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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옵다

신혼여행 제주도 3일째 <우도>

1. 

신행 후기 몰아서 쓰기 3탄. 4박 5일 일정 중 3일째 기록하기.

굳이 부제를 정해보자면 <들어간다! 우도!>


2. 

셋째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아침을 챙겨먹고 우도로 들어가기로 한 날이다.

전날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서 봤던 자매국수집에 가기로 했다. 

제주에 가면 자매국수집에 가서 고기국수를 꼭 먹어야 한다는 인터넷 후기들을 봤기에 들리고 싶었다.

둘째날 저녁식사로 먹고싶었는데 오후 5시까지만 영업이었다. 그래서 셋째날 아침으로 꼭 먹고자 들렸다.

아침 일찍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한 30분만 늦게갔으면 엄청 기다려서 먹을 뻔했으나 다행히 바로 들어갔다.

메인 메뉴인 고기국수 두 그릇, 그리고 물만두 절반을 시켰다. 엄청 유명한 곳이긴 한가보다.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음.

자, 그래서 맛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응...? 별로임. 굳이 먹어야겠다면 가서 먹어보면 되지만...

뭐 내가 다시 제주에 간다면 꼭 들려서 먹을 것 같지는 않다. 젊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가족단위로 온 손님들이 많았다.

어른들 모시고 가거나 아이들 데리고 가기에는 뭐 제법 괜찮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하지만, 굳이...? 먹지마 그냥.

뭐냐면, 음... 고기가 들어간 허연 국수! 고기 국수! 그 뿐이었음..... 흐.... 우리 커플에겐 별로였다눙!



3. 

그저 그런 고기국수를 뒤로하고 우도로 들어갈 수 있는 성산항으로 바로 달렸다. 아무데도 안 들리고 쐈음.

사람 2명과 렌트카에 대한 배 탑승권을 끊고 차에 탄채로 줄 서있다가 커다란 배에 차를 끌고 탔다.

배에 차가 들어갈 때 거기 아저씨들이 "후진후진!! 완전 돌려서 다시!!" 막 이런식으로 컨트롤하고는 했는데

시키는대로 안하다가 혼났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일단 차를 배에 파킹! 하구 사이드 채운 뒤 차에서 내렸다.

15분이면 우도에 간다고 한다. 날씨가 꾸리꾸리한게 영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기분 최고. 

배가 출발하고 엄청 신나서 배 여기저기를 구경다녔다. 어느쪽은 평온한데 또 어디로 가면 엄청 흔들거리고 파도도 셌다.



4. 

휘청휘청 거리며 난간을 붙잡고 겨우 다니던 중, 오빠가 내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결국 모자가 바람이 날아갔다.

만화에서 보듯이 정말 휘융~ 하고 날아갔는데 다행히 배 밖으로는 안 떨어졌고 오빠가 겨우 후다닥 뛰어내려가서 잡아옴.

비행기 타고 제주 올 때도 촌스럽게 굴던 우리 두사람은 배에서도 촌스럽게 사진 찍고 놀았다.

이 큰배에 차가 도대체 몇대나 들어가는걸까, 무척 세구나! 이러면서 또 감탄에 감탄을 해댔다.

15분이라 배멀미 뭐 이런게 있을리도 없고, 아! 나중에 라준이 데리고 가게 될 때에는 라준이를 꼭 안아야겠더라.

배가 워낙 흔들리는데다가 난간 간격이 넓기 때문에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5. 

바닷 바람과 세찬 배의 힘에 내 머리가 다 흩뿌려진 미역줄기처럼 흩날리며 미친년 개 산발이 되고있을 때쯤 우도가 보였다.

오빠오빠!! 어머어머멈머멈!!! 저긴가봐!!!!!!!! 대박!!!!! 엄청 작다~~!!! 호들갑을 시전하였다.

가시나들아 우도가는 배 탈 때는 머리 묶고 타세요. 나처럼 저러지 마세요. 아! 물론 흐린 날씨도 한몫했음!

우도 가는 길에 보니, 임부들이 꽤 보였다. 태교여행으로 온거겠지.

나도 아직 배가 나오진 않았지만 태교여행이라면 태교여행인 신혼여행이었다.



6. 

우도항?에 내려서 숙소로 가는 길에 왼쪽으로 펼쳐진 바다에 넋을 잃었다.

