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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준일기

9월 1일부터 15일까지

9월 1일 [+268일]

날이 추워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또 더워졌다. 가을인 줄 알았는데 아직 여름인가?

잠깐 덥고 또 금방 추워지겠지. 이젠 더워도 낮에만 잠깐 덥고, 일교차가 꽤 크다.

지난 여름 미칠듯 더웠던, 숨막히게 더웠던 거에 비하면 이 정도 더위는 껌이지 뭐!

가을은 꽃게의 계절이니까....... 간장게장 먹으러 가자고 아빠를 꼬셨는데 그냥 포장해다주셨다... 이런이런...

   



9월 2일 [+269일]

아란이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인데 시형이는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랑 신랑을 바라보고 있다.

아빠 엄마가 무슨 대화를 나누시나? 집중하며 듣는 것 같은 모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찌모찌 찹살떡 같은 볼따구도 귀엽고 여전히 손목에 노란 고무줄 끼고 있는 듯한 포동포동 팔도 귀엽다.

너무 낮아서 콧구멍밖에 없는........ 없는 코마저도 귀여운 건 말할 것도 없지! :-)

   



9월 3일 [+270일]

오늘도 나는 주말 알바 출근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구제 옷가게에서 산 예쁜 옷을 입구!

Gap 블라우스인데 랩블라우스다. 하늘색 꽃과 빨간색 잔꽃이 있는 옷. 하늘하늘거려 너무 예쁘다.

갭 블라우스와 함께 샀던 디젤 청바지도 함께 입었다.

25사이즈인데 내가 살다살다 25사이즈 청바지를 입는날이 다 오네...

여름에 산건데, 그때만해도 예쁘게 맞았는데 이상하게 바지 허리가 또 크다.

그새 살이 더 빠진건지? 아니면 바지가 스판이라 늘어난건지?

아침에 피곤해서 도저히 화장은 빡세게 못하겠다. 피부만 팩트 찍고 출근...ㅠㅠ

   

   

   

   


청소하고, 손님맞이 준비 하고서 셀카를 많이 많이 찍어부렀다.

시형이 갖기 전엔 내 셀카만 많이 찍었는데 임신 중엔 내가 너무 못나보여서 안 찍고

시형이 낳고나니 이젠 사진첩이 온통 시형이 뿐이라서... 이럴 때 아니면 내가 언제 또 셀카를 찍나~~!

   

   

   

   

   


나 알바 가있는 동안 신랑 혼자 점심 해결ㅠㅠ

밥과 국이 없는 관계로 라면과 소세지...... 크흡...... 미안...

시형이 때문에 서서 먹는 게 제일 안쓰럽다ㅋㅋㅋㅋㅋㅋㅋ 여보 나는 매일 점심을 그렇게 먹어... 흑...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서 시형이가 신랑이랑 둘이 있는 시간을 꽤 힘들어 했었다.

그래도 이제 제법 시원해져서인지 오빠한테 안겨서 낮잠도 자고, 

둘이서 사진도 찍고 이유식도 먹고 간식도 먹으면서 잘 놀고 있다고 하니 일가는 내 마음이 조금은 평온하다.

   

   

   

   



9월 4일 [+271일]

이 날 이후로 저 수납장 문은 잠금장치로 잠궈놓게되었다.

아일랜드 식탁 아래 칸인데 시형이가 문을 턱! 열고는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전부 다 꺼낸다.

저 안에는 주로 비어있는 반찬 통, 락앤락, 일회용 비닐, 지퍼락, 일회용 장갑, 키친타올, 랩 등등..

주방에서 필요한 것들인데 다 꺼내고서는 자기 몸을 우겨넣어.......

딱히 위험하다고 볼 수 없긴 하면서도... 비닐랩의 경우 뾰족뾰족 잘리는 부분이 있어서 위험하다.

