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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옵다

신혼여행 제주도 1일째

1.

무사히(?) 결혼식을 마무리하고 그 날 완전 파김치가 되어 쓰러졌었다.

뒷풀이 놀러 가고싶었는데 가려고 나왔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완전 녹다운 부들부들 다시 집에 들어갔다.

결혼식 끝나고 바로 신행 가는 사람들은 진짜 대단한 듯. 우리는 하루 쉬고 다음날 가기로 한거 정말 너무너무 잘했더라.

안 그랬으면 신행가서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있었을 듯ㅋㅋㅋㅋㅋㅋ젊은 남녀 신행 가서 사망한채 발견!! 

   



2. 

심지어는 이미 구리 집에 있던 짐들을 거의 다 빼놨기 때문에 피곤함에 더욱 배가 되었다.

매트리스는 아직 안버렸었지만, 이불은 이미 이사를 가있는 상태... 나는 추위를 많이 타고... 

밤에 오들오들 떨었고... 그런 내가 안쓰러웠던 오빠는 여행용 옷가지가 들어있는 가방을 뒤적뒤적..

나를 따듯하게... 나 되게 불쌍해 보이지만.... 고마워 자기야 ^^ 역시 너뿐이야..



3. 

아침 일찍 (정말 힘들게 잠에서 깨..) 김포공항으로 출발! 울 아부지가 차로 데려다주신 덕분에 완전 편하게 슝슝~ 왔다.

인천공항은 가봤는데 김포공항은 처음가봤다. 나도 촌스러웠지만, 비행기 처음 타는 신랑은 무척 설레설레했다.

우린 촌스러운 공항 피플이니까.... 촌스럽게 사진도 엄청 찍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러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주 가는 티켓은 위메프와 쿠팡에서 저렴한 진에어 티켓을 미리 구입했었고, 다행히 잘 찾아가서 탈 수 있었다.

   



4.

촌스러운 공한 피플인 우리는 엄~청 일찍 도착해서 공항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괜히 공항 커피집까지 들어가서 음료 사서 마셨다. 무척 설레는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집에서 나올 때는 너무 피곤해서 화장도 안하고 그냥 막 왔는데 막상 공항 도착하니 예쁘고 싶었다.(?)

커피집에 앉아서 허겁지겁 화장을 챱챱 해댔다. 오빤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난 화장한 내가 좋아... 

결혼식이란게 얼마나 힘든건지 눈탱이가 진짜 붕어 처럼 부어있었다. 거울 보기 힘든 얼굴.

   

   

   



5. 

촌티 나는 신혼 커플은 이것저것 공항이 다 신기하고 그렇습니다. 사진을 무척 찍어댑니다. 부끄럽지 않습니다.

공항에는 아이를 데려온 부부들, 가족들이 꽤 많았는데 5살 정도 되보이는 애들이 작은 캐리어를 끄는 모습을 봤다.

몸집만한 여행 가방을 질질 끌고 다니는 애기들이 너무 귀여웠다. 나중에 우리 아가도 저러려나 하는 상상까지 ^^

공항 ATM기에 갔었는데, 거기 붙어있던 이 포스트잇이 무척 예뻐보였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 

한참을 공항을 헤매던 김포공항 미아 두 사람은 드디어 비행기를 타러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인천 공항에 처음 갔을 때는 엄청 넓은 공간에 조금 주눅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김포 공항이라 그런가 오빠랑 같이 방정 떨어서 그런가 이번엔 그저 신나기만 했다.

   



7.

오빠랑 나랑은 비행기는 진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칭찬을 해댔다. 

어떻게 이 무거운게 하늘을 날고,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지, 날개를 보면서 계속 감탄했다.

오빤 비행기가 처음이라 그랬다 치고, 난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다 진짜 바보같아 보였음... 

임신 중기에 들어가는 시기라 비행기를 타긴 탔는데 사실 조금 멀미를 하긴 했다. 울렁 울렁. 

   

   



8. 

비행기가 출발하고 나니 오빠한테 창가 자리를 줄걸 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보! 진작에 그럴 걸 그랬다.

신랑은 크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은근히 서운해 하는 듯 보였다. 돌아올 땐 꼭 창가에 앉겠노라고 궁시렁 대는 듯 보였다.

그래서 서울 올때는 오빠가 창가 자리에 앉았고 나는 정말로 아무 감흥없이 푹 쓰러져서 잤더랬지... 

오빠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돌아오는 창가 자리가 무척 즐거웠나보더라. 돌아와서 핸드폰을 보니 하늘 사진이 잔뜩 있었다.

위에 있던 하늘 사진은 내가 찍은거고, 아래 사진은 오빠가 찍은 하늘 사진인데 본인 스스로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오빠 핸드폰 바탕 화면 이미지를 저 하늘 사진으로 바꿨더라. 귀여워. 

   

   



9. 