왜 사진이 없을까,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그냥 온통 아름다웠다. 사진에 담아낼 수 있는 그런 하찮은 풍경 따위가 아니었다.

작고 귀여운 섬, 우도는 고개를 들면 멋지게 푸른 하늘이 있고, 왼쪽을 바라보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있고,

오른쪽을 바라보면 작고 귀여운 집과 가게들이 여러 색깔로 있었고, 앞쪽을 바라보면 높은 산으로 보이는 초록빛이 가득했다.

숙소로 향하는 그 길에 "오빠 나 여기서 살래." 라는 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우도가 그렇다고 한다. 한 번 간 사람은 들어가면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 바로 우도라고 한다.

지금까지 이틀동안 제주 와서 본 건 진짜 제주가 아니었어! 우도! 여기가 진짜구나! 라는 감탄사를 내내 했다.

오빠는 "막상 살아보면 불편할 걸? 나가고 싶어~" 라며 살짝 초를 치긴 했으나, 오빠도 우도에 온 이후부터 내내 좋아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비가 조금씩 떨어졌고, 으잉...? 안돼 이럴 수는 없었다. 

원래 계획은 우도 숙소에 짐을 풀고, 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한바퀴 빙~ 도는 여정이었다.

물론 차를 타고 돌 수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하나하나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비가 오면 어쩌나, 우리 자전거 타야하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기려던 찰나에 편의점 발견!!

우비를 사자!!!! 무조건 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돌아보겠다는 집념으로 우비를 샀다.

   


7. 

정말 너무도 아름다웠던 우도. 숙소까지도 마음에 쏙 들었다. 바로 앞에 펼쳐진 넓은 바다에 또 한번 넋을 잃고 말았다.

신축인지 리모델링인지 여튼 진짜 엄청 깨끗했는데 나무색깔로 이루어진 넓고 창이 큰 속이 뻥 뚫리던 방이었다.

사실 우리는 제주 왕복 비행기 티켓, 렌트카 예약 그리고 숙소를 3일째 밤까지 밖에 예약을 안했었다.

우도에 가보고 우도가 엄청 좋으면 우도에서 하루 더 자기로,

우도가 생각보다 별로라 그냥 나와서 제주 어디 아무데나 바로 잡아서 마지막 밤을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배에서 우도에 딱 내리자마자 "여기서 하루 더 있는걸로!" 바로 결정했다.

우도에 있는 다른 숙소로 옮겨도 좋지만 3일째 숙소인 그 곳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들어가자마자 짐을 잔뜩 늘어놓고 사진부터 촬영! 다음에 우도에 또 오게 된다면 그 때도 여기를 예약하자고 했다.

정말 엄청엄청 숙소에 대한 칭찬을 계속 하다가 나도 우비 장착!! 



8. 

우리 숙소는 "다올펜션" 이라는 곳이었고, 평수도 다양하게 있고 아래에는 고기 구워먹을 수 있는 바베큐장이 있었다.

수영장도 있었는데 비수기라 그런가 아직 덥지 않아서 그런가 이용자는 없었다.

비록 비가 오기는 하지만 자전거를 빌려서 우도를 한바퀴 돌기로 마음먹고 우비 입고 숙소를 나섰다. 보슬비니까!

우도를 처음 온 사람이 자전거로 우도를 한바퀴 도는데 2시간에서 2시간 반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처음 들린 자전거 렌트하는 곳에서는 비가 오기 시작해서 더이상 영업 안하고 문 닫을거라고 안된다고 했다.

다른 곳에 들렸더니 비 오는데 탈 수 있겠느냐고 해서 당연하죠! 꼭 탈거에요! 라며 자전거를 대여했다.

3시간 기본이었고, 내일까지 빌릴 수도 있다고는 했지만 내일 타게 되더라도 내일 다시 빌리기로 하고 우선 3시간만!

자전거 말고도 전동 오토바이? 같은게 있었는데, 그건 낭만적이지 않음!!! 자전거로 탈거야!! 

비도 오는데 저희에게 자전거를 빌려주신 렌트 사장님 감사해욘 ㅠ^ㅠ



9. 

자전거로 우도 여행 시작!! 보슬비 정도여서 하늘이 흐리고, 비가 조금 떨어지나?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탈만한다? 심지어 낭만적이다. 비수기인데다가 날씨가 좋지 않으니 사람도 별로 없는 건 물론 좋았고

언제 또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가까이서 대자연의 신비를 맛보겠나싶어서 진짜 행복했다.

