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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옵다

신혼여행 제주도 4일째 <우도>

1. 

우도에서의 이튿날은 맑았다. 해가 쨍하니 바람도 선선하고,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

전 날은 비가 오는데도 자전거를 타며 우도를 여행하다가 빗줄기가 너무 세져서 동안경굴쯤에서 그냥 막 달려서

숙소로 왔으니 오늘은 동안경굴부터해서 여유롭게 자동차로 여행하기로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우도도, 날씨가 맑은 우도도 모두 경험할 수 있으니 정말 완벽하구나!!

우도에서 눈 뜨는 아침은 정말 상쾌하고 기분 좋았다.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가기 전, 숙소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에 바라보고있는데

자연스럽게 있어보라고 사진 찍어주겠다던 신랑.

자연스럽게 찍어주겠다고 하니 더 부자연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듯.



2. 

아침식사를 하긴 해야하는데 뭐부터 먹어볼까! 전 날 찜해놓은 하하호호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우도에 가면 꼭 하하호호 카페에 가서 수제 흑돼지 버거를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신나게 갔다.

바다 바로 앞에 자리잡고있는 작고 귀여운 옛날 집이었다. 아침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벌써 많았다.

전 날 우도 여행할 때는 코빼기도 안보였는데, 다들 어디 있었던거임?

비온다고 다들 숙소에만 있었던건지. 이 날은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정말 맑은 하늘 아래 많은 여행객이 보였다.

   



3. 

메뉴판 사진이 좀 흔들렸다. 수제흑돼지버거 하나랑 수제딱새우버거 하나를 주문했다. 

수제딱새우버거는 매일 소량만 준비해서 판매한다고 하고, 수제흑돼지버거는 마늘과 땅콩 중에 고르는 거였는데

우린 땅콩보다는 마늘이 좋은 관계로 마늘 버거로 선택! 버거 하나당 1.5인분이라고 하는데 우린 2개 시켜서 가뿐히 다 먹었다.

반으로 잘라서 오빠랑 새우버거, 흑돼지버거를 반씩 나눠먹었는데 다 먹고나니 정말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사이즈도 엄청났지만 정말 맛있었다. "내가 새우버거다!!!" 라고 하는 듯한 맛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살며 먹었던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의 새우버거들을 다 불질러버리는 듯한 맛이었다.

우도에 다시 가게 되더라도 꼭꼭꼭 먹으러 가고싶은 곳 중에 하나! 역시 모닝엔 햄버거지!!

   

   



4. 

후식으로는 전날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한라봉 아이스크림! 전날 사먹었던 땅콩 아이스크림은 정말 별로였다.

한라봉 아이스크림은 엄청 달았다. 뭐 그럭저럭 맛있긴 했는데 나는 너무 달아서 그냥 그랬는데 오빤 꽤 좋아했음.

뭐 다음에 우도에 다시 간다면 꼭 먹고싶진 않지만, 한번쯤 다시 먹고싶긴 하다. 달았지만 그 맛이 자꾸 생각나.

   



5.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동안경굴로 이동 중에 오빠가 편의점 가느냐고 내린 찰나에 차에서 찰칵찰칵!

우도가 아름다워서 그런지 셀카까지 잘 나오는 기분이었다. 예뻐 보일 때 얼른 찍어야지 싶은 마음에 엄청 찍어댐.

제주 여행 와서는 아무래도 풍경에서 전신 사진 위주로 찍다보니 셀카가 별로 없었다.

우도에서 아침식사로 하하호호 수제 버거 먹을때는 아침 이른 시간이라 화장도 안하고 나가서 먹었었는데

버거 먹으러 온 수많은 예쁜 관광객들을 보고나니, 아.. 나도 얼른 화장 해야겠구나... 

또 오늘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면 사진도 많이 찍을텐데 화장은 해야지. 암, 그럼그럼. 재빨리 화장함ㅋㅋㅋㅋㅋㅋ

   

   

   



6. 

우도 검멀레 해수욕장, 그리고 우도 동안경굴. 검멀레 해수욕장은 검은 모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보통 해수욕장은 황금빛인데 여긴 모래가 정말 검은색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말도 안되게 멋진 광경에 넋을 잃었다.