비행기에는 애들을 데리고 탄 부모도 꽤 있었는데, 좋아보여 부럽기도 하면서 별로기도 했다.

비행기가 신기해서 우와우와 거리는 애들, 이륙과 착륙의 그 무거운 느낌에 우는 애들, 시끄러운 애들!!!!!!!!!

그래도 오빠랑 나랑도 3년 뒤에 라준이랑 오빠네 가족들, 우리 가족들 다 같이 다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벌써 신나!!

   



10.

맑은 하늘, 보송보송 구름, 조각조각 땅들을 바라보며 40분이 금방 흐르고, 제주도에 도착!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은 했는데 렌트카 예약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우리.. 어떡하지?ㅋㅋㅋ 

다음에 다시 제주 갈때에는 렌트카 예약 시간을 타이트하게 잡아야겠다. 제주에 오긴 왔는데 움직일 수가 없어!

공항 3층이었나 식당가에 갔다. 여기까지 와서 푸드코트에 가고싶진 않고, 점심 시간이긴 한데... 

공항에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볶음밥을 챱챱챱! 제주까지 와서 첫 식사가 짜장면이라니!!!!!!!!!!! 아오!!!!!

근데 여행이 끝나고 생각해보니, 제주에서 먹은 식사들 중 최고로 맛있었던 건 이 중국집이었음... 볶음밥이 살아이쪄!

   

   



11.

여기까지 와서 이런 걸 먹어야 한다니... 라는 생각에 시작도 전에 지치려다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볶음밥이 알알이 살아있을 줄이야!!! 공항에 도착한 건 12시 조금 넘어서인데, 밥까지 먹고 드디어 렌트카 빌리러 출발!

롯데 렌트카(구 금호렌트카)를 이용해했다. 제주 가기 전 오빠가 열심히 알아보고 여기가 젤 저렴하면서도 믿음직하다고.

공항을 나가자 마자 감동... 흐어ㅠㅠㅠ 여기 어디야ㅠㅠㅠㅠㅠ 대박이야ㅠㅠㅠ 여기 한국 아닌가봐 오빠아ㅠㅠㅠ

뭐야 뭐야 야자수 나무 뭐야 ㅠㅠㅠ 근데 제주 어딜가나 야자수 나무가 있었다. 그게 더 신기햌ㅋㅋㅋㅋㅋ

첫 숙소로 이동하고 짐을 풀자! 라며 출발했는데 온통 그림인거야.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소리를 막 질렀다.

그리고 말도 안나오게 아름다운 바다 색깔에 넋을 잃고, 오빤 운전하느냐고 조금밖에 감상하지 못해서 아쉬웠겠지만

그냥 어딜봐도 개쩌는 풍경에 내내 행복했다. (운전병신들이 해안도로에 차를 엿같이 대놔서 힘들었던 것만 제외하면^^)

   



12. 

숙소에 도착하고 숙소 주변을 쫙 흝어보고서야 방에 들어갔다. 첫 날의 숙소는 4일간의 제주 숙소 중 가장 별로였는데

그래도 가장 조용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차도 별로 없고, 그저 바다가 있을 뿐! 가장 별로였어도 행복의 시작이었다.

방에 들어가서 짐 풀고 일단 둘다 침대에 쓰러졌지만 이대로 하루를 버릴 순 없다!! 바로 나갔다.


13. 

숙소 근처에 있던 해변을 찾아보고 바로 출발! 해변 앞 까지만 차를 끌고가서 주차 해놓고 바다 시작!!!

협재 해변과 금능으뜸원 해변을 쭉~ 걷고 걷고 걷고, 물에 발도 담그고 인생 사진도 찍으며...ㅋㅋㅋㅋㅋ

날씨가 워낙 좋아서인지 6월 말인데도 사람들은 벌써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수영복 안 가져간 걸 정말 정말 후회했다.

바다에 폭 빠져서 놀고 싶었다. 다음에 제주 갈때는 반드시 수영복을 챙겨가리다!!! 

그 때는 오빠, 나, 라준이 모두 수영복 입고 놀았으면 좋겠다.

물이 깊어지지도 않고, 한참을 가도 종아리까지 오니 놀기도 너무너무 좋고! 수영복 입힐 라준이 모습이 벌써 기대되 :-)

   

   

   

      



14. 

협재 해변과 금능으뜸원 해변까지 쭉 걸으니 부드러운 모래에 닿는 발의 느낌도 좋고, 시원한 바닷물도 좋고,

그냥 세상이 온통 아름다워 보였다. 역시 사람은 보고싶은 대로 보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는 듯.

묶은 머리가 칠렐레 팔렐레 삐져나온 것도 모르고 사진을 찍히고, 나중에 보고서는 정말 경악!

내 인생 사진들이... 흐어.... 저 머리는 뭐야 도대체? 왜 머리가 하얀 띠를 둘러서 괜히 쓸데없이 말야..



15. 

