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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준일기

임신 10주

지난번 산모검사(초기) 했던 거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다.

갑상선 수치가 살짝 이상해서 다시 한 재검에서는 정상이라고 했다. 다행!

뭐 다른 검사들도 모두 정상이라고 하니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졌다.

라준 초음파를 봤다. 이번에 처음으로 배로 초음파를 봤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나서 배로 봐도 라준을 잘 볼 수 있는가 보다.

그 전엔 너무 작아서 배 초음파로는 확실하고 선명하게 볼 수가 없다고 했었다.

배에 초음파를 대자마자 보이는 라준이 모습. 뜨악. 2주 사이에 정말 엄청나게 커져있었다.


2015.05.23


2주 전에 처음 (하리보) 미니 곰젤리 같은 모습을 보고서 무척 귀여웠는데..

라준이는 여전히 애기곰 같았다. 2주 전보다 조금 커진 애기곰? 팔 다리도 조금 더 나온 듯ㅋㅋㅋㅋ

하지만 아직 애기 곰처럼 팔다리가 빼꼼 나와있을 뿐이다. 귀여운 녀석. 아, 지금은 약간 아기 펭귄같기도 하고..

역시나 심장 소리를 들려주셨는데, 역시나 건강하게 잘 뛰었다.


2015.05.23


태아는 하루에 1mm씩 자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조금씩 조금씩 커가는 게 정말 신기하다.

처음엔 난황만 보이고, 허옇게 보이기만 하던 녀석이 어느새 애기곰 모양을 하고 있고,

심장도 쿵쾅쿵쾅 거리는 게 진짜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운지 모르겠다.

심지어 오늘은 콩닥콩닥 뛰는 심장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진짜 신비롭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초음파를 보면서 "유산기 없다는 얘기구요, 심장 잘 뛰구요~" 뭐 이런식으로 말씀해주시는데

좀 안심되는 말투랄까. 뭔가 전문가 스러움. 약간 시장느낌 동네 아저씨 같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ㅋ


2015.05.23


라준이는 어느새 3.41cm로 커졌다. 2주 전에 갔을 때는 1.86cm였는데, 갑자기 2배 정도가 커졌다.

진짜 신기해. 내가 2주 동안 입덧하고, 피곤하고, 토하고, 설사하고, 먹고 싶은 음식들도 조절해가며... ^^..

응?.... 그래..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너는 이렇게 많이 컸구나!

라준이가 이렇게 크느냐고 내가 엄청 힘들었나보다. 혼자서 조금씩 커가느냐고 얼마나 힘들까?

저 작은 생명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지 상상하면 참 신비롭고 아름답다.

라준은 2주동안 2배나 커졌는데, 나는 2주동안 엄마로서 더 커졌을까? 나는 조금 더 걸릴 듯.


오늘 병원에서는 다음에 올 때에는 입체초음파와 기형아검사를 받아야 하니까 예약을 하라고 했다.

참 고민이 된다. 기형아라고 해도 낳을거라서 고민이다. 

마음의 준비를 위한 장치일까? 마음의 준비가 되긴 하는걸까? 괜히 더 뒤숭숭하진 않을까..

출산과 육아 선배인 친구는 중요한 검사는 다 하고, 일반 초음파를 안했다고 한다.

일단, 나는 입체 초음파는 하지 않기로! 다만, 기형아 검사는 좀 더 고민해보고 할 예정이다.

일반 초음파도 최대한 찍지 말아야지! 다만, 산모검사는 꼭 빠짐없이 잘 받아야지!


2015.05.23


오늘 초음파에서는 진짜 너무 신기한 경험을 했다. 진짜 말도 안되는...!!!

초음파를 보면서 심장도 잘 뛰고 뭐 이런 저런 건강하다는 말씀을 해주시고서, "조금 확대해서 볼까요?" 라고 해서

라준이를 클로즈업 하셨는데, 이 조그만 녀석이 갑자기!!! 발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 오르듯이 점프했다.... 

진짜 "헐..." 소리가 저절로 나왔고, 옆에서 오빠도 "와!" 라고 했다. 

병원을 나와서 밥을 먹으러 가서도 내내 녹화 된 동영상을 보면서 "아니 진짜 신기하지 않았어? 어떻게 점프를 하지?!" 

이런 얘기를 하는데 눈에 눈물이 저절로 고이더라! 뭐지 이게 정말 너무너무 신기하고..


사실 얘가 나한테 뭘 해준것도 아니고, 아직 만나본적도 없다. 내 뱃속에 있다고는 하고, 그래서 힘들긴 한가본데,

솔직히 실감 나지는 않는다고. 난 아직은 예비 엄마일 뿐인 건데, 지금 난 아직 아닌건데...

그런데 라준이가 뛰는 모습을 보면서, 얘기하면서 왜 눈물이 나는거지. 왜 감동이지. 진짜 너무 감동적이었다.

임테기 두 줄이 나오고, 난황이 보이고, 몇미리라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아주 아주 조금씩 커가는 라준이가 참 예쁘다.


살면서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지치고 돌아서지 말아라 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신이 애기 때에 걸음마를 하기 위해 한 걸음 발을 떼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 기억하지 못해도 분명히 했다는 얘기.

그리고 결국은 성공해서 지금은 한 발을 떼는 게 일도 아닌 그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그래서 라준이에게 그런 감정이입이 되는걸까. 뭐 어차피 대자연의 신비고, 자연스러운 우주의 현상이겠지만!

라준이가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하루 하루 커가는 것도, 뭔가 하나씩 생겨가는 것도 다 멋지고 감동이다.


초음파를 자주 찍지 말아야지! 하고 매번 다짐하는데, 이렇게 초음파로 기쁨을 맛보는 순간들이 있다보니 참 어렵다.

더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야겠다. 

라준이가 점프한 건 마치 "엄마 나 괜찮아!" 라는 것 같았다. 

나도 라준에게 "라준! 엄마 괜찮아!" 라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니까 더 건강하게 더 멋지게 하루하루를 보내야지.


2주만에 뚱땡이 처럼 뽈록해진 라준은 정말 귀엽다. 아빠를 닮아서 벌써 배가 뽈록 나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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