것 같아서!

시형이는 아점이유식을 먹고, 이모네 도착해서 잘 놀다가 갑자기 진짜 엄청난 분수토를 한번 했다.

이유식을 먹자마자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잤다..) 바로 자서 아마도 속이 울렁거렸나 싶다.

열도 없었고, 그 이후에 무척 잘 놀았기 때문에 따로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차 타기 직전에는 이유식 먹이지 말아야겠다. 을매나 걱정했는지...

   

   

   

   

   

   

      

   

   

   

   

   

   


화천은 생각보다 먼데 가는 내내 시형이가 예쁘게도 잘 자주었다.

(이게 아기 멀미라고 한다. 아기들은 자는 게 멀미하는 거라고ㅠㅠㅠ 힝)

덕분에 나도 편하게 아빠랑 가현이랑 셋이 수다떨며 도착!

이모네 도착해서 이모가 차려준 정말 맛있는 불고기?랑 점심 먹고 (먹는 도중에 시형이가 분수토 함)

시형이 토한 거 치우고... 토 묻은 내 옷도 빨고... ^^;;;;;;;;;;;;;;;;;; 

나는 준비 된(?) 엄마라서 어딜 가든 시형이 옷을 늘 여벌로 챙겨서 다니는데

그 덕분에 시형이는 예쁜 옷으로 갈아입었고, 내 옷은 안 가져가서 나는 이모가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빡빡머리 아기스님 시형이, 예쁜 가현이(가현이 20살 되더니 미모가 살아난다), 애기때부터 늘 예뻤던 준서랑 셀카!

이렇게 애기들이랑 같이 사진찍으니 나도 아줌마가 아니라 그냥 애기애기 된 기분이었다.

시형이랑 단 둘이서 있을 때는 "엄마" 라는 무게감 때문인지 엄마 노릇하느냐고 바쁘고

오빠랑 같이 있으면 (티나진 않더라도) 내심 아내 노릇하느냐고 바쁜데

아빠랑 가현이랑 있으면 온전히 "나"인 것 같다. 예전의 나? 그냥 아빠 딸이고 가현이 언니인 나 같아서 좋다.

그런데 이모까지 있으니 이 날 알게모르게 응석도 부리고 그랬던 듯?

   

   

      

   


아빠는 새벽까지 일하시고 아침에는 우리랑 화천까지 운전해서 오시느냐고 무척 피곤하셨다.

아빠가 잠깐 들어가서 낮잠 주무신다더니 너~무 길게 주무시길래 시형이를 넣어드렸다 ^^

인간 모닝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시형 진짜 귀엽다.

예전에는 시형이가 우리 아빠만 봐도 울고, 아빠가 안으면 아주그냥 대성통곡을 했었다.

그래서 아빠가 티는 많이 안 내셔도 무~~~~~~~척 서운해하셨었는데 요즘 시형이는 울 아빠랑 진짜 잘 논다.

아빠 있는데로 성큼성큼 기어가서는 텁텁 만지기도하고 뽀뽀도 하려고 하고..........ㅋㅋㅋㅋㅋ

내가 시형이 놔두고 잠깐 나가도 아빠랑 엄청 잘 놀고 있는다. 너무 기특해!!!

   


외할아버지와 손자.... (구) 대머리와 (신) 대머리의 만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도... 나나 가현이가 깨웠으면 더 잘거라고 하시거나 그랬을텐데 시형이가 가서 장난치니까 웃으며 깨신다.

사실 저랬는데도 안 일어나시길래 내가 아빠 폰으로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도 한 세번 걸었다.

우리 아빤 벨소리에 잘 일어나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빠 미안ㅋㅋㅋㅋㅋㅋ

   

   


저녁은 밖에서 외식하자고 하시길래 저녁 먹으러 나가기 전에 시형이 이유식 먹이고 가야겠다 싶었다.

시형이는 미음 단계를 넘어서 초기 죽을 먹던 시기인데, (그래봤자 무척 묽은 죽이지만!)

정말 사람처럼(?) 입을 쩍쩍 벌리며 매번 잘 먹어주니까 먹이는 재미도 있고, 기특하고 대견하다.