물론 내가 덜렁덜렁대는 편이라 그랬겠지만 나도 가끔 거기에 손을 베기도 했었기에ㅠㅠ


하늘하늘 거리는 옷인데 이 것도 구제옷가게에서 같이 샀던 옷이다. 에스닉함? 완전 내 스타일!!

등이 많이 파져있는 옷인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변 남자들이 너무 웃기다.

울 신랑은 처음에 "자기야 이 옷, 등 파져 있는 거 아는거지...?" 라고 했고

울 아빠는 갑자기 "잠깐 멈춰봐. 옷 찢어졌나본데?" 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 원래 터져있는고야 아빠..^^;;

셀카를 찍고, 예쁜 옷을 입고 전신 사진을 찎는 게 오글거리기는 하지만서도...

예쁜 옷을 입은 날은 기록에 남기고 싶으니까 몇장 찍어줘야겠다.

평소에는 후줄근한 옷 입고 시형이랑 뒹구니까ㅠㅠ 크흡

   

   

   

   

   

   


오늘 야식으로는 퇴계원 허브앤솔 당첨!!! 맘스터치 감자튀김과 비슷한 케이준스타일 감튀.

수제버거라는 버거도 수준급이고, 감튀도 맛있지만 아무래도 맘스터치가 조금 더 낫다.

허브앤솔 치킨도 꽤 맛있다던데 다음엔 치킨도 시켜먹어보기로 했다. 

   


아란이가 선물을 줬다. 사진관 하시는 아버지를 둔 친구가 있다는 건 이렇게 기쁜 일 :-)

우리집에 액자가 하나도 없는게 맘에 걸렸댄다.

그래서 시형이랑 내가 예쁘게 나온 사진을 골라서 아버지께 부탁드려서 인화해서 액자에 담아서 줬다.

이렇게 값진 선물이 있나!! 시형이랑 나랑 둘이 담겨있는 첫 액자. 흑백사진이 참 예쁘다.


아빠 말로는 시형이만할때?의 나라고 했다. 포동포동했던 건 엄마랑 똑같구나!!

나는 시형이가 날 별로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웃는 모습 보니 똑같네~



9월 5일 [+272일]

오늘 아침 떡실신해서 잠들어있는 시형이랑 내 모습 찍고 신랑은 출근하고

나는 울아빠랑 같이 코스트코에 갔다. 코스트코는 항상... 물 사러 가는데 괜히 이것저것 다 사오게 된다.

Dole에서 나온 바나나디퍼를 사왔는데 초코 코팅 안에 얼어있는 바나나가 있다.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사서... 사실 초코 코팅 안에 바나나 아이스크림인줄ㅋㅋㅋㅋㅋㅋㅋㅋ

할망구 치아를 가진 나는 맛있긴 한데 이가 시려워서 많이 먹을 수가 읍따~

   

   


시형이가 최초로 쇼핑카트 의자에 앉았다. 우리 애기가 진짜 많이 컸구나를 실감한 순간!

애기애기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서 쇼핑카트에 늠름하게 앉아있는건지... 시간 참 빠르다~~~!!!

무엇보다, 이제 더이상 무거운 시형이를 안고서 쇼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몹시 기뻤다.

   

   


애교쟁이 시형이가 침을 질질 흘리면서 뭔가를 맛있게 먹고있다.

뭐였을까? 아마도 떡뻥이었겠지만 보이지도 않을만큼 작아졌나본데 열심히 먹는 우리 애기ㅋㅋㅋ


계속 빨래바구니를 붙잡고 일어서려고 했다. 빨래바구니는 단단한게 아니라 힘이 없다보니 휘청휘청.

에잇! 하고서 빨랫바구니 안에 넣어줬다. 내부를 꼼꼼히 살피며 구경하는 시형이.

바구니 안이 아늑하니 마음에 들었던 건지 탈출할 생각을 안 한다.

   

   



9월 6일 [+273일]

오늘 아침 우리 자는 모습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자세가 어찌 나온 자세냐면......

