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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옵다

소규모웨딩 / 하우스웨딩 / 결혼식 준비 / 보네르하우스

1.

지난 2015년 6월 27일 토요일, 우리가 결혼을 했다. 지금은 11월 말... 5달이 지나서야 쓰려고 한다.

미루고 미루다가 라준이 태어나기 전에 안 올리면 영원히 못 올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이제야 서둘러 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라준이 만나는 날! 라준아, 너에겐 엄마지만 나는 이렇게 예쁜 순간도 있었단다.


2.

2013년 초여름에 내가 혼자 좋아하다가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데 뭘 좋아하나 싶어서 관두고 소개팅이나 하다가

9월쯤부터 어쩌다가 이상하게 썸을 타다가 두달 뒤 11월 초 사무실 내에서의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끈기 없는 두 사람은 비밀연애를 오래 못 참고 2014년 1월 1일, 공개 연애로 변경. 누가 보면 연예인인줄...


3.

2014년 3월, 내가 아빠 집을 나와 20분 거리에 독립 아닌 독립을 하게 되어 2014년은 거의 내내 붙어 살듯 지내다가

2015년 1월, 내가 구리에서 서울로 이직을 했다. 그 해 3월, 오빠는 구리에서 원주로 이직을 하게 되어

장거리 아닌 장거리 연애 시작... 그렇게 붙어지내다가 멀리 살게 되니 연애 초반도 아닌데 우린 불같이 연애했다.

평일 밤에 퇴근하고 원주에 가서 자고 다음날 첫차 타고 서울로 출근하거나,

오빠가 평일 밤에 구리로 와서 자고 첫차 타고 원주로 출근하기도 하고..

주말에도 하루는 오빠는 본가에 가서 부모님 뵈야 하니 하루정도 나를 만나게 되면 그게 그렇게 속상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사실 그래서 주말임에도 본가에 자주 못가고 이틀 다 나랑 있느냐고 바빴지.

그나마 그 이틀도 너무 아쉬워서 일요일 오후가 되어 오빠가 갈 시간이 되면 눈물이 막 나기도 했다.

안가면 안되느냐고 졸라서 다음날 월요일 아침 첫차로 출근 보내기도 하고.. 

더 멀리서 장거리 연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겨우 원주에서 서울이면서 뭘 그러냐 할 수도 있지만 우리한텐 너무 가혹했다.

그렇게 겨우 한달 조금 넘는 시간을 불같이 장거리 연애 하던 중에 우리 라준이가 뚜둥... 찾아왔다.

4월 중순에 임신 사실을 알고, 6월 말에 결혼했다. 두달간의 빡센 결혼 준비, 그리고 행복했던 결혼식. 그 후기.


4.

우선 이 얘기부터 하고싶다. 나는 선택과 결정을 했다고.

내가 결혼한다고 친구들에게 알렸을 때 대부분은 축하한다고 하거나 놀라거나 그런 반응이었는데,

몇몇 친구들은 축하한다거나 놀라기 전에 가장 먼저 날라온 답장 내용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었는데

그 내용은 "임신했어?" 였다. 일단 여러가지 기분이 들었는데, 나이가 아직 어린데 결혼한다고 하니 임신이 떠오른거였을까?

아니면 그 친구가 볼 때 나는 흔히 말해 사고치는(?) 그런 이미지 였던 걸까?

일단 난 사고쳤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혼전임신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결혼 전을 의미한다. 

속도 위반이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누가 그 속도를 정해놨으며 순서는 누가 정해 놓은걸까.

몸과 마음이 멀쩡한 성인들이 사랑을 나누고 그 결과를 감당한다면 그건 사고가 아니지 않을까?

그러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은, 결혼 전이든 후든 감당해내고 책임져내는 게 중요한거지 그 순서가 중요한건 아니라는 생각?

여튼 나는 정말 아주 솔직한 말로, 아이가 생겼다고해서 결혼으로 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선택과 결정을 한 거지. 낳아서 잘 키우기로, 감당해내기로 결정한거지.


5.

우리는 구글 독스로 소통하는데, 그걸로 결혼 준비도 함께 해나갔던 기억을 되새기며...