새로운 맛을 넣어주면 표정이 바로 아래 사진처럼 오오! 이렇게 변한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시형이도 맘마먹었고 이모부도 퇴근하고 오셨으니 외식하러 고고!!!

사실 "화천"하면 산천어다. 산천어 너무 먹고싶었다. 살면서 딱 한번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 때도 아빠랑 가현이랑 같이 (결혼 전) 이모네 가서 먹었던 건데 산천어축제 철이 딱 끝나고 간거라서

횟집에서 무척 비싸게 산천어를 샀었다. 회 떠주면 돈을 더 달라길래

그냥 생으로 가져와서 이모네 집에서 아빠가 직접 회쳐주셨었음.

여튼 그 때 먹었던 산천어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산천어 사달라고 했는데

산천어 철이 아니라며 (왜 나는 항상...!!!!!!!!!) 그냥 다른거 먹자고ㅠㅠㅠ 흑ㅠㅠㅠ 송어?(숭어였나?) 먹었다.

다음번에는 기필코 산천어 축제 하는 겨울에 가서 산천어 미친듯 많이 먹고 올테다.

회도 맛있지만 구워먹어도 진짜 맛있다던데.......... 기다려라 산천어 너...... 내가...... 다 먹어주지.......

명가 라는 식당이었는데 회도 너무 맛있었고, 나온 반찬들 모두 진짜 너무너무 좋았다.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주말에 왔으면 할머니도 모시고 왔음 좋았을 걸ㅠㅠ

왜 주말 놔두고 평일에 가느냐고 내심 서운한 티 내셨던 할머니께 좀 죄송스러웠다.


이모네 집에는 같이 살고있는 외국인이 있었다. 한달동안이랬나?

필리핀에서 온 영어선생님인데 같이 먹고 자고, 한 집에 살면서 영어로 대화하는 그런거랬다.

아이들에게 무척 좋은 시간일듯하다. 일상 속에서 영어를 쓰는 게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하겠다.

그리고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 보다도! 집에 새로운 사람, 그것도 외국인이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근데 내 생각엔 이모가 제일 영어 공부 많이 되실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부는 출근하시고, 애들은 학교 가는데 이모는 하루종일 외국인이랑 같이 지내시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필리핀에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다며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는데 마음이 참 짠했다.

내가 엄마가 되니까 다른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도 바뀌는구나 싶다.

아이들 두고 타국에 나와서 지내는 기분이 오로지 즐겁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회도 진짜 맛있었는데 매운탕은 미쳤다. 진짜 너무 맛있어서 매운탕에 들어있는 수제비 막 집어 먹었다.

시형이 부스터를 챙겨가길 정말 너무너무 잘했다. 라연이에게 칭찬 칭찬!!!

부스터에 앉혀놓고 장난감 주고, 떡뻥 주니까 잘 먹고 잘 놀아줘서 나도 편하게 먹었다.

시형이가 지겨워할 때 쯤에는 나의 지원투수들인 아빠, 이모 등등 사람도 많으니 나는 진짜 너무 좋았다.

   

   

   

   


너무 맛있게(감사하게) 잘 먹고서 자려고 숙소에 왔다.

사실 나 혼자 시형이랑 가려고 했을 때는 이모네서 잘 생각이었는데 지금 이모네 집에는 외국인 선생님도 와 계시고

우리 아빠에 나에 가현이에 시형이까지 보태기는 좀 무리라고 생각됐다.

아무래도 가현이는 침대에서 자야하기도 하고, 그렇다보니 이모부가 군부대 회관 숙소를 잡아주셨다.

덕분에 아빠도 윗옷 벗고 편하게 계셨고, 가현이도 침대에서 있을 수 있었고

나도 시형이가 울거나 칭얼거리는 게 덜 민폐라는 생각에 조금 더 마음이 편했다.

누워있는 가현이 이모한테 치대는 우리 시형이. 얼른 커서 "이모이모" 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가현이는 평생을 꽤 냉혈한이었다. 예쁜 걸 예쁘다고 슬픈 걸 슬프다고 감정 표현을 잘 안하는 애였다.