사람이 돈을 아무리 많이 쓴다해도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지. 티끌 하나 없이 맑은 하늘도, 저 푸른 빛도!

저 멀리에는 말들이 보이고, 이 곳은 정녕 우리나라인가? 내가 살면서 보아온 수많은 풍경 중 단연코 일등이었다.

검멀레 해수욕장으로 내려가기 전, 오빠 사진을 찍어줬는데 오빤 농사꾼처럼 보인다. 우도 현지인인줄..



7. 

우도 현지인과, 우도 현지인에게 시집 온 동남아 여인같은 모습으로 사진도 찍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같이 서서 사진 좀 찍을걸 싶었다.

남들은 다들 셀카봉에 삼각대에 들고 다니던데 무식한 우리는 그냥 팔을 쭉 뻗는 게 전부였다. ㅋㅋㅋㅋㅋ

신혼여행 출발하기 전, 공항에 가는 길에 우리 아빠한테 잔소리 들었던 게 생각나면서 아, 역시 아버지는 현명하구나 싶었다.

여행가는데 옷가방이 왜 그거밖에 없느냐, 가서 사진도 안 찍느냐, 그래도 신혼여행인데 예쁜 옷을 들고가서 찍어야지 않느냐,

삼각대나 셀카봉은 챙겼느냐 너네는 뭐할라고 가는거냐, 도대체 뭘 챙긴거냐 하셨는데... 정말 챙긴게 없더라 우리는! ㅋㅋㅋ

   



8. 

자, 이제 나도 찍어줘!!! 나를 찍어주라고!!!!! 나를 찍어주는 척 하면서 셀카를 찍은 오빠. 

바람에 날려 얇은 미역줄기가 된 당신의 앞머리까지 사랑할게. 그러니 이제 나를 찍어줘.

제주 하면 바람이 강한 곳인만큼 날씨는 억수로 맑은데 바람이 꽤 셌다.

해는 쨍쨍 땀이나는데 바람이 차지는 않았지만 엄청 나서 머리카락이 주체를 못하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9. 

촌스러운 관광객 포즈로 사진을 찍고나서 계단을 내려갔다. 검멀레 해변이구나!

우도에서 유명한 2개의 해수욕장이 바로 서빈백사와 검멀레 해변이라고 한다.

우도 동남부 쪽 조일리 해안에 있으며 100m 정도의 길이로 우도봉 아래에 위치한 작은 해변이다.

화산재로 만들어진 모래가 해안 사구로 남아 검은 모래사장이 만들어진게 바로 검멀레 해변이다.

검멀레에서 검은 걷다의 준말이고 멀레는 모래가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검멀레라는 명칭은 해안의 모래가 전부 검은색을 띄고 있는데서 지어졌다고 한다.

이건 좀 뜬금없는 소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검은색보다는 하얀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애완 동물을 키울 때에도 검은색보다는 하얀색을 선호하다보니 검은 색의 개들이 입양이 잘 안되고는 한다.

그렇다보니 검은색 개가 얼마나 예쁜지를 선전하는 공익 광고였나 뭔가도 본 기억이 난다.

뜬금없는 소리였지만 개든 고양이든 이렇게 자연이든, 검은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가 놓치는 것 같다.

엄청 부드럽고 고운 검은색 모래는 마치 게임 풍경이나 영화 풍경에서나 볼듯한 그런 풍경이었다.

오빠가 날 찍어줬는데 참 바보같은 표정으로도 나왔다. 날이 맑아져서 사람이 전날 보다는 훨~씬 많았지만

그래도 비수기는 비수기라 아주 많지 않아서 참 좋았다. 다시 오더라도 꼭 비수기를 노려서 오기로 다짐했다.

사람들이 별로 없다보니 오빠 사진사는 "재밌게! 재밌게~!"를 외쳤고 나는 힙업(되지 않은) 뒷태를 보여줬다.



10. 

해변 끝에는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동굴이 있다. 이게 바로 동안경굴!