이번 포스팅은 결혼 준비 과정, 그 다음 포스팅은 결혼식 자체에 대한 포스팅으로 하고자 한다.

결혼식을 준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들이 있었다. 그 기준들을 최대한 맞추면서 결혼식을 만들고 싶었다.

[1번] 정말 축하받고 싶은 손님들만 소규모로 초대하자.

괜히 오랜만에 연락해서 결혼한다는 얘기를 하는 건 좀 염치없다고 생각했다.

[2번] 빠르게 끝내려고하는 일반 예식장에서의 공장 결혼식은 하지 말자.

예장에 가면 30분은 커녕 20분만에 예식이 끝나곤 한다. 신랑 입장, 신부 입장, 주례, 축가, 퇴장이라는 뻔한 레파토리.

그렇다보니 요즘은 하객들도 결혼식 자체를 기대하고 축하하는 자리의 의미가 크지 않아졌다.

예식 시작할 때 와서 얼굴 보고 바로 밥 먹으러 가거나 아니면 예식 끝날 때쯤 와서 사진 찍고 밥 먹으러 가는 경우가 많다.

정말 하객들과 축하하고, 감사해할 수 있는 의미있는 순서를 가진 너무 짧아 대충하지 않는 그런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이왕이면 예식장 피로연장인 식사 장소에 다른 결혼식 팀의 하객들과 겹치지 않았으면 싶었다.

내 손님인지 남의 손님인지도 모르게 여기저기 섞여있고 시끄럽고 정신없는 식사 장소는 별로였다.

우리 손님들만 계시고, 그 분들 한분 한분께 인사드릴 수 있기를 바랐다.

[3번] 너무 많은 돈을 쓰지 말자.

우린 둘 다 정말 한 푼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남들은 결혼자금을 몇천씩 모은다던데 우린 한 푼도 없었다.

우린 그저 삶에 대한 사고방식이 달랐이다. 연애 초반에 깊은 대화를 하다가 둘다 놀랐던 게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

우린 그동안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나같은 경우는 솔직히 결혼이라는 걸 통해 더 큰 삶의 책임을 갖고 싶지 않았다.

아빠랑 가현이까지만 책임지고, 그들이 떠난다면 나도 이 세상을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난 언제까지 살게될 지 모르지만 그저 잘 놀다가자는 생각으로 딱히 돈 모으지 않았다.

지금와 생각하면 조금 아쉽긴 하다. 결혼이라는 목적으로 돈을 모으진 않았더라도 돈을 좀 모아뒀으면 좋았을 걸 싶긴하다.

아빠나 가현이를 위해서든 뭐 나를 위해서든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아두었다면 좋았을 것 같긴하다. 

연애 초반에 오빠랑 이런 대화를 나눴는데 오빠도 그러했다. 정말 그 때 많이 놀랐었다. 

하여튼, 우린 한 푼도 없었다...ㅋㅋㅋㅋㅋ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에서 혼례비라는 융자를 받아서 진행했다.

[4번] 최대한 우리 손으로 직접 해내자.

[5번] 손님들에게 퀄리티 높은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자.

먼 곳에서 귀한 시간을 내서 축하해주러 오는 소중한 손님들에게 싸구려 식사를 내놓고싶지 않았다.

우리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갔는데 식사가 시원찮으면 괜히 아쉽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든데 축의금까지 내주는 것도 괜히 미안스럽고 맘쓰이고 그러는데 시원찮은 식사를 대접할 순 없다.

조금 비싸더라도 더 맛있는, 더 퀄리티 높은 식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6.

예식장 선정에서 부터 마지막까지 최대한 저 기준들에 맞춰서 준비했다.

뻔한 결혼을 하지 말자는 의견으로 첫번째 알아본 곳은 양재 시민의숲 결혼식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야외결혼이 하고싶었다. 어릴 때 부터 꿈꿨던 건 구리에 있는 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거 였다.

공원 한켠에 버진로드를 만들고 야외에 테이블을 놓고 식사 하며 축제 같은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양재 시민의 숲은 결혼식을 하는 장소로 공간이 넓직하게 되어있는데 공간 사용료가 전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 해에 결혼은 그 해에만 신청이 가능한데, 엄청 인기가 좋아서 1월 1일부터 그 해에 거의 모든 주말이 꽉 찬다고 한다.