우도는 정말 하늘 색깔 죽이고, 왼쪽 바다는 에메랄드 푸른 빛이고, 오른쪽으로는 작은 집들이 있는 마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돌아야하는데 전진이 불가했다. 곳곳마다 모든 곳이 아름다워서 계속 멈춰서서 멍하니 바라봤다.

막 달리다가 멈춰서 바다를 바라보고 말도 안되게 멋진 바위? 돌을 바라보고, 또 힘차게 달리고를 반복했다.



10. 

날씨가 흐려서인지 비가 와서인지 진짜로 사람이 없었다. 뭐야 여기 놀러온 사람 없는거야?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6월말 7월초, 아직은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없어도 너무 없잖아....ㅋㅋㅋㅋ

우리가 우도를 한바퀴 빙 도는 동안 본 사람이 15명도 안 되는 듯 하다. 우도 전세내고 여유있게 돌아다녔다.

그나마도 뚜껑있는 전동차를 타거나 전동오토바이, 또는 그냥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은 조금 있었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은 정말 없었다. 원래 우도는 정말 제주에서도 특별히 아름다운 곳이다보니 사람이 많다.

그렇다보니 사진 찍고싶은 스팟에서 사진 찍으려면 다른 사람들 찍을 때 눈치 보며 기다렸다 찍기도 해야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린 진짜 그냥 자전거로 막 달리다가 멈춰서 여기서 찍고, 저기서 또 찍고,

오빠 저기 가볼까? 하면 그래! 하고 그냥 또 무작정 가보고.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보슬비 맞으면서 우비 입고 자전거를 타고서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 속을 돌아다닐 수 있겠어 하면서

노래 부르고 수다 떨며 여유로운 여행의 시작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게 아니다보니 사진 찍기도 수월했다.

비가 오는데도 사진을 찍었다는 건 핸드폰을 꺼낼 수 있었다는거니까! 비가 엄청 왔으면 핸드폰이 비에 젖었을테니까...

   

   

   

   

   



11. 

우비 쪼매서(?) 입은 내 모습은 바보같이 짝이없다. 어떻게 이렇게 돌이 까만색일까? 구멍이 뽕뽕! 정말 신기하다.

사람도 없고, 그다지 힘들어서 쉬어야 할 것 같지도 않았고 정말 그냥 "저기 정자 있는 곳에도 가볼까?" 하며 들렸는데

신기한 곳을 발견했다. 선선한 바람에 하늘에 바다에, 그 멋짐에 넋이 나가 신명이 난 라연은 춤을 춘다.


12. 

지나가는 길에 처음 저 불턱을 발견했을 때는 저게 뭘까 한참을 궁금했다.

돌무덤 같기도 하고, 커다란 화장실 같기도 하고, 바람을 피하는 걸까? 도대체 용도가 뭘까?

사진 속에 보이는 둥근 모양으로 이루어진 돌담이 바로 '불턱'이라고 하는 공간이다. 불을 피우기 위한 자리라는 제주 방언.

해녀들이 바다로 물질을 나가기 전에 옷을 갈아입거나, 바다에 들어갔다 나온 뒤 중앙 화덕에 불을 지피고서

그 주변에 모여 앉아서 바람을 피해 불을 쬐면서 쉼을 갖는 그런 공간이었다.

단순히 탈의실에 용도가 아니라 거기 모여서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참 정겨웠다.

요즘에는 별도의 탈의실을 설치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떄문에 실제로 지금은 저 불턱을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13.

 전망대로 보이는 돌계단을 올라가면, 봉수대(망루)라는 곳인데,

예전에 높은 곳에 올라가 연락을 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봉(횃불) 수(연기) 라는 의미라고 한다.

우도 봉수대(망루) 에서의 치명적 뒷태를 자랑하는 신랑과 앞태의 나.

   

   

   



14. 

이어지는 하얀 등대. 노란 우비. 까만 돌. 흰 하늘. 

우도에는 등대공원?이 따로 있고, 저 하얀등대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봉수대 근처에 있었다.

바로 아래 사진에 보면 내가 등대와 나란히 보이는데, 그건 내가 봉수대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저기 보이는 푸른 바다, 투명한 하늘색, 까만 돌 위에 하얗고 높은 등대 하나가 삐쭉! 