돌구멍, 해식동굴, 고래굴, 코구멍동굴이라는 별명을 가진 동안경굴은 동굴 안의 동굴로 된 이중동굴이다.

이 동굴은 우도 팔경 중 한 곳으로 밀물 때는 동굴의 윗부분만 보이지만 썰물이 되면 서서히 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썰물 때만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때마침 썰물!!

전하는 풍속에 이르기를 신령한 용이 있는 곳이라서 7,8월 사이에 고기잡이 배는 이곳을 갈 수가 없는데

만약 갔다면 큰 바람이 일고 천둥과 비바람이 쳐서 나무를 뽑아내고 곡식을 망가뜨린다.

맞은편 해안인 오소포 등에서도 북소리, 악기소리, 닭이나 개 짖는 소리를 금해야 하는데

만약 금하지 않으면 바람과 벼락의 변이 생겨난다고 한다.



11. 

검멀레 해변 주변에는 우도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우도보트 선착장이 있었다. 

보트를 타고 우도를 돌면 평지에서는 못보는 풍경까지 가까이 가서 구경시켜준다고 하는데

요금이 만원인가 그렇다고 한다. 보트까지는 관심 없는 우리는 직접 동굴 구경으로 만족하기로!

동굴에 들어가기 전에도 사진을 엄청 찍었는데 어디서 찍어도 풍경이 아름답다보니 그냥 건너뛸 수가 없었다.

나는 아주 잘 찍어주는 멋진 사진사인 남편이 있어서 참 기쁘다. 

물론, 예쁘게 찍어주시기도 하지만 이상한 포즈를 요구하는 오빠 덕분에 요상스럽게 다리를 쭉 뻗어서 모델 포즈도 하고...

나중에 라준이가 좀 커서 사진을 보고 "엄마 왜 저런 포즈를 했어?" 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하지.. 민망하다..

   

   



12. 

검멀레해변에서 사진을 다 찍고 바로 옆 동안경굴로 걸어들어가봤다.

들어가도 되는걸까 싶었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봐야지!하고 들어갔다.

포스팅 하는 지금에서야 썰물 시간 동안에만 들어갈 수 있는 행운이었다는 걸 알았다. 

동굴 입구에서 오빠 사진을 찍어줬는데, 역시나 오빠의 고정 포즈인 바지 지퍼내리는 변태 포즈가 나왔다.

그런데!! 이 날 아침, 오빠 속옷이 마른 게 없어서 속옷 없이 바지만 입었던 걸 까먹고 있던 오빠는

바지 지퍼를 내리다가 본인이 팬티를 안 입고 있다는 거에 놀래서 황급히 올렸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때 정말 바보같았다. 동굴 입구에 천장쪽? 위쪽에서 물방울 같은게 뚝뚝 떨어지는데 그게 신기하다고 한참을 쳐다보던 오빠.

나랑 있을 때는 엄청 든든한 보호자이고, 멋진 남자인데 이렇게 대자연 앞에서 신기해하고 놀라워하는 오빠 모습은

마치 어린 아이같고 소년 같아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나는 우도에서의 이 여행이 더욱 행복했다.

   

   



13. 

동굴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다는게 정말 놀라웠다. 물은 무척 차가웠고,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웠다.

아름답다 그 이외에 어떤 표현이 가능할까 싶을정도로 그냥 막 아름다웠다.

   



14. 

겁쟁이인 나를 위해 오빠가 먼저 앞장서고, 오빠가 밟은 길들을 따라서 가는데 내 자세는 똥싼자세...

엉거주춤, 옴싹달싹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그런 자세가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로 내가 움직이는 사진들은 저렇게 찍혀있다. 다리가 너무 길어서 그런걸까? ^^ 하하하하하하하핳

동굴 안에는 "머리조심" 이라는 안내판도 붙어있었다. 머리 뿐 아니라 미끄러우니 바위도 조심해야할듯..

어두운 동굴 속에서 동굴 사이의 빛을 발견한 그 순간은 마치 영화에서 어떤 엄청난 곳을 발견하는 듯한 그런 느낌?


15. 