평일은 널널하다고하는데 누가 평일에 결혼식을 하나요ㅠㅠ 그나마 주말은 6월하고 7월에 딱 두 날짜 비어있었다.

이것도 누가 미리 신청했다가 비올까봐 취소한거라고... 단점으로는 마이크 앰프 등 모든 장비를 따로 업체를 구해야 했다.

주차공간이 유료라 우리 뿐 아니라 손님들 주차비용의 문제가 좀 있었다.

공간은 마련되어있지만 텅텅 비어있기에 꽃장식 등등 내가 직접 하든 업체를 구하든 해야하고,

출장부페(케이터링) 업체를 불러서 세팅해야했다. 출장부페가 맛있을지도 문제였고,

더 큰 문제는 여름에 야외에서 식사를 하다가 손님들이 혹시라도 식중독이라던지 음식 상태가 안 좋다던지 하면 큰일이니..

이런저런 이유를 다 제치고, 가장 문제는 여름 결혼식인데, 장마철 시작될 시점이라, 비가 오면 망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 보게 된 곳은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라는 곳인데 에코 웨딩을 추구하는 그런 곳이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 사옥에서 직접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하고, 드레스나 결혼 준비를 할 수 있다.

나 역시도 이 곳을 이용하고싶었다. ( 대지를 위한 바느질 → http://www.sewingforthesoil.com/ )

마켓오 도곡점은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식사도 맛은 어느정도 보장이 되어있으니 만족이었다.

다만 식비가 너무 세다는 거!!! 아무리 고퀄의 식사를 준비하고자 하긴 했다만 5만원이 넘는 식비는 조금 어려웠다ㅜㅜ...

예식장 자체가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동시예식임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만, 꽃장식은 추가로 비용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었고, 이래저래 우리 기준엔 식대가 너무 높아서 포기했다.

그 다음에 알아본 곳은 국립중앙도서관이었는데, 뻔하지 않고 특별하게 할 수는 있으나 성에 안찼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성북구청 결혼식이 있었다. 여러가지 조건들이 제법 마음에 들었었던 것 같은데...

몇달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왜 후보에서 탈락한건지 기억이 잘 안난다...

도로교통공단 컨벤션에서도 결혼식이 가능하다. 오빠랑 같이 가봤는데 일반 예식장이랑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여기서 할 바에는 그냥 일반 예식장에서 하면 되지 싶을 정도로.. 뭐 딱히 감흥이 안왔다.

그러다 미친 생각은 하우스 웨딩이었다. 사실 하우스웨딩이라는 게 정말 내 집앞에서 하는 결혼인데..

우리 나라에서 자기 집 앞마당에서 결혼식 올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작은 결혼식, 공장 결혼이 아닌 예식을 하우스 웨딩으로 많이 부르고는 한다.

요즘은 셀프 웨딩이 대세라, 웨딩 촬영도 예전처럼 식상하게 스튜디오에서 많이들 하지 않고 스냅사진 형태로 많이 한다.

커플끼리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떠나거나 예쁜 장소에 가서 직접 셀프 웨딩 촬영도 하고는 한다.

소규모 웨딩이니 작은 웨딩이니 셀프 웨딩이니, 몇몇 연예인들도 그런 예식을 진행하며 꽤나 이슈가 되었었다.

그렇다보니 하우스 웨딩의 형태로 진행하는 예식장도 많이 생겼다. 예전보다 많아진거지만 아직도 많은 편은 아니다.

서울 강남쪽에 몇개 있고, 수원 쪽에도 있다. 전원주택을 개조해서 예식장으로 리모델링 한 거다.

마당도 있고, 2층짜리 전원주택이니 1층에서는 예식하고 2층에서는 식사하거나 마당에서 야외 결혼도 가능한 곳도 있다.