누워 잠든채로 수유하며 꿈수를 하다보니 시형이가 편안하게 물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해준 것.

내 팔이 시형이를 누르면 너무 짜부되어 무거울까봐 내 팔을 들어서 치워준건데 너무 웃기닼ㅋㅋㅋ

거의 뭐 요가하는 자세? 자면서 스트레칭하기 ㅋㅋㅋㅋㅋㅋㅋ 밤수, 꿈수 다 끊어야하는데 막막허다ㅠㅠ


8월 말 지나면서 춥길래 여름옷은 싹 정리해서 넣고, 긴팔 긴바지로 시형이 옷장 정리를 했었는데

낮에는 영~ 더워서 다시 반팔, 민소매 옷을 꺼냈다. 시형이가 워낙 더위를 많이 탄다. 땀을 뻘뻘~

겨울에 태어나서 더위에 더 약한 걸까? 나는 여름에 태어나서 겨울 추위가 더 못견디게는걸까?

   

   


며칠전에 아빠랑 같이 코스트코에 다녀와서 아빠랑 반띵한 것들이 있다.

찜닭, 바나나디퍼, 초밥 등등 코스트코는 워낙 양이 많다보니 하나 사오면 한 가족 먹기엔 많다.

그래서 늘 아빠랑 가격도 반띵하고, 양도 반을 나누곤 한다.

그때에 반찬 나눠 담는데 치렁치렁한 옷 소매가 걸리적거려서 휙 벗어던지고 탑브라 차림으로 반찬을 나눴는데

아빠가 그 때 보고서는 등갈비뼈가 보여서 속상해서 안되겠댄다.

사람한테 등갈비라니....... 내가 짐승도 아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아빠는 날 평생 봐오셨는데 이렇게 뼈다구만 남은 꼴은 도저히 못 보시겠다며

기어이 한약을 먹이겠다고 아빠가 다니시는 마석에 있는 한의원에 데려가셨다.

출산 후에 엄마들이 많이들 약을 지어 먹는다고 했다. 먹고나면 확실히 다르다는 말에 나도 고민중에 있긴 했다.

아무튼 한약 한제를 짓는 게 비싸기도 하고 해서 맘이 영 불편했다.

우리가 돈이 많아서 우리 돈으로 해야하는데 버티고 버티고 있었던건데

아빠가 해주시겠다고 가시니까 속상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구..

사실 살이 빠져 날씬해진 건 좋긴 하지만 갑자기 너무 많이 몸무게가 줄어든 탓에 몸에 힘이 없다.

한의사 선생님 말로는 운동을 하며 식이요법을 하고 건강하게 살을 빼도

이렇게 단기간에 살이 많이 빠지면 힘이 빠지게 되는데

그런게 아니라 단순히 힘에 부쳐서 몸무게가 급하게 빠져버리니 몸에 기운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하셨다.

요즘은 예전처럼 살을 찌우거나 하는 건 아니고, 몸속 기운을 차리게 하는 게 중심이라고 하셨고 나도 동의!

   



9월 7일 [+274일]

오늘도 아침에 신랑이 자고있는 우리를 사진 찍고 출근했다. 나는 늘 찍히는 줄도 모르고 잔다.

시형이가 언제쯤이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까? 이건 진짜 아닌 것 같다.

다른 애기들은 9시 전에 자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던데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건가 싶고 자꾸 나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잘 하고있는건가 의문을 품는 건 좋지만 자꾸 나를 탓하게만 되는 건... 좋지만은 않은 현상...


아침에 눈을 뜨는 순서는 신랑, 시형이, 그 다음이 나다. 

신랑 출근하는 동안 우리는 자고있고, 출근하고 얼마 안되서 9시반쯤이면 시형이가 일어난다.

일어나서는 러닝홈을 붙잡고 한참을 소리내며 시끄럽게 놀다가 곧 나를 덮쳐 깨운다.