동굴 안을 들어갔다 나왔지만 다음 장소로 떠나기가 쉽지가 않았다.

너무 아름답고 멋진 이 곳을 그냥 계속 바라보게되었다. 너무 멋지다, 너무 아름답다를 계속 외치며

오빠에게 초근접 접사까지 찍히고 말았다. 멋진 바위 옆에 동그란 얼굴 하나를 합성한 듯ㅋㅋㅋㅋㅋㅋㅋ




16. 

짧고 굵은 다리로 열심히 뛰어넘어다니는 신랑. 너무 귀여웠다. 이제 곧 당신을 닮은 아들내미가 태어나겠지.. 뜌둥!!

그림으로 차마 그릴 수도 없고, 조각할래야 조각할 수도 없을 멋진 자연 속에서 울 신랑은 꼬꼬마 아이가 되었다.

나한테는 너무 커다란 사람인데, 저 앞에 서있으니 당신이나 나나 둘다 작은 생명체일 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아름다운 대자연 앞에서 오리궁댕이 포즈와 피가 거꾸로 솟을 뒷태 포즈를 보여주던 신랑. 너무 멋져... 하핳..하...

   

   

   

   

   

   

   

   



17. 

떠나기 직전까지도 계속 사진을 찍었다. 남는 건 사진 뿐이라지만 이렇게 멋진 풍경은 담아낼 수가 없다.

좋은 사진기를 쓰더라도 담아낼 수 없는 색감과 웅장함이다. 물론 좋은 사진기를 가져가지도 않았다.

나는 이 멋진 전체 모습과 오빠를 다 담고싶어서 파노라마로 찍었는데 오빤 점 찍은 것 처럼 작아보인다.

그래도 정말 멋있어요 신랑! 촌스러운 빨간 체크 셔츠에 이상한 길이의 바지를 입고있는 네가 너무 귀엽다.

   



18. 

동안경굴과 검멀레해변을 떠날 수가 없어서 한참을 사진찍고 걸어다니다가

마지막으로 검멀레해변의 부드러운 검은 모래를 만져보고 올라왔다.

검은색이라서 벌레 생각이 나기도 하고, 이거 깨끗한걸까 싶기도 한데 정말 너무너무 부드럽고 고왔다.

진짜 성수기에 해수욕으로 가게 되면 햇빛에 비춰진 검은 모래를 맨발로 밟으면 더욱 아름답겠다 싶었다.



19. 

검멀레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계단을 올라왔는데 왜 떠나지를 못하니ㅠㅠ 왜 떠날 수가 없니ㅠㅠ

이 아름다운 우도야ㅠㅠ 우릴 떠나보내줘ㅠㅠ 다음 코스로 구경가게 해줘ㅠㅠ

아까 봤던 곳이고, 사진도 찍었던 곳이지만 또 찍고 또 찍고 또 찍고!!



20. 

그렇게 드디어 동안경굴은 다음 우도에 왔을 때 가족들 모두 데리고 꼭 다시 들리기로 하고 떠났다.

바보같지만 우리 둘은 정말로 동안경굴을 바라보며 "다음에 또 올게~ 3년 뒤에 올게~" 라고 얘기하며 손을 흔들었다.

왼쪽 아래에 배를 댈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 보였고 저기도 내려가볼까해서 내려가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

그래, 저기까지 내려가진 말자.. 조금 지쳐... 다리 아포...

나는 멋진 풍경을 볼 때, 양손으로 네모를 만들어서 앨범 테두리가 되듯 사진을 담아내는 습관이 있다.

예~전에 오빠랑 처음 여행갔을 때도 그러고 있었는데, 오빤 그런 내 모습을 좋아했었다.

포스팅 하다보니 그때 생각도 난다. 우리에게 설레고 풋풋했던 첫 여행도 있었지. 그리고 제주로 신혼여행이라니!



21. 

제주도 동쪽끝에 위치한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있다고 하여 우도봉 또는 쇠머리 오름이라 불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도의 봉우리라 하여 우도봉이라 칭한다. 우도봉에 못가봤다면 우도에 가봤다고 말하면 안됨.