공간 예쁘고, 다른 팀과 겹치지 않고, 일반 예식장에서의 1시간 이내 시간이 아닌 3시간 정도 가능하니 여유롭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무척 비싸다. 아주 쉬운 예로 요즘 일반 예식장들은 홀대관료를 따로 안 받고 식대만 받는 곳도 많은데,

이런 하우스예식장은 홀대관료가 따로 있다. 역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돈을 덜 들이는 게 더 중요하다면, 홀대관료 따로 없지만 동시간대에 다른 팀도 예식을 진행하는 조금 정신없고

후딱 끝내버리는 공장 결혼이 될지도 모르는 일반 예식장을 선택하면 되고, 의미있는 결혼식이 더 중요하다면,

홀대관료가 따로 들고 조금 더 비싸지만 단독예식에 시간 여유도 충분한 하우스웨딩을 선택할 수 있을 거다.


7.

위 처럼 예식장을 알아보다가 하우스웨딩으로 마음의 결정을 하고 하우스웨딩 예식장을 알아봤다.

신랑과 나는 처음부터 하객 수를 많지 않게 잡았었다. 둘이 합쳐 150명 정도 예상했으니 적은 편이긴 했다.

뭐 요즘은 50명이나 100명 미만으로 하기도 한다고는 하는데, 우리 손님 뿐 아니라 부모님 손님도 계시다보니..

하여튼 이래저래 다 합쳐도 200명 미만, 거의 150명을 맞추겠다 싶었다. 

둘다 크리스찬으로 성당에서 하는 결혼도 생각했었는데 경건함 보다는 조금 더 재밌고 유쾌한 결혼식을 하고 싶어서

밝은 분위기를 찾다보니 너무 높거나 크고, 어두운 컬러의 벽을 가진 예식장은 전부 탈락!

위에서도 썼듯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하우스웨딩 예식장은 일반 예식장에 비해 굉.장.히 비싼 편이다.

베스트웨스턴호텔, 더그레이스켈리(지젤하우스), 보네르하우스, 앤유하우스 등등 유명한 곳들이 많다.

그 중에 우리가 처음 계획한 결혼식 기준에 들어맞되 비교적 저렴한 예식장으로 인터넷을 뒤지고 뒤졌다.

밝고, 화사한 컬러의 예식장으로 몇군데를 후보지로 올려놓고 일단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자라는 생각으로

플래너 없이 진짜 오로지 우리 힘으로 해보자고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가장 첫 상담을 보네르하우스로 갔다.

상담 받으러 간 날은 다른 사람의 예식이 있는 시간대였고, 어떤 분위기인지 어떻게 진행하는지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일단... 무엇보다 보네르하우스 입구에서 바로 신랑에게 얘기했다. "오빠, 바로 여기야..."


8.

보네르 하우스를 얼마에 계약했는지는 이 곳이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블로그라는 특성상 쓰기는 좀 어렵지만

하여튼 비수기 중에서도 여름 예식이다보니 홀대관료와 식대를 할인 받은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만약 성수기 요금에 할인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정말 꿈도 못 꿀 예식장이었겠지만... 헤헿..

야외예식이 하고싶었던 내게 더없이 좋았던, 야외느낌이 난다는 거. 입구에서의 첫 느낌은 화사하다, 사랑스럽다?

입구 마당쪽에 축의금 받는 테이블을 놔두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딱딱한 결혼식이 아니라 축제 부스 입구같은 느낌?

2층짜리 전원주택인데 그걸 통째로 우리 팀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우리 하객들이 다른 결혼식에 온 하객들과 합쳐져서 정신없이 식사하지 않아도 되었고, 우리 기준에 딱!

또, 하객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자는 우리의 기준 중에 무척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기준에 딱 들어맞았다는 거다.

결혼식 이후에 하객들 인사드리며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밥 맛있더라!" 였다.

그 말 듣는데 진짜 너무 뿌듯했다. 더운 여름날 먼 길 와주는 소중한 손님들에게 싸구려 밥 먹이기 싫었다.

어디 다른 사람들 결혼식 가면 3만원짜리 싸구려 부페가 나오는데 진짜 가짓수만 많고 먹을 것도 없는 게 사실.

여긴 가짓수가 많지는 않고 즉석 음식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진짜 맛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았다는 게 훌륭했다.

처음 보네르 상담 받을 때에, 미리 부페 시식 한번 해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는 워낙 급하게 결혼식 준비 하던 시기라서 시식하러 한번 더 방문하기가 어렵기도했고

딱 봐도 깔끔해보이고 퀄리티가 높아보여서 믿고 가기로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훌륭했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한 느낌? 다만 결혼 준비하면서 느끼기엔 좀 센 금액이라는 건 함정.