아침 9시반에서 10시 사이에 기상하는 게 예전에 비하면 일찍 일어나게 된 거라 다행이긴 하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새벽 늦게서야 잠들고 12시가 다되야 일어나던 감당하기 힘들었던 시형이의 스케쥴ㅠㅠ

   

   

   

   



9월 8일 [+275일]

일교차가 커서 새벽에는 좀 추운 것 같아 잠잘 때만 가디건을 입혔다.

포동포동 짧은 다리에 하늘색 가디건을 입고서는 세상 예쁘게 웃고있는 이 녀석이 내 아들이라니!

   

   


많은 고민과 대화를 나누고서 결국엔 시형이 돌잔치를 예약했다.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운 때에 돌잔치를 하는 게 남들에게 민폐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원래는 안하려 했다.

근데 참.. 사람 마음이란게 갈대같아서... 내가 언제 또 시형이 생일파티를 이렇게 크게 열어주겠나 싶기도 했고

1년간 이렇게 건강하게 클 수 있게 마음 보내준 주변 사람들께 감사 인사도 하고 싶고

또, 돌잔치 라는 게 우리 아이가 앞으로도 예쁘게 잘 클 수 있게 응원과 축하를 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은 끝까지 하지 말자는 쪽이었는데 기어이 내 고집으로 돌잔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여튼 하기로 결정하고나니 알아볼 것들이 산더미였다.

신랑과 내 주변 사람들은 주로 구리 생활권이고, 우리도 멀리서 돌잔치 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구리로 알아보는데 일반 예식장, 웨딩홀에서 돌잔치를 하기도 하는데 뷔페가 맛이 없을 것 같고...

이왕 돌잔치를 하기로 해서 손님을 초대했으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야지 라는 생각이 강한 우리 부부라서

조금 더 비싸긴 해도 구리 빕스에서 돌잔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보증인원 50명 이상이면 4층을 우리만 단독으로해서 단독홀을 사용 할 수 있고, 80명 까지는 가능하다고 했다.

애초에 손님 많이 초대 안하고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서 50~60명 사이를 예상했기에 딱 좋았다.

돌잔치 예약하러 가는 버스인데, 시형이는 지 생일파티인줄도 모르고 엄마한테 안겨서 꿈나라~ 

   

   


돌잔치 예약을 하고서 아빠네 집으로 갔다. 이틀 전 들렸던 마석 한의원에 약 찾으러 가야했다.

우리 아빠는 요즘 젊은 부모님들 같지 않게.... 돌잔치는 꼭 해야한다는 생각이시다.

너희가 애를 더 낳을 것도 아니라면서 첫째 돌잔치는 꼭 해줘야 한다면서... (왜죠...? 무슨 논리죠...?...;;)

너네가 기어이 안하겠다고 하면 아빠가 돈내서라도 돌잔치 열어줄거라고 고집 고집을 피우셨었다.

우리 아빠 웬만하면 내 의견에 그냥 그래그래 하고 넘어가시는데 돌잔치에 이렇게 열 내실 줄은 몰랐다.

여튼 하기로 결정했고, 돌잔치 예약하고 왔다고 하니 좋아라하셨다.

아빠 근데 소규모니까 아빠 친구들 많이 초대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제발.. 그로디마... 흑...

돌잔치는 애기의 엄마 아빠가 하는 잔치지 조부모의 잔치가 아니야... 그건 결혼식때 만으로도 충분해요.. (걱정)

   

   

   

   


약을 받아왔는데 먹지말라는 것 투성이다. 밀가루를 밥 대신 먹지 말라부터 시작해서

술담배 하지 말라, 커피 마시지 말라, 찬거 먹지 말라, 매운거 먹지 말라, 돼지고기 기름 진 것 먹지 말라...