아래에서 보기로는 꽤 높아보이고 가파러 보여서 겁부터 났다. 나는 정말로 "저기 꼭 올라가야해..?" 라고 했고,

이 정도는 올라가보자는 단호한 신랑에게 이끌려 실제로 올라가보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좋은 풍경과 맑은 공기 덕분일까, 바닷 바람 덕분일까 땀도 거의 안났고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제주에는 뭐가 유명하다더라 어디를 꼭 가보자, 우도에는 뭐가 유명하다더라 뭐 이런 사전 정보나 계획이 전혀 없던 우리인데,

그렇게 무계획 치고는 우도 곳곳을 다 누비고 다녔고, 가장 유명하고 꼭 가봐야 하는 우도봉까지 올랐으니 성공한 여행이다!

올라가는 길은 말도 안되게 아름다웠다. 이게 뭐야. 이거 지금 현실인가? 싶을정도로 아름다웠다.

"이게 모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말이 막 돌아다녀?!!ㅋㅋㅋㅋㅋㅋ으하하핰핰" 올라가는 내내 이렇게 웃고 떠들었다.



22. 

어마어마한 저질체력인 내가 올라가기에도 수월했고,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들도 많았다.

오빠 우리도 라준이 태어나면 라준이랑 같이 여기 꼭 오자고 얘기했다. 물론 녀석을 업고 올라가는 건 힘들겠지만.

번갈아가면서 케어하면서 올라가자. 그때도 꼭 우도봉엔 올라가자. 이 멋진 곳에 꼭 다시 오자!

올라가는 내내 수다 떨며, 풍경 구경도 하고, 종종 멈춰서 사진도 찍었다. 

우리가 뭐 동네 뒷산 오르는 것도 아닌데, 빠르고 강하게 오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럴 수도 없었다. 조금 걷다보면 너무 아름다워서 멈추게 되고, 또 조금 걷다보면 너무 멋져서 넋을 잃고말았다.



23. 

여기저기 고개를 이리 돌려 저리 돌려 구경하다가 목이 빠질 뻔 하기도 했지만 (하하하하 하이 조크)

올라가는 오른쪽은 깨끗한 바다가, 위로는 청명한 하늘이, 왼쪽으로는 초록빛 풀들이 가득했다. 

군데 군데 네발달린 멋진 짐승 말들도 보이고, 비수기라 사람도 별로 없으니 진짜 우리세상이었다.

해는 쨍하니 따듯한데, 바람이 선선히 불어오니, 옷이 펄럭펄럭 귀여운 똥배를 자랑하며 사진도 찍었다.



24. 

이 사진만 잘못보면 마치 엄청 올라가기 힘들어서 잡고 올라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었고..

바람에 모자가 자꾸 날아가려해서 모자를 붙잡으려 애쓰는 상황이었다. 

모자 날려, 머리카락 날려, 옷 날려서 배 보이고, 아주 그냥 바람에 정신을 못차렸다.

근데 그 바람이 싫게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라 기분좋게 선선하게 불어오다보니 웃음이 떠날 줄을 모름.



25. 

여기는 우도봉의 중간쯤 되는 높이였다. 여기까지만 올라오고 다시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벤치에 앉아서 쉬고있는 사람들 반, 사진 찍는 사람들 반. 우리는 벤치에 앉진 않았고 사진 좀 찍다가 다시 올라갔다.

등산의 느낌이 아니라 그저 산책의 느낌으로 가볍게 오르다보니 몸도 마음도 모두 좋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까지 올라가보지 못하는 건 정말 바보들이나 하는 거라 생각이 든다.

3년 뒤 라준이와 함께 가더라도 꼭 정상까지 올라가봐야지. 라준아 징징대면 안된다. 우린 올라갈거다. 알았느냐?

"오빠, 내가 저~기서 걸어올테니까 자연스럽게 예쁘게 찍어줘!!" 실패.



26. 

우도봉 오르는 건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진짜 금방. 그냥 오르면 20분도 안걸릴 것 같다.

하지만 이 멋진 광경들을 놔두고 어찌 그냥 슉슉 올라가리오? 그건 바보짓이오!!!