익숙하지 않은 낯선 풍경인데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저 모습에 또 한참을 넋을 잃고 쳐다봤다. 




15. 

봉수대에 올라가서 하얀 등대가 나오게 사진을 찍은 것만 봐도 등대가 꽤 커보이는데

역시 등대 바로 앞으로 가서 사진을 찍으니 우왕! 엄청 컸다.

예전에 강릉인가 속초에 갔을 때 방파제 쪽에 빨간 등대 봤던 게 무척 인상 깊었었다.

까맣고 회색빛의 커다란 방파제 돌과 검푸른 어두운 바다 색깔 그리고 새빨간 작은 등대가 귀엽게 느껴졌었다.

이 날 우도는 날씨가 흐려서인지 흐린 하늘, 검은 돌, 그리고 하얀 등대까지해서 무채색 느낌이 솔솔 나는데

그 앞에 노란색 사람은 어딘지 이질감이 느껴진다. ㅋㅋㅋㅋㅋㅋ

   

   

   

   

   



16. 

까만 돌 주제에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지, 물 빛은 또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비 맞으며 자전거를 타다보니 우비 살때 함께 산 삼선 슬리퍼에도, 종아리도 흙탕물이 좀 묻고는 했었는데

발을 담글 수 있는 물이 나오면 발을 넣고 시원한 우도 바다의 물을 느끼고는 했다. 

사실 무섭다보니 바로 바다에는 아니고, 저렇게 돌이 만들어놓은 작은 물 웅덩이정도?ㅋㅋㅋㅋ

엄청 작은 물고기들이 있었는데 내 발만 들어오면 후다닥!! 도망가기 바쁘다.



17. 

사람이 많았더라면 사람들 모인 곳 쪽으로가면 뭔가 볼게 있다는 의미로 알고 그 쪽으로 가면 될텐데

워낙에 사람이 없어서 우리만의 여유로운 자전거 여행이 되었다보니,

갈림길이 나오면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좀 으슥한 길이 보이면 그 길이 맞을지 조금 헤매기는 했다.

아무리 보슬비라지만 비가 오니까 종이로 된 우도 지도를 들고 다니면 젖어버리고..

그래서 감에 따라서 바닷길을 따라서 우도를 크게 돌자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바다 라인은 아니었으나 꽤 멋진 낮은 언덕길이 보였고 저긴 뭘까? 저기로 한번 올라가볼까? 했다.

이때만해도 그렇게 막 엄청 힘들진 않았다. 이때까지만해도... 하지만 이 직후에 바로 급격히 힘들어짐...

그냥 자전거타는 정도였고, 자전거 타면서도 여기저기 내려서 사진찍고 그랬기 때문에 뭐 저정도 언덕 쯤이야~ 이까짓거!

막상 올라갔는데 아무것도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없어 아무것도 없다고... 여긴 아니야...

허탕치고 다시 바닷길로 향해, 바다를 왼쪽 옆구리에 끼고 쭉 달렸다.



18. 

우도에 가기 전에 아주 간단히 인터넷으로 우도에 대해 알아봤을 때 꼭 가보라는 곳이 몇군데 있었다.

하하호호카페랑 또 하나는 마를린먼로 카페였는데, 하하호호 카페의 수제버거가 그렇게 맛있다더라.

하하호호 카페는 다음날 들려서 수제흑돼지버거를 꼭 먹기로 하고! 우도를 달리던 중 마를린먼로라는 카페를 발견했다.

사실 뭐 딱히 땅콩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었던 건 아니었고 자전거 타느냐고 목이 많이 말라서 들린건데

이왕 그래도 우도까지 왔는데 땅콩 아이스크림은 먹어보자 하는 마음에 갔다.

우도가 땅콩이 유명하고, 수제땅콩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고 하니 먹어는 드릴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땅콩 아이스크림은 별로였음. 뭐 누군가에겐 엄청 맛있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 유명하겠지.

근데 나랑 오빠 입맛에는 땅콩 알갱이가 너무 커서 좀 별로였다.

하얀 아이스크림 자체는 무척 맛있었으나 땅콩과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팍팍... 

   



19. 

우도 마를린 먼로 카페는 우도 하고수동 해수욕장 앞에 위치해있다.