약에 대해 설명해주시면서 이거 안되구요~ 저거 안되구요~ 하실때마다 내 반응 "헤에에~?! 이것두요?!" ㅋㅋㅋ

울 신랑 말로는, 약 안먹어도 저 규칙들만 잘 지켜도 건강해질거랜다 ㅋㅋㅋㅋㅋㅋ 맞는말일지도?ㅋㅋㅋ

아침에 1개, 저녁에 1개해서 하루 총 2개씩 먹는거라고 한다. 

한제 잘 먹어보고 기운 좀 차리는 것 같다 싶으면 다음꺼는 연속으로 우리 돈으로 지어먹으면 좋겠다 싶다.

내가 사진을 안 찍었는데 이 날로부터 며칠 뒤엔 아빠가 갑자기 한밤중에 대게, 킹크랩을 한 박스를 쪄서 가져오셨다.

구리 수산물시장에서 샀고 라연이가 워낙 좋아하니까 샀다며...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다.

우리 아빠 마음이 많이 속상하겠구나. 손주 예쁜 건 예쁜거지만 아빠 딸은 나니까.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긴 민망하지만 야윈 내가 많이 안쓰러우신가보다.

이것저것 먹을 거 자꾸 사서 오신다. 우리 아빠한테 항상 미안하고, 너무 감사하다. 

어쩜 한약(보약이 맞는건가? 산후 보약이라고 하니까?) 포장지 마저도 참 예쁘다.

비우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고요해진다. 내 삶도 고요하고 평온해지기를.

   


그동안 살까말까 고민만 하다가 샤워캡과 샤워 시킬 때 쓸 작은 바가지를 샀다.

샤워캡이 귀를 막을 수 있게 되어있어서 귀로도 물이 안 들어간댄다.

워낙에 시형이가 머리가 커서 샤워캡 씌워놓으니 이마로 물이 전혀 안 내려온다. 완전 신세계!!!

그러고보면 나도 어릴 때에 샤워캡 썼던 기억이 있다. 엄마가 그거 씌워주고 샴푸해주고 물 끼얹던 기억.

샤워캡 씌워놓고 바가지로 물 쫙 쫙 부으니까 내 속이 다 시원하다~!

그동안은 눈에 물 들어갈라 이마로 물 흘러내릴까 겁나 조심스럽게 머리 감겼었는데ㅠㅠ 대박 좋음!!

다행히 시형이가 샤워캡 쓰는 걸 크게 거부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갑다~ 하는 눈치였다.

근데 저 빨간 바가지... 너무 좋아한다. 입에 물고 주지를 않는다ㅠㅠ 신랑은 이거 보더니 악기 부는 악사같댄다.

   



9월 9일 [+276일]

오늘 아침, 배를 까고 자는 시형이와 어깨를 까고 자는 내 모습.

애기들 옷은 대부분 알록달록 캐릭터들이 잔뜩 박혀있는 옷들이 많다.

무채색, 단색 취향인 엄마 때문에 우리 시형이는 그런 옷 보다는 단색으로 된 옷이 더 많다.


아침에 신랑 출근하고서 우리집에서 두번째로 기상하는 시형이 :-)

일어나면 나를 깨우지 않고 혼자 저~기 가서 러닝홈도 건들고,

책장(원래는 티비장) 위에 책도 전부 다 끄집어내리며 놀고있다.

부시럭부시럭 거리는 소리, 러닝홈 노래 소리에 눈 떠보니 저렇게 귀엽게 앉아서 놀고 있었다.

   

  

외출하려고 가방 싸고 있는데 나가는 거 아는건지 가방에 챡! 매달렸다.

얼른 콧바람 쐬러 나가자는 싸인인가욤? 우리 귀요미♥

나는 생긴 것과 다르게? 그렇게 안 보이지만? 꽤나 준비성이 철저한 편이다.

뭔가를 하기 전에는 꼭 계획을 세우는 편이고, 외출할 때도 항상 가방이 큼직, 무거운 편이다.

결혼하기 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작은 가방 보다는 큰 가방이 많았다. 많이 넣을 수 있으니까.