올라가다보면 성산일출봉도 볼 수 있다. 날씨가 흐리면 흐리게 보이고 맑으면 선명하게 보인다.

우도 첫째날인 전 날은 날씨가 흐려서 성산일출봉을 흐릿하게나마도 거의 안보였었는데 이 날은 잘 보였다.



27. 

정상에 오르면 더이상 가지 못하는데, 내려다보는 우도의 모습은 아래에서 바라본 우도의 모습과 천지차이다.

우도에 갔는데 우도봉에 오르지 못한 사람은 정말 안쓰럽다. 바보들. 키득키득. 물론 우리도 우연히 갔습니다만은..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의 끝판왕은 바로 우도봉이었다.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위엄.



28. 

또 등장한 농사꾼 아저씨와 동남아 아줌마. 국제 결혼 느낌 팍팍 남.

멋진 우도봉 풍경에 우리 두 찌질이를 합성 시켜놓은 듯한 어색한 사진이다.

오빤 탈모가 너무 심해보이니까 이 사진들은 지워달라고 했지만, 헹!! 지워주지 않아!

   

   

   



29. 

우도봉에 오르기 전 샀던 얼음물을 벌컥벌컥!! 밑에서 물 사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우도봉을 오르는 길이 전혀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목은 마르니까 물은 꼭 챙기기를.

앙대... 자기야.. 코 파는 거 아니야.. 앙대앙대... 

   



30. 

어쩌다보니 우도에서 인생사진을 여럿 건졌다. 청순청순.

내 눈에만 그래 보일지 모르지만 이정도면 인생 사진.

인생 풍경에 인생 사진이라니, 뭐 더이상 뭐가 필요하겠나 싶을 정도의 멋진 순간들이었다.



31. 

정신나간 임산부 한명이 미쳐서 뛰어갑니다... 임신 초니까 조심해야하는데, 제주 특히 우도에서는 정신을 놨다.

미안해 라준아, 엄마가 너무 즐겁고 행복했단다. 내가 기뻤으니 너도 기뻤을거야... 그렇지...?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우도봉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왼쪽 길로 올라와서 오른쪽 길로 내려갔는데 둘다 편했다.



32. 

우도봉 정상에서는 우도 전체가 다 내려다보였다. 참 작고 귀여운 섬이다.

이렇게 멋진 바다에 초록빛에 둘러쌓여있으니 여기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또 맨날 살다보면 너무 익숙해져서 그렇게 좋지는 않으려나? 그래도 도시 건물에 차에 사람만 적은데도 참 행복해보였다.

작고 낮은 집들도 정겹고, 자유로워보이는 말들도 좋아보였다. 내려가기가 아깝고, 더 오르고 싶었지만 여기까지였다.



33. 

우도봉에서의 감격스러움을 뒤로하고 이제 내려가는 길.

우도봉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참 잘 만들어놨다. 물론 우도봉 자체를 사람이 만든 건 아니니 그런 말은 아니구.

올라오고 내려가는 길에 양쪽에 튼튼하게 만들어놓은 펜스도, 흙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에 깔아놓은 것도.

우도의 배려에 아, 이러니까 좋은 관광지구나 싶었다. 사람을 모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이렇게 멋진 곳에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것도 참 훌륭했다.



34. 

"자기야 멋지게 내려가봐. 풍경과 함께 사진 찍어줄게."

그런데 왜저렇게 어정쩡한 자세를 하고 있는건지...? 내려가는 게 아쉬운건지, 지친건지 표정이 알쏭달쏭하다.

우도봉 안녕!! 3년 뒤에 다시 올게!! 그 때 까지 이 멋진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어줘!! 라준이랑 같이 손 잡고 올게!!

우도봉 주변에는 우도등대공원, 방사문, 항로표시체험관, 야외공연장, 외국인 등대마을, 한국의 등대마을 등등 있다고 한다.