사람이 없다보니 해수욕장도 텅텅 비어있었다. 무척 유명한(사진에서 많이 봤던) 해녀 동상이 있었는데

왜 보통 관광지 뭐 이런데에 가면 무슨 동상을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니 그런 말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동상을 만지지 않고 사진 찍었다. 만지지는 않고, 동상의 팔(?) 사이에 손을 넣는다던지...ㅋㅋㅋ

이때까지만해도 우린 딸이 낳고싶었으니까^^* 물론 아들이라는걸 알고난 지금은 입에 "우리 아들~"이 붙었지만..

아들일 줄 알았다면 가서 여기저기 막 만져볼걸 그랬다. 에잇!

우도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엄청 깨끗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모래가 엄청 부드러워서 발가락이 쑥쑥 빠지곤했다.

난 해수욕장이 그래서 좋다. 발가락 사이에 고운 모래가 들어가는 기분이 참 좋거든.

아,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도착했을때 보라돌이 세자매가 있었다.

우리 우비가 노란색이듯 친구들로 보이는 세명의 아가씨(?)들이 보라색 우비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우리처럼 미련하게 자전거를 타지는 않았다. 전동차를 타고 여유롭게... 하... 돈 많구나 너희들...?

넓은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노란 우비 입은 우리 두사람, 그리고 저~ 멀리에 보라돌이 세 자매가 있었고

근처 집에서 키우는 개인지.. 큰 개 한마리가 엄청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도 어디를 가도 개가 있었는데,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면 길 한복판을 그냥 막 여유롭게 다니던 개들.

해수욕장, 식당, 아이스크림 가게까지에도 있던 개들. 우도 개들은 유난히도 여유로워보였다. 우도는 개의 고향이었음.



20.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이어서 동안경굴, 우도봉 등이 등장하긴 했으나 전혀 단 한장의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떠나고 다시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즈음부터 빗방울이 굵어졌기 떄문이다.

처음 출발할 때만해도 보슬비가 오다말다해서 이정도면 자전거로 여행 다닐만 하다! 낭만적이니 뭐니 했던 우리였는데

빗방울이 굵어지다못해 앞이 안보일정도로 내렸고, 우비고 나발이고 속옷까지 다 젖고,

팔뚝과 허벅지에 닿는 빗방울이 심지어는 아프기까지 했다. 이 상태로 여유로운 우도 여행은 어렵다고 판단.

동안경굴 앞에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우도항까지 최대한 빠른 길을 알려달라고 부탁드려서 

그 때부터는 미친듯이 달리기만 했다. 동안경굴이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핸드폰, 지갑 등이 들어있는 가방을 우비 속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막 다 젖으니까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눈앞의 멋진 광경들은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레이싱이나 시합 수준으로 진짜 허벅지가 터져라 달렸다.

우도를 자전거로 처음 돌면 두시간 반정도에서 세시간까지도 걸린댔는데

우린 하고수동 해수욕장 이후로 미친듯 달려온 덕분에 한시간 반 안으로 우도를 모두 돌아버렸다. 

기껏 돈 내고 자전거 빌려놓고 시간을 마저 못채운 게 참으로 안타깝긴 했으나ㅠㅠ

그래도 우도의 절반 정도를 사람 하나 없이 어떤 누구보다 여유롭고 자유롭게 느꼈으니 이정도면 성공한 일정이다 싶었다.



21. 

렌탈샵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숙소에 가서 뜨듯한 물로 샤워하고,

비에 흠뻑 다 젖어버린 옷을 간단히 빨고나니 배가 고팠다. 그럴만도 했지. 자전거를 그렇게 미친듯 탔으니.

임산부는 자전거 타는게 위험하다고 하는데, 내가 타보니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듯. 그걸 타고 그렇게 달렸는데 멀쩡!

다만 그때는 배가 많이 안 나올 때라서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아, 임신 초기 자전거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지금은 걷기도 힘들고 가만히 앉는 것도 힘들어서 자전거는 무슨...ㅋㅋㅋㅋㅋ

배도 고프고, 밥은 먹어야겠고, 비가 오니 영업하는 가게들이 과연 있을까? 비수기에 사람도 별로 없어보이는 우도.

내가 우도에서 영업하는 가게 사장이라도 일찍 문 닫을 것 같은 날이었다.

불안한 마음 안고 차를 끌고 나갔다. 어디쯤에 있는 어느 가게가 문을 열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걸어가기 애매했음.