결혼식장 알아보면서 거이 다 3만원, 기껏해야 3만5천원 정도의 부페 가격을 상담받았었는데

여긴 확실히 식비가 비쌌다. 아무래도 소규모 웨딩이다보니 예식장 입장에선 부페로 비용을 많이 남길 수 밖에 없겠지.

그래도 후회 없다. 싸구려 먹이고 쓴 소리 듣느니 우리 돈 조금 더 쓰고 손님들도 기쁘고 우리도 기분 좋았으니 됐지 뭐!

보네르하우스 마당을 지나서 건물 입구로 들어가면 1층 왼쪽에는 신부대기실이 있다.

신부 대기실을 쓰지 않고 신랑과 함께 입구에서 인사하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포기하고 그냥 대기실행...ㅋㅋㅋㅋㅋ

1층에서 예식이 진행되고, 예식이 진행 되는 동안에는 2층에서 식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예식이 끝나면 1층에서도 식사를 바로 할 수 있는 형태.


9.

보네르하우스의 단점으로는 예식장치고 작은 편이라는 건데 일반 예식장 생각하면 진짜 작긴 작다.

일반 예식장은 천장이 높다거나 뭐 약간 웅장한 느낌이 난다던가 그러기도 하는데

보네르는 전원주택 느낌이라 천장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고 본식이 진행되는 예식장 내부는 특히 좀 작은 느낌이 나더라.

다만 유리창이 사방으로 잘 뚫려있어서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야외 느낌이 많이 나고 햇살이 들어오는 게 너무 좋았다.

예식장이 작은 편이긴 한게, 우리 하객이 총 200명 정도 왔는데 그 이상 온다고 생각하면 공간이 협소할 것 같더라.

보네르에서 상담받을 때 말하기로는 300명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는 조금 식사하기 힘들 것 같다.

사실 우리도 200명이었음에도 가족들이 나중에 말해주기로는 공간이 좀 좁더라는 얘기를 듣긴 들었다.

예식 30분 전부터 2층에서 식사가 가능하다보니 부모님 친구분들은 미리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렇지만 아무래도 하우스웨딩 특성상, 그리고 동시예식의 특성상 예식 도중에 식사하시는 분들이 많진 않다.

예식이 끝나야 그제서야 다들 맘 편하게 식사들을 하셨다. 그렇다보니 식사시간에 너무 몰려버리는 느낌?

그래서 하우스웨딩이지만 인원이 좀 많으면 보네르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300명 이상은 소규모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

뭐 워낙에 결혼식에 하객 초대를 각각 200명, 300명씩해서 총 500명 이상 초대하는 경우도 엄청 많다고 듣긴 했는데.. 어휴..


10.

전체적으로는 하객들이 다들 어떻게 이런 예식장을 구했느냐고 할 정도로 마음에 들어하셨다.

다만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셔야 하는 경우에는 조금 불편할 것 같다.

신논현역에서 걸어서 10분~15분 정도가 걸렸던 것 같은데 평지가 아니라 언덕길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버스를 대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개인적으로 오는 손님들께는 조금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강남 한복판인데 지하철역 근처인게 어디냐 싶기도 하다. 

주차장은 보네르 그 건물 자체가 아니라 뒤에 한블록 정도였나 그 뒷 건물에 주차를 하고 보네르로 걸어와야 한다.

다행히 우리 결혼 날은 날씨가 무척 좋았는데 만약 비가 오거나, 너무 덥거나 춥거나 하면 좀 별로일 듯..

하객들 입장에서는 그 건물내에 주차하고 바로 예식장으로 가고싶지 주차하고 또 걷고싶지는 않을테니까.

사실 근데 뭐 5분도 안 걸어가는 거리라 그거에 대해 신경질 낼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이나 연세 있으신 분들께는 좀 힘들법도 하다 싶다.

보네르하우스가 언덕 골목 내에 있다보니 차들이 한번에 몰려버리면 좀 정신없어지기도 한다.

