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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준일기

엄마의 일기

아주 예전에도 본적이 있었던 엄마의 육아일기를 다시 보게 되었다.

임신 전에 봤던 것과 임신 중인 지금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다. 더 크게 다가온달까...



1993년 7월 17일 / 오후 6시 45분 / 키 49cm/ 몸무게 3.0kg



내가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쓰신 일기. 예전과 다르게 지금에서야 다시 읽어보니 참 짠한 부분들이 많다.

재밌기도 하고, 엄마가 생각나서 씁쓸해지기도 하고 많은 생각들이 든다.




* 1993년 3월 3일 수요일. 흐림.

요즘들어 아가가 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동이란 것이 이렇게 흥미롭고 신기할 수가 없다.

태동을 느낄때마다 우리 아기가 잘 자라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어제부터 지금까지 내가 느낄만큼의 태동이 없었다.


* 1993년 4월 7일 수요일. 바람 많이 불고 꽃샘 추위.

아가야 어제는 병원에서 엄마랑 아빠랑 같이 너를 보았단다.

엄마는 너를 몇번 초음파로 봤지만 아빠는 처음으로 너를 본거란다.

너의 얼굴. 노,코,입,심장,팔,손가락,다리,발가락.. .

자세히 보았지만 그래도 우리 아기를 옆에 뉘어놓고 보고 싶단다.

우리 예쁜 딸. 그리고 네가 딸이란 사실도 어렴풋이 어제 알았단다. 26주.



* 1993년 6월 23일 수요일.

우리 예쁜 아가를 볼 날이 점점 가까와지고있다. 오늘도 병원에 갔다왔는데

네가 건강하게 자란다고 하니 무척 기쁘다.

엄마랑 만나는 그 날 까지 건강하게 자랐다가 엄마랑 만나자꾸나.


* 1993년 7월 11일 일요일. 장마철, 비.

어제가 예정일이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랑 아빠는 우리 아기가 무척 보고싶은데

우리 아기는 아직까지 세상 구경, 엄마 아빠 얼굴을 보고싶지 않은가보다.

엄마는 우리 아기를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 100일이 되서는 너무나 예쁜 아기로 변했다. 

그동안 안 예뻤다는 소리에요 엄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육아를 시작하면서 백일의 기적이라는 게 있다던데, 역시 우리 엄마도 백일동안 너무 힘드셨던걸까.





* 라연이는 땡깡쟁이였다. 놀다가 신경질이나면 마구 소릴 지르는 것이였다.

* 라연이는 안아주면 이쪽 저쪽 아래 위를 보느냐고 엄마가 힘이 들었다.

* 라연이는 보행기를 무척 잘 탔어요. 엄마가 박수를 치면 라연이는 겅중겅중 달려오곤 했어요.

ㅋㅋㅋㅋㅋㅋ나는 땡깡쟁이였다고 한다. 이제사 생각하면 내가 참 못됐다. 하지만 엄마, 저는 기억이 안나요~~

어려서부터 호기심 대마왕이었던걸까. 여기저기 둘러봤을 어린 내가 떠올라서 참 웃기다.


* 라연이는 백일 치루고 장염으로 병원에 9일동안 입원을 하였다. 머리에 링거를 꽂고, 손에도 꽂았다.

* 라연이는 목욕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라연이가 싫어하는 것은 코 만지는 것이다.

아마 코가 낮아서 만지는 걸 싫어했던 건 아닐까? 우리 라준이가 날 닮아 코가 낮으면 안 될텐데 걱정이다.

내가 장염에 걸려서 입원했다는 얘기는 아빠한테도 많이 들었었다. 그냥 그랬나보다 했었는데.

라준이가 겨우 백일되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다고 생각하면 참 아찔하다. 이제 나도 엄마가 되는걸까.


* 라연이는 차를 타고 다녀도 잠을 잘 안잔다. 밖에 차들, 사람, 볼 게 많아서 잠을 못잔다.



* 라연이는  엄마가 만들어 주는 이유식을 무척 좋아하였다.

엄마랑 아빠랑 밥을 먹으려면 라연이를 피해다녀야 했다.

* 이젠 배밀이도 제법 한다. 그러나 오래는 하지 않는다. 힘이 들어서 싫어한다.

* 라연이는 발 잡는 행동을 너무 잘한다. 발 잡고 놀면 순해진다고들 하는데

우리 라연이는 아직도 순한 아기는 못된다. 



* 제법 잘 앉는다. 과자를 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버린다. 과자뿐 아니라 밥도 참 좋아한다.

* 라연이는 밖에 나가면 모두들 남자 아이라고 한다.



* 새우깡을 주면 아주 맛있게 먹는다.

* 아빠를 좋아하면서도 아빠를 보고도 잘 안가려고 한다. 여자들은 좋아하는데 남자들은 싫어한다.


* 맛있는 것은 손을 뒤로 감춘다. 아니면 엉덩이를 뒤로 슥슥 밀어서 돌아버린다.


*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뺏으면 울기도 하고 기를 쓰고 뺏으려 한다.

* 라연이는 밥도 잘 먹는다. 밥 뿐 아니라 먹는 것이라면 다 좋아한다.


사소한 거 하나까지도 다 적은 우리 엄마. 

나는 라준이에게 손으로 쓴 태아일기나 육아일기는 없지만 블로그를 꾸준히 하며 기록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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