차를 끌고 우리가 자전거를 탔던 그 길을 천천히 이동하다가 문을 연 식당 하나 발견!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름다운 소풍(소풍 가는날)이라는 가게였는데 한라산 볶음밥을 파는 집이었다.

제주, 특히 우도에 가면 한라산 볶음밥을 꼭 먹어보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개이득을 외치며 들어갔다.



22. 

무슨 세트를 시켰던 것 같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전복과 함박스테이크가 나오고, 짬뽕 그리고 한라산 볶음밥이 나오는 메뉴였다.

버터구이 전복은 뭐 개존맛까진 아니었지만 전복이 전복맛이지 뭐 하는 맛이었고

스테이크는.. 어... 음... 다시 가게 된다면 아마 저걸 시켜먹진 않을듯. 맛없진 않았음.

이어서 나온 짬뽕은 제법 맛있었다. 비를 맞은 탓에 뜨끈한 국물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겠다.

꽃게도 들어있던 시원하고 칼칼한 매콤한 국물이 속을 달래주기 충분했다.

이어서 나온 메인 메뉴인 한라산 볶음밥은... 별로였다ㅠㅠ 이게 왜 맛있는건지 이게 왜 유명한건지 이해불가..

우리 입이 이상한가? 제주에서 유명하다는 식당들 중 특히 맛있게 느껴진 집이 거의 없었다.

여러모로 느끼해서 절반정도밖에 못 먹은 것 같다. 나중에 제주에 다시 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 때에는 한라산 볶음밥으로 아주아주 유명한 곳에 한번 다시 가서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나,

뭐 딱히... 안 먹어도 그만..

   

   



23. 

우리 두사람이 유일한 손님이었던 곳에서 배불리 먹고 나와서 식당 앞에 있던 개들 마주침. 

우도는 진짜 개의 고향인가. 어딜가나 개들이 가득하다. 큰개 작은개 가릴 것 없이 온통 개판이었음. 나는 행복!

   



24.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 잠시 들려서 마실 것과 야식으로 먹을 주전부리 조금 샀다.

펜션 들어가서 티비 켜놓고 깔깔대며 놀고있는데 펜션 밖이 제법 시끄러웠다.

아, 우도에 우리말고도 여행객이 있긴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다들 뭐했나? 왜 여행들은 안하고 펜션에만 있는거람?

뭐하나 보니 펜션 아래에 있는 바베큐장에 3테이블이나 있었다. 커다란 우산을 펴놓고 앉아서 고기들을 먹고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에 살짝 현기증 날 뻔했지만 비도 오는데 꼭 저렇게들 드셔야하나 웃겼다. 

오빠랑 나랑은 "저 바보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느냐고 바빴음.

비가 점점 세지고 바람이 많이 부니까 하나 둘씩 자리를 접고 들어가더라. 

오빠 우리도 내일 비 안오면 바베큐 먹는걸로 하자고 얘기했다.


25. 

그렇게, 제주에서의 셋째날, 우도에서의 첫날이 여유롭게 지나갔다. 

비가 올 줄이야, 사람이 이렇게 없을 줄이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우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일 줄이야.

우도에 오기로 한 우리가 너무 기특했다. 마지막날 숙로를 미리 예약하지 않은 것도 신의 한수였다.

우도가 너무너무 마음에 쏙 들어서, 다음날 우도를 떠나야했다면 너무 아쉬웠을 거다. 

제주 여행 4박 중에서 2박이나 우도에서 지내는 게 전혀 아쉽지 않았다.

한 3년 정도 뒤에 또 제주에 가기로 했는데, 그때도 우도에 이틀 이상은 꼭 있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우도가 아니라 제주 다른 곳에서의 2박도 좋았겠지만 어차피 겨우 4박일정으로 제주를 다 느낄 수는 없었을거다.

그치만 우도 2박으로 우리는 정말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 생에 정말 아름다웠던 우도 자연 속에서의 밤은 평온했다. 아! 날씨는 평온하지는 않았다.

새벽에 바람이 어찌나 불고 비가 엄청 오는지 파도소리에 빗소리에 바람소리에 제법 무서웠다.

우도의 주인인 개들 짖는 소리, 뭔가 엄청난 것들이 바람에 날려다니는 우당탕 소리, 창에 부딪히는 빗 소리..

맑은 날씨의 우도도 구경하고 싶었기에 내일은 날이 맑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셋째날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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