의외로 난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더라도 혹시 필요할지 모르는 물건이라면(특히 시형이꺼라면 더!!)

가방에 다 챙겨야지만 불안함이 덜하다. 아마 내가 걱정이 많은 걱정머신이고 불안기계라서 그럴지도?

외출 준비를 다 하고선도 선풍기는 다 꺼져있는지, 냉장고 문은 잘 닫겨있는지,

가스렌지 가스밸브는 잘 잠겨있는지, 수도꼭지가 켜져있지는 않는지, 전등은 다 꺼졌는지 확인하는데

약간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왜냐면 다 잘 확인하고 집을 나섰는데도 늘 뭔가 덜 한 것 같은 기분에

다시 들어가서 확인을 하곤 하기 때문인데... 그러면 늘 전부 잘 마감(?) 되어있다. 나도 이런 내가 귀찮다!


오늘의 외출은 의정부 안부부네 집이었다.

안부부가 혼배성사(혼인성사)를 하는데 우리 부부 두 사람이 증인이 되어달라고 했다.

재율이 유아세례를 받게 하려면 부부의 혼배성사가 되어야한다고 했다. 좋은 일에 기쁜 마음으로 참석!

울신랑은 퇴근후에 의정부로 바로 오기로 했고,

나는 낮에 미리 언니네 집에 가서 놀며 두 신랑의 퇴근을 기다리기로 했다.

언니와 오빠가 신부님 앞에 서서 뭐 낭독할 게 있어서 내가 재율이를 안고 신랑이 시형이를 안고 있었는데

시형이가 졸려운지 엄청 소리를 지르며 고집을 피워댔다.

그래서 참다참다~ 내가 한 손으로 재율이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시형이를 안아서

양쪽에 애기 둘을 안는 명장면이 펼쳐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살이 많이 빠져서 힘아리가 하나도 없어도 가끔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신기할따름.

지난번 어떤 택시기사님 말로는 엄마들의 힘은 따로 나오는데가 있나보더라구.

살인적인 강도의 육아 노동인데도 어떻게든 힘을 내서 아이를 보는 게 참 대단하다구. 


혼배 성사 증인 완료 후, 다시 안부부네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뭐 사먹으려 했는데 내가 한약을 먹게 되어 밀가루를 조심해야 한다고 하니

나를 배려해주셨다ㅠㅠ 맛있는 집밥으로 비빔밥을 차려주셨는데 진짜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고마워요 안부부! 

   

   



9월 10일 [+277일]

내가 주말 알바에 가서 열심히 일하는 동안 시형이가 무척 투정을 부렸다고 한다.

어떤 날은 나 없이 한번 칭얼거리지도 않고 잘 논다고 하는데, 아마 시형이 컨디션에 따라 다른거겠지.

옷 갈아입혀야했는지 홀딱 벗고 있는 시형이. 기저귀만 차고서 떡뻥 먹는 거 너무 귀여운거 아니냐?!

이 날은 많이 투정부리고 칭얼대고 울고불고 하다가 나 데리러 오는 차에서 바로 잠드셨댄다ㅠㅠ

이럴 때면 늘 미안하고 속이 쓰리다. 내가 주말 알바하는 거 몇 푼이나 된다고,

그 시간에 우리 가족 다같이 놀면 좋을텐데 아직은 어리기만 한 이 작은 녀석을 놔두고

내가 혼자 돈 벌러 나가있는 게 참 미안하고 안쓰럽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몇 푼 안되더라도 내가 주말에 알바를 하는 것과 하지 않을 때의 우리 통장 내역이 다르니까!! 잘하자 시형아!!

   

   


알바 끝나고 집에와서 시형이 수유하고 놀아주면 시형이 기분이 엄청 좋다.

하루종일 (반나절이지만...) 그립던 엄마(인지 엄마 쭈쭈인지)를 만나서인지 방긋방긋 즐거워한다.