감동적이거나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내가 막 울면 벌레보듯 쳐다보며 "쯧쯧" 거리며 절레절레 하던 애.

한 편으로는 가현이가 시형이를 보고도 안 예뻐하려나 하는 걱정도 내심 하긴 했었는데 완전~ 너무 예뻐한다.

그런 가현이가 예쁘고, 예쁨받는 시형이도 예쁘다. 내 새끼 같은 내 동생, 그리고 진짜 내 새끼. 내가 사랑하는 둘.

   

   

   


나 잠깐 오빠랑 통화하러 회관 밖에 나갔었는데 나 없는 동안 아빠랑 가현이랑 시형이랑 셋이서 저러고 놀았댄다.

시형이는 요즘 은근슬쩍? 애매하게? 기어다니는데 (엄마가 없는데도) 기분이 얼마나 좋으셨는지 

방안을 뒹굴뒹굴~ 어기적어기적~ 거리며 놀아서 아빠랑 가현이랑은 예뻐서 아주그냥^^

나는 딸랑이랑 딸랑이인형들을 들고다니면서 하나씩 꺼내주고 지겨워하면 또 새로운걸 주고는 하는데

나 잠깐 나간 사이에 아빠가 다 쏟아부어주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시형 좋아죽음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내가 화천 가면서 걱정했던 건 딱 하나였다. 바로 자는 문제였는데....

시형이가 워낙 늦게자는 편이다보니 이모네 식구들 불편하게 할까 걱정이었고,

잠들기 전에 잠투정도 심한 편이라 울고불고 소리지르는데 아파트에서 그러면 큰일인데 싶었고,

뭐 다행히 회관 숙소에서 따로 자게 되어서 많은 걱정을 덜긴 했지만 그래도 좀 신경쓰이긴 했다.

근데 정말 별일이 다 일어났다!!! 시형이가 10시에!!!!!!!! 잠들었다. 대박사건!!!!!!

아마 차를 타고 온 게 좀 피곤했나 싶다ㅠㅠ 어쨌든 엄마는 고마웠다 ㅠㅠㅠㅠㅠㅠㅠ

   


시형이가 어째 말도 안되게 일찍 잠든다했는데 새벽 5시에 눈 떠서 놀기 시작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조금 놀다가 7시쯤 다시 자서 9시에 다시 일어났다. 음... 무척 이상적인 기상이네 ^^;;;;;; 죽겠다 ^^;;;;;

강원도의 산골 화천의 아침은 예쁘다. 뻐꾸기가 운다. 정말 뻐꾸기가... 뻐꾹뻐꾹...

산냄새도 너무 좋고, 군부대 냄ㅅ... 아... 정말 기분좋게 잘 자고 일어났다!


집에 오는 길에 아점을 어디가서 뭘 먹을까를 아빠랑 가현이랑 나랑 무척 신중하게 고민했는데

가평에 있는 정숙언니네 가게(춘천 수목원 닭갈비)에 가서 닭갈비를 먹기로 했다. 닭갈비 냠냠쩝쩝쩝 맛있게 먹었다.

언니네 어머니께 언니 결혼 축하인사도 미리 드렸다. 나중에 상준도 데리고 닭갈비 먹으러 가야겠다. 

   

   


신랑이 페북에 올리신 행복에 겨운 게시글.

여보 은혜는 꼭 보답하신다고 했던 거 까먹으시면 앙대요ㅎㅎㅎ하하하핳ㅎ하하하하하


가현이는 이번 여행(?)이 참 좋았다고 한다. 겨울에도 산천어 먹으러 다시 가기로 ^^

언니 결혼하고서 예전같이 우리끼리 보내는 시간이 없었는데

이렇게 오니까 예전에 가족여행다니고 아빠랑 같이 놀러다니던 때 같아서 좋았댄다.

거기다 귀여운 시형이까지 함께해서 더 좋았댄다.

나 역시도 "엄마"노릇 보다는 우리 아빠 "딸"로서의 역할을 더 크게? 지낸 1박 2일이 참 즐거웠고 기분 좋았다.

시형아! 엄마도 아빠있다!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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