주차 문제는 사전에 청첩장에 안내가 반드시 필요했다. 안 그러면 당일날 좀 헤매거나 복잡할 것 같았다.


11.

예식장은 보네르하우스고 결정했고, 그 다음 결정해야하는 것 들이 여전히 많았다. 흔히 말하는 스드메.

처음에는 각각 따로 준비하고자했다. 인터넷 찾아보니 드레스나 턱시도를 대여할 수도 있고 구매할 수도 있었다.

본식 촬영은 따로 업체를 찾아서 맡기고, 헤어와 메이크업도 개인적으로 미용실을 찾아가서 할까 싶었다.

처음 계획은 그러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했고, 본식 촬영 업체도 알아보고 했다.

그런데 하나씩 문제가 나타났다. 우선 본식 촬영을 따로 맡겼을 때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따로 알아봤을 때 생각보다 비쌌다. 그러니 패키지로 플래너를 끼지 않았을 뿐 꽤 금액을 지불하게 생겼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준비하는데 의미가 있을 뿐, 비용적으로는 저렴하지도 않고 오히려 불안했다.

당일날 정신 없을 텐데 내가 드레스를 대여해서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등등...

보네르 하우스에 문의했고 결국 보네르 하우스와 연결 된 플래너를 소개받기로 했다.

플래너님을 만나서 상담을 받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금액 선을 미리 말씀드렸다. 

그러고서 그 안에서 본식 드레스, 턱시도, 헬퍼, 메이크업, 헤어, 본식 촬영, 부케까지 후보들 중에서 고를 수 있었고

플래너님은 보네르하우스의 공간 특성도 잘 알고 계시니 드레스도 본식촬영도 고르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우린 딱히 스튜디오 촬영이 하고싶지 않았어서 드레스를 한벌만 고르면 되는 거라 더 편했던 듯.

흔히 스드메라고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를 말하는데 우리는 스튜디오 촬영이 빠져서 드,메,촬 패키지가 되었다.

아무래도 블로그 특성상 외부 사람들이 볼 수 있기에 정확한 금액을 적기는 어렵지만 적은 금액으로도 아주 훌륭했다.


12.

특히 드레스샵은 보통 드레스투어 라고해서 샵을 돌아다니며 여기서 몇벌 저기서 몇벌 입어보고 그러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냥 한 곳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기도 했고, 여러곳 돌아다니면 결정 장애만 올 것 같았다.

드레스샵에서 몇 벌의 드레스를 입어봤다. 머메이드라인, A라인, 벨라인 종류별로 입어봤다.

우선 쫙 퍼지는 공주님 드레스같은 벨라인은 잘 어울리지 않았다. 펑퍼짐해 보였음..

의외로 머메이드 라인이 잘 어울렸고, 플래너님과 신랑이 한 마음으로 다같이 고민하며 골랐다.

신랑 턱시도도 (바퀴벌레 같았지만) 귀여운 걸로 잘 결정했고,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고있는 당일에 샵으로 와주셨다.

심지어는 샵에서부터 보네르하우스 식장까지 플래너님 차로 이동까지 해주셨다. 택시 타려고 했었는데.. 헤헿..

부케는 플래너님이 알아서 해주셨는데 보네르 하우스의 그 주 꽃장식 분위기와 맞춰서 해주셨다.

메이크업,헤어 샵에 새벽같이 가서 준비를 하고 있으면 헬퍼 이모님이 샵으로 오시는데

그 날 그 샵에 온 헬퍼님들 중에 우리 헬퍼님이 최고셨다. 가장 선한 인상에 가장 잘 해주셨고,

그날 예식 내내 엄마처럼 언니처럼 옆에서 하나하나 다 도와주셨다.

물론 그게 헬퍼님의 역할이라지만 사람마다 인상이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다 다른데

단언컨대 우리 헬퍼님이 최고였다. 그날 헬퍼님 아니었으면 엄청 불안했을 것 같고, 그 분을 그날 엄청 의지했던 것 같다.

SW 김선주 실장님 고맙습니다. 헬퍼님 성함은 모르다보니ㅠㅠ 힝... 


13.

사회자는 우리가 함께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말을 잘 하고 유쾌한 사람인 종희샘에게 부탁했고

청첩장은 예전부터 생각했던 대로 혜민언니에게 부탁했다.