우리는 우도봉 이후에 점심 식사를 하러 슝슝! 다른 곳들은 다음에 왔을 때 다시 들려보기로~

우도봉에서 여유로운 행복한 시간 보냈으니, 이걸로 대만족!!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우도봉 내려오는 길에 우도 땅콩을 샀다. 시식해봤는데 오오 완전 맛있어서 가족들 주기로! 역시 우도 땅콩이 최고구나!

   



35. 

우도봉을 내려와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뿔소라와 해삼을 반반 시키고, 칼국수를 시켰는데 와!!! 핵노맛!!!

어디였는지 식당 이름도 기억이 안나지만 맛이 없었다. 그제서야 우도 맛집이라고 검색 해보니 우도에는 맛집이 별로 없댄다.

뭐여... 그래도 해삼 좋아하는 나는 그나마 해삼이랑 뿔소라 조금 집어먹다가 그것도 다 못 먹었다. 돈 아까움!!

칼국수도 이게 뭐야 싶을만큼 맛이 없었다. 관광객들이 먹을게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뭐!

다음에 우도 갈 때는 숙소에서 직접 해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취사가 가능했으니까 다음에는 쌀이랑 김치랑 먹을 거 좀 싸가서 해 먹는 걸로!!!

   

   



36. 

점심을 먹고 나서는, 어제 오늘로 우도를 두바퀴나 돌았으니 이제 여유롭게 마지막 날을 보내기로했다.

서빈백사 해수욕장은 하얀 돌모래가 가득하다. 홍조단괴로 이루어진 모래사장이라서 맨발로 돌아다니기에는 사실 좀 아팠다.

이미 슬리퍼 안으로 잔뜩 들어간 돌모래를 빼내기 바빴고, 걷기에 아팠으나, 궁댕이 붙이고 주저 앉아서 바닷 바람을 즐겼다.

예쁜 돌모래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색감 찾기 놀이에 한참 푹 빠져있었다.

우도8경 보트 투어도 있었는데 "보트 탑니다~" 라는 멘트를 엄청 크게 하며 장사하는 모습을 봤는데 손님은 없었다.

검멀레해변 동안경굴 보트 투어도, 서빈백사 보트 투어도 별로 안 내킨 우리는 관심도 없긴 했으나

용돈 많이 가져간 젊은이들이나 아이들 데리고 간 사람들은 한번쯤 타본다고는 한다. 보트 투어도 제법이라고 하니깐.



37. 

항상 버켄스탁 샌달만 신고다녔더니 내 발은 저렇게 못난이 자국이 생겼다.

서빈백사 모래 가루를 뿌리며 장난치는 신랑.

   

   

   

   



38. 

껌 씹고 있어서 오빠 입이 날탱이처럼 보인다. 

오빤 사진찍자고 하면 늘 저렇게 일부러 화난 표정? 같은 걸 짓는다. 이상한 사람일세.

   

   

   

   

   



39. 

사실 우린 여기가 서빈백사인줄 몰랐다. 포스팅 하는 지금에서야 알게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곳인 줄 알았더라면 더 기쁜 마음으로 둘러보았을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었다.

사람도 별로 없고, 발바닥은 좀 아프고.. 사진을 좀 찍어볼까 했는데 미친 바람에 머리카락이 주체가 안된다.

깡패 포즈로 사진을 찍었는데 저 리얼한 표정을 좀 보게나. 하핫! "야 돈있냐?"

   



40. 

서빈백사에서의 마지막 사진을 끝으로, 신발 속의 돌모래를 슉슉 털어주고, 서빈백사를 나와서 차를 타고 이동!

전날 밤에 비가 오는데도 숙소 아래 바베큐장에서 고기를 구워먹던 사람들이 내심 부러웠던 나는 오빠를 졸랐다.

우리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럴때 바베큐 해보자고 조르고, 오빠는 "굳이...?" 를 반복했다.

타고 하나로 마트에 갔다. 우도에 하나로마트와 그린마트가 꽤 크게 있었다. 하나로마트에서 냉동 돼지고기 구입!

오빠는 고기를 많이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파는 냉동 삼겹살 중 가장 적은 그램으로 되어있는 녀석으로 골랐다.

이 때는 몰랐지... 그토록 맛있을 줄을... 더 많이 사올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하.....