   

   

   


내가 일하다가 잠깐 영상통화를 했는데 (아주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이었음) 

시형이가 컨디션이 정말 안 좋긴 안좋았나싶은게 내 얼굴 보고 목소리 듣자마자 완전 터져버리셨다.

칭얼칭얼이 끄아아아앙!! 하는 울음으로ㅠㅠ 괜히 얼굴 보여주고 목소리는 들려줘서.. 

나는 좀 진정하길 바라는 안쓰러운 마음이었던 건데... 오히려 내가 기름에 불을 부은 꼴.

   



9월 11일 [+278일]

머리가 많이 길었다. 이제 좀 예전(결혼 전) 느낌이 많이 난다. 

물론 그때보다는 얼굴에 생기는 없지만... 그때와 비슷하게 머리가 많이 길어서인지!

머리가 긴 채로 결혼을 했고, 임신 중기 쯤에 단발로 훅 잘랐는데 그 이후에 쭉쭉쭉 길어졌다.

100일 이후부터 내 머리카락이 셀 수 없이 많이 빠지고 있는데 언제 다시 자라려나?

   


요즘 시형이는 '성질'이 생긴 것 같다. 뜻대로 안되면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울어버린다. 

눈치도 엄청 많이 보고, 밤이면 계속 안아달라고 저런다. 눈 앞에서 사라지면 바로 으애앵!!!

   

   

   


나를 쳐다보면서 울다가 턱턱 기어오고(울면서 기어옴) 내 앞에 앉아서 계속 운다.

안아주면 바로 생긋.......... 나는 아이를 최대한 안 울리겠다는 주의라서 거의 울리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울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이 좀 찍고 싶긴하다. (시형아 미안)

   

   

   

   

   



9월 12일 [+279일]

빨래 개는데 도와주는 건지 방해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늘 내가 하는 일엔 관심이 많으시다.

오늘은 빨래더미 안에 있던 내 랩블라우스 랩 끈을 꺼내서는 던지고 붙잡고 물고 빨고...

원래 시형이는 빨랫더미에는 관심 없고 항상 다 개어놓은 빨래 망치는 거에만 관심있던 앤데... 

오늘은 아예 빨래 개는 걸 시작조차 못하게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동네에는 아기 떡뻥을 파는 곳이 없다. 시형이는 떡뻥에게 아주 무자비한 떡뻥 킬러다.

얼마나 좋아하는 지, 잔뜩 몇봉지 사도 순식간에 없어지곤 한다.

내가 알바가면 신랑은 주로 떡뻥과 까까를 주며 시형이의 기분을 유인해야한다.

떡뻥이 얼마 안남아서 시형이 까까사러 구리까지 나가야한다. 이러면서 구리 외출 하는거지 뭐...

   

   

   

   

   

   

   



9월 13일 [+280일]

아빠가 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집은 이미 아빠가 사주시거나 얻어다주신 시형이 물건들로 가득찼다.

그럼에도 또 뭔가를 가져오시겠다는 아부지. 나는 우선 크기가 얼마만한지 사진이 보고싶다고 했는데...

크기가 작은 거라며 아빠가 우선 가져와서 사진 찍어보여주고, 니네 집에 가져다준다 하셨다. 

내가 생각, 고민, 결정할 시간 같은 건 없나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또 우리집은 발 디딜틈 없어집니다. 그래도 손주사랑 외할아버지, 울 아빠가 최고최고최고시다♥



추석 연휴가 시작 되기 하루 전 날, 울신랑 오후 반차를 내고 오후 3시쯤 시댁으로 갔다.

연휴 시작일에 맞춰 움직이면 차가 너무 막힐까 겁나서ㅠㅠ 

우린 곤지암 오갈때마다 항~상 차가 많이 막혔고, 그 차 안에서 늘 시형이가 너무나 힘들어했었다.

이번에는 그래서 앗싸리 일찍 출발한건데 예상과 다르게? 정말 일찍 도착했다.