오빠랑 둘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서 무지개 모임에게 동영상도 보내주고, 바다가 햇빛에 반짝반짝이는데 참 아름답더라.

계속 이 바다를 보면서 멈춰있으면 좋으련만 싶었다. 난 바다 소리가 참 좋다.

놀러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바다를 찾게 된다. 내 저질 체력이 등산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철썩 철썩 부딪히는 파도에, 저 멀리까지 끝을 알 수 없는 바닷물을 보고있으면 나는 아주 작은 찌끄래기가 되는 듯 하다.



16. 

엄청 커다란 내 치아를 자랑하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신랑은 늘 내 사진을 최고로 찍어준다.

최고로 예쁠 때도 있고, 최고로 웃기기도 하고, 최고로 못생겨 보이기도 한다. 뭐 어쨌든 최고로 찍어준다.

그에 비해 나는 사진 고자인건지 오빠의 매력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바보!

이 날 신랑이 찍어준 내 사진들은 인생 사진 급이고, 나는 무척 만족스럽다. 고마워 자기야 잇힝!



17. 

물에 발을 넣은 채로 걸어다녀서인지 더워서인지 첫날이라서인지 어쨌든 급 피곤이 몰려왔다.

다리도 아프고, 더웠고, 쉬고 싶었다. 차 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우리가 걸어온 해변이 생각보다 멀었다.

사람 참 간사하다. 좋은 거 보면서 걸어올 땐 그저 행복하고 좋더니만 막상 돌아서서 가려니 짜증이 나다니!

도저히 차 까지 한방에 걸어갈 자신이 없어서 근처에 들려서 간식 타임!! 

우리는 참 바보같은 게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냉동 튀김으로 간식 시간을 가졌다.



18. 

그래도 너무 힘들어서 그랬을까 맛있게 다 먹고, 차로 이동!! 하는 길에 뜨악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고~

온통 눈에 담느냐고 바쁘게 눈알을 굴리다가 한림 공원으로 보이는 숲길을 발견했다.

제주는 참 이상하고 아름답다. 여기를 보면 파란 바다가 계속 이어져서 놀라고 있다가도

고개를 살짝만 돌려서 저기를 보면 야자수 나무에 무슨 나무에 무슨 나무에 초록 빛이 가득하다.



19. 

이 날 신랑이 찍어준 한림공원에서의 내 모습은 마음에 쏙 든다.

오빠는 항상 날 찍어주다가, 내가 민망해서 "이제 그만!" 이라고 해도 멈춰주질 않는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카메라를 뺏으려고 하는 그 순간의 내 모습을 빠른 속도로 셔터를 누르는데,

오빤 그럴 때에 찍히는 내 모습이 좋다고 한다. 왜지? 빙구같아서 좋대. 멍총이!

   

   



20.

겨우겨우 차까지 돌아와서 숙소로 다시 향하는 길에 뭘 먹나 고민에 빠졌다. 배가 고프고서야 뭘 먹지 싶더라.

미리 식당을 세세히 알아봤어야 하는데, 신혼집 이사에 결혼식 준비에 신행까지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해서 헤매버렸다.

그냥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가서 먹어보자! 하고 가는 길에 큰 갈치식당 맞은편에 있단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수제버거도 팔고, 해물 라면도 파는 곳이었는데 난 제주에서 꼭 해물 라면을 먹어보고 싶었던지라 고민없이 들어갔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해물라면은 비렸고, 들어있던 해산물 재료들도 그저 그랬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수제 버거는 다 남겼다. 제주에는 큰 버거들이 많다고 한다. 오빠랑 내 얼굴을 합친 것 보다 큰 사이즈였는데

그럼 뭐해 정말 더럽게 더럽게 맛이 없어서 배가 고팠음에도 다 남겨버렸다. 그래서인가, 사진도 없네.

      



21.

맛이 없으니 대충 먹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바다가 바로 앞에 있긴 한데 문제는 방파제가 더 가까이 있어섴ㅋㅋㅋ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행운은 누릴 수 없었다. 

예전에 오빠랑 연애하며 다녔던 여행에서도 나는 늘 오션뷰를 기대해왔고,

미리 예약해주던 오빠 덕분에 거의 매번 파도 소리가 철썩철썩 들리는 곳에서 잠들 수 있었다.

이번에도 미리 숙소 예약을 하면서 "바다가 코앞이래!" 했는데 바다가 코앞이긴 한데, 어... 음... 

바다 냄새가 어디야 하하하핳! 여기가 제주인데 바다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22. 

제주 여행 2일 코스로는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자! 

아름다운 제주 곳곳을 누비고 싶지만 그럴 여유도, 체력도 안되는게 아쉬울 뿐. 

관광이 목적이 아니니 너무 다 가려고 애쓰지 말고, 여유롭게 쉬면서 보고싶은 곳을 들리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며 

그렇게, 행복한 신혼여행, 제주도에서의 첫 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