삼겹살을 사고서 쌈장과 깐마늘, 햇반, 깻잎, 소세지까지 샀다. 새우를 좀 사서 구워먹고싶었으나 너무 비싸서 실패!

그린마트에도 들려서 음료수와 소주를 겟! 하고 숙소로 이동 슝슝~

숙소 관리인께 바베큐 이용 1시간 전쯤에 미리 부탁하면 바베큐 이용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저녁 시간에 맞춰서 6시반쯤 이용하고싶다고 얘기를 하고 숙소로 올라가서 잠시 쉬었다.



41. 

바베큐장으로 내려와보니 오잉? 이게 뭐지 싶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저 그릴은 뭔지 알겠는데, 오잉? 저 돌은 뭐람? 일단 가져온 것들을 테이블에 세팅!

이게 뭐지 싶어하는 표정의 오빠와 아무 생각없이 고기 구워먹을 생각에 그저 신난 라연.

   



42. 

본격적으로 고기 파뤼 시작!! 고기 파티다 고기 파티!!!

아까의 '이게 뭐지?' 싶었던 표정은 사라지고 기대감이 가득가득!!

돌 위에 올리기 전에 숙소 관리인께서 한번 초벌을 해줬다. 초벌 된 고기가 우리 돌 위에 올라왔다. 하악!

우도에서는 옛날에는 이렇게 돌 위에 구워먹었다고 한다. 그러면 기름도 쫙 빠지고 고기가 맛있게 익는다고 한다.

저 돌을 가지고 나가면 경찰서 가야한다고 하더라. 귀한 돌 같으니라고...

고기 올리고, 버섯과 소세지도 올렸다. 김치와 마늘도 한쪽에서 구웠다.

고기를 더 사올걸, 아쉽고 또 아쉬웠다. 전날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왜 바베큐를 구워먹었는지 이해가 팍팍!!

우리도 이 맛을 일찍 알았더라면 진작에 구워먹을걸... 삼시 세끼를 다 이렇게 먹을걸!!!

괜히 비싼 돈 주고 해삼 먹었어!!! 으아!! 후회 후회 후회!!!!!!!!! 완전 후회!!!!

다음에는 고기를 왕창 사야지. 고기를 왕창 사서 우도에 있는 내내 삼시세끼를 다 저렇게 먹을거다. 히힣.

우도에 가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갔던 다올펜션 숙소에 가는 사람들은 무조건 저거 먹어라 무조건 무조건! 꼭! 반드시!!

참 이상하다. 정말 저 돌 때문인지, 야외에서 구워먹어서 그랬는지, 그냥 마트에서 산 냉동 고기였는데 너무 맛있었다.

진짜 인생 고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존맛이었다. 핵존맛. 고기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너무 훌륭했다.

고기 비전문가인 오빠도 너무너무 맛있다고 극찬에 또 극찬. 물론 나 구워주느냐고 많이 못먹은 오빠에게는 너무 미안..ㅠㅠ

   

   

   


43. 

너무 일찍 저녁 식사를 한건지 우리가 바베큐 해먹는 동안에는 우리팀만 있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다 먹고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도 사와서 그것마저 다 먹고 밤이 점점 어두워지니 사람들이 스멀스멀 바베큐를 해먹으러 나왔다.

아, 우리가 너무 일찍 먹었구나.. 이미 먹은 고기인데도 다른 사람들의 고기 냄새에 또 한번 현기증 날 뻔했다.

고기 먹고, 주전부리 먹으며 술 한잔을 하신 울 오빤 금방 쓰러졌다. 제주에서의 우도에서의 마지막 밤인데.. 왜 자는거냥?

일어나라 일어나라 나랑 놀자 놀자 놀자ㅠㅠ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 깊은 잠에 빠진 백설왕자 옆에서 혼자 놀았다.

그렇게... 오빤 잠들고 혼자 놀던 나도 잠들고, 우도에서의 마지막 밤도 잠들었다. 

내일이면 이 멋진 우도, 제주를 떠나 다시 서울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믿고싶지 않았다. 아쉬워서 잠이 오지 않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