신랑과 내가 좋아하는 시를 넣어서 혜민언니의 캘리그라피로 만들고싶었다.

뻔한 내용을 담고싶진 않았다. "국수 드시러 오세요.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뭐 이런? 

슬프게도 혜민언니가 스리랑카에 있는 관계로 내가 시를 적으면 언니가 스캔을 떠서 보내줬다.

그리고 그 사진을 영석오빠에게 부탁해서 컴퓨터로 이미지 편집을 했다.

청첩장 이미지, 내용 전부 다 내가 기획하고 구성하고, 혜민언니가 써주고, 영석오빠가 만들어줬다.

그렇게해서 펼침 4면으로 봉투까지해서 이런 특별한 청첩장이 완성됐다.

청첩장 표지는 우리가 좋아했던 시로, 그리고 맨 뒷장은 [THE WEDDING DAY 0627] 이라고 적었다.

청첩장 안의 오른쪽에는 지도와 오시는 길에 대한 안내를 적었고 청첩장 안의 왼쪽에는 시간과 장소를 적었다.

그리고 우리가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들을 같이 고민해서 적었다. 더 많은 말을 하고싶지만 줄이기 힘들었다.

* 축하 화환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 * 꼭 정장을 입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 신랑과 신부는 11시부터 하객들을 맞이하도록 하겠습니다.

*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짧지만 의미있는 예식 순서를 직접 준비했습니다.

* 주차공간이 있으나 다소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름을 감상하시며 대중교통 이용 부탁드립니다.

14.

그리하여 완성 된 청첩장은 직접 하나하나 접어서 봉투에 넣고, 스티커까지 직접 잘라서 붙이는 노동을...

몇날 며칠을 밤을 새며 했고, 제법 재밌었지만 굉장히 번거롭고 힘든 일이었다.



15.

나는 이 결혼식 준비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무척 신중하게 공을 들였다.

외적인 준비는 모두 끝나고 남은 건 식순이나 식 내용의 준비 등이었다.

타임테이블을 직접 만들었고, 식전곡부터 식의 모든 음악들을 직접 찾아 준비했고, 

그 외에도 식권을 직접 핸드폰 이미지로 만들었고, 모바일 청첩장도 직접 만들고,

식에 사용 될 혼인서약서, 성혼선언문 등등 모든 준비를 직접 했다.

보통은 스튜디오에서 웨딩촬영한 사진을 액자로 해서 예식장 입구에 이젤에 세워두거나 걸어두고는 한다.

우리는 스튜디오 촬영은 하지 않았으니 그동안 연애 시절 찍은 사진을 세워두고자 했다.

하나하나 사진 골라서 인화하고 붙이고 만들고... 이거 진짜 개 고생이었다. 그래도 대만족!

   


16.

식권은 그냥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서 청첩장 인쇄 맡길 때 같이 맡겼고

일반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하길래 별 고민없이 명함 사이즈와 두께로 인쇄했다.

신랑꺼는 파란색, 내꺼는 분홍색으로 구분했고 그냥 뚝딱 만든 거 치고는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넘버링 하는 곳을 안 만들어서 직접 볼펜으로 하나하나 숫자 넘버링을 했다. 아휴!



17.

요건 모바일 청첩장 용도로 만든건데, 요즘은 모바일 청첩장이라고 하면 바른손카드를 많이 쓴다.

신랑에게 전화하기, 신부에게 전화하기, 사진 보기 등등 여러가지 기능이 있던데

우린 그냥 정보에 충실한 이미지 파일로 하기로 했다. 요것도 정말 그냥 뚝딱 만들었다. 재밌었음.



18.

자기 결혼식 타임테이블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직업병일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난 타임테이블 만드는 게 재밌었고, 내 눈에 상황이 쏙 들어와야 걱정도 덜고 속이 시원했다.

요렇게 해서 사회자에게도 전달했고, 양가 부모님들도 보여드렸고, 보네르 하우스에도 전달했다.

왠만한 순서는 다 빼버렸다. 하객들에게 길고 지루한 결혼식을 보일 이유가 없으니까.

