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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준일기

30주 라준에게

라준아!


어째 오늘은 태동이 별로 없다? 너도 너무 추워서 웅크리고 있는거니?

어찌나 추운지 이 곳에서 함께 겨울을 날 생각에 엄마랑 아빠는 벌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너는 시원하게 자라야 하니까 너에게 아주 추운 곳은 아닐지 모르지만

너를 낳고 엄마는 산후조리를 해야하는데 오들오들 떨게 될까봐 걱정이야.

그래서 본격적으로 겨울 커튼도 알아보고 있어. 엄마는 너무 어두운 색은 싫은데, 넌 어떤 패턴이 마음에 드니?

우리집은 오래된 주택이야. 넓은 창에 베란다에 조용한 동네에, 엄마는 이 동네에서 라준이랑 지낼 날들이 기대되.

물론 우리가 언제 이사가게 될지 모르다보니 너는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엄마는 이 곳에서 너랑 지내고 싶다.

따듯한 느낌을 주는 지금 이 집에서 우리 가족들이 오순도순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그치만 언젠가 이사를 가게 되더라도 라준이랑 함께 지낼 우리 집은 따듯한 공간으로 잘 알아볼거야.

우리 집은 오래 된 주택이라서 꽤 추울거란다. 그치만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어. 그치? 얼른 겨울대비를 해놓을게!

아무리 추워도 우리 만나서 따듯하게 오순도순 지낼 수 있을 거야. 걱정말아라.


라준이는 엄마 뱃속에 이제 30주 정도가 되었어.

엄~청 많이 컸구나. 이제 두달 정도 뒤엔 우리가 만나게 될거야.

엄마는 요즘 출산용품을 정리하고 있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데 어렵고 또 어려운 일이란다.

엄마 아빠 마음으로는 제일 좋은 거 사주고 싶은 욕심이 들지만 그건 엄마 아빠 욕심이란 거 알아.

나중에 라준이가 커가면서 네가 직접 선택할 수 있을 때 그 때 더 좋은 것들로 함께 하자.

아주 비싸고 좋은 그런 것들로 너를 맞이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좋은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란다.


이제 우리 아가는 무척 무거워져서 엄마가 몸을 가누는 게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

누워서 움직일 때도, 앉아 있을 때도, 어떤 동작을 해도 허리가 많이 아프단다.

너희 아빠는 "라준이가 이제 나올 준비를 하나보다." 라고 하셨어.

엄마 생각도 그래. 우리 라준이가 많이 커서 이제 슬슬 나오려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겠구나 싶어.

그래서 엄마 몸도 더 무겁고 더 힘들고 그런거겠지? 그러니까 괜찮아.

너무 힘들고 아파서 울컥울컥 눈물 