평소에는 2시간 넘게 걸리던 거리를 1시간 반도 안 걸려서 도착!!! 정말 다행이었다.

우리가 도착하고 난 시간 이후부터는 도로가 쫙쫙 다 막혔다는 소식에 우린 완전 오예!!를 외쳤다는 ^^;;

심지어는 출발하기 전에 평내동에 맥도날드까지 들려서 먹고 여유있게 출발했는데도 일찍 도착해부렀다.

(아래) 사진은 맥도날드에서 출발 하기 전에 시형님 운전대 잡고 노시는 중인데 

내 옷에 보리차를 쏟으셔서 내 옷 젖으심. 나는 외출할 때 시형이 옷은 여벌로 챙기면서 내 옷은 안 챙기니까ㅠㅠ 

   

   

   


곤지암에 정말 커피 맛이 좋은 카페를 발견했다. 

카페어게인(CAFE AGAIN) 이라는 집인데 성벽처럼 건물을 만들어놔서 무척 분위기있다.

커피 향이 정말 좋다. 커알못인 울 신랑이 본인이 먹기에도 커피가 맛이 괜찮다며 칭찬할 정도였음.

근데 좀 비싸다 사이즈가 워낙 크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에 6,500원은 좀 심했음ㅠㅠ

코스타리카 직수입 원두라 그런다고는 하는데, 휴 어쩌겠어.

신선하고 맛있는 원두로 갓 내린 커피를 먹고 싶은 내가 돈 내고 먹는 수밖에...

앞으로는 곤지암 갈 때마다 한번씩 들렸음 좋겠다.

향이 좋은, 맛이 좋은 커피를 가끔 한번씩 마시는 건 정말 기분좋은 사치니까.



9월 14일 [+281일]

곤지암 시댁에서 하루 자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빠가 멜론과 미끄럼틀을 가져다주셨다.

아빠가 받은건데 너네나 먹으라며 츤데레처럼 츤츤거리며 주고 가셨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멜론이 얼마나 큰지 시형이 머리통은 물론이고 크기가 내 머리통만했다.

심지어 달고 맛있긴 또 얼~마나 맛있게요?! 아주 까암짝 놀랄만큼 맛있었다.

   


아빠가 얻어다주신 미끄럼틀. 베이비카페에서 봤던 것들보다 훨~씬 작고 귀엽다. ㅋㅋ

아빠 말로는 딱 요만할 때 돌쟁이때나 타는 거라고 한다. 근데 아직 시형이는 타는 건 모른다.

그냥 미끄럼틀 붙잡고 서있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거꾸로 붙잡고 올라가곤 한다.

미끄럼틀을 미끄럼틀로 쓰진 못해도, 시형이가 새로운 물건?이라 좋아하면 됐지 뭐... 허허..

   

   

   

   



9월 15일 [+282일]

보행기에 앉혀놓고 손톱 발톱 깎아주는 중인데 옆에서 놀던 신랑이 사진을 찍어줬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설정샷처럼 예쁘게 나왔다. 엄마랑 마주보기 :-)

애기 때는 손톱가위로 손톱 잘라주는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이 작은 손톱을 어떻게 잘라야하나, 손가락 살까지 자를까봐 겁이 났다.

손톱 자르는 건 양반이었다. 꼼지락 거리는 발가락 발톱 자르는 건 진짜 너무너무 어려웠다.

그랬던 나도 이제 9개월차 애기 엄마! 안고서 자르고, 먹이면서 자르고~ 

이렇게 나도 조금씩 더 프로페셔널한 엄마로 성장하는 걸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에 비하면 사진도 영상도 글도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다보니 길어져서

한달 반으로 잘라 9월 1일부터 15일까지만 올리고, 16일부터 말일까지는 다음 포스팅으로 넘어가게됐다.

늦여름부터 (초가을 늦가을 나누기 민망할정도로 짧은 가을이겠지만) 초가을까지의 시형이.

엄마가 많이 사랑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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