유쾌하고 속도감있는, 짧고 굵은 결혼식이 되기를 바랐으니까. 허례허식이 담긴 것들이나 지루한 순서는 모두 뺐다.

내가 엄마가 안계시다보니 화촉점화 순서를 하는 게 좀 꺼려졌다. 화촉점화는 보통 양가 어머님께서 초를 켜시는 일이니까.

그리고 입장을 신랑과 함께 할까 어쩔까 하다가, 아빠와 걷고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래서 개회사에 이서 신랑 입장, 신부 입장, 신랑 신부 맞절, 혼인서약서 낭독으로 순서를 준비했다.

요즘은 주례 없는 예식도 많고, 우리 역시 주례 보다는 양가 부모님께 말씀 듣는 게 더 좋으리라 생각되서

신부 아버지의 성혼 선언문 낭독, 신랑 아버지의 덕담시간이 있었고, 양가 부모님과 내빈께 감사 인사를 하고

주례가 없는 대신 소중한 주변 사람들의 축사와 축가를 끝으로 퇴장으로 마무리지었다.



19.

예식 음악을 고르는데도 진짜 엄청난 고민을 했다. 식전 음악부터 모든 음악을 정해야하니까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30분에서 40분 정도의 시간동안의 BGM이라니... 대충 할 수도 있는데 역시 직업병인가 대충은 절대 안 됨..

성격상 남들 다 쓰는 뻔한 음악을 쓸 수는 없고, 그렇다고 재미없게 할 수는 없으니... 

신랑이랑 머리 맞대고 한참 고민한 끝에 음악들을 골랐고 음원파일 구매를 해서 준비했다.

오빠는 죠스ost인 두둥두둥두두두두둥으로 입장 하고 싶다거나 좀 뚱딴지같은 소리를 해서 당황케했다.



20.

신랑과 내가 서로에게 읽어 줬던 혼인서약서. 신랑은 신랑대로, 내껀 내꺼대로 개개인의 색깔이 참 잘 드러나있는 듯하다.

우리가 혼인서약서를 읽을 때 하객들이 키득키득 웃었던 게 기억난다. 재미 없는 건 절대 용서 못하는 우리!

우리 결혼식은 우리 둘이서 다 말아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맘대로, 우리 멋대로..

난 사실 "이 결혼 반댈세!!" 뭐 이런 재밌는 상황 연출도 하고 싶었고 완전 더 웃기고 어이없고 유쾌하게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어른들 보니 거기까진 못했다... 너무 진지함이 없는걸까 우리 둘?



21.

성혼선언문은 우리 아부지가 읽어주셨고, 덕담은 시아버님께서 준비해주셨다.

나중에 하객들로부터 이 순서를 마련한 것도 좋았고, 말씀 하나하나가 참 좋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 아부지야 워낙 사람들 앞에서 덕담 하고 그런 거 잘 하시는 분은 아니다보니 큰 기대는 안했지만 괜히 울컥했다.

시아버님은 정말 말씀을 깊이있고 유쾌하게 잘 해주셔서 하객들이 꺄르르 웃기도 했었다. 아버님 재치와 센스 최고!!^^*



22.

하우스웨딩 특성상 우리 마음대로 식순 정하고 음악도 정하고 완전 자유로웠다.

시간에 좇기거나 급하지 않게 여유롭게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하객들도 그렇게 느껴준 것 같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식사도 맛있었고, 좋았다는 얘기만 엄청 들어서 나도 더없이 기뻤던 하루였다.

열심히 내 손으로 직접 준비한 결혼식이 참 뿌듯했고, 다들 좋아해주시니 자랑스러웠고, 만족스러웠다.

예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축제 즐기듯이 혹은 연극 보듯이 우리도 하객들도 다같이 웃고 울었다.

슬프지 않은 결혼식을 하고싶어서 최대한 유쾌하게 장난스럽게 준비했는데도 많이들 울어버렸다.

나 역시도 결국 울고 말았다. 하객석에서 몇몇은 나보다 더 울었다는 소문을 들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는 결혼식 당일에 대한 포스팅만 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준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요것부터 쓰게 되었네.

여기까지의 포스팅은 결혼식 준비 과정에 대한 포스팅이었고, 이어서 결혼식 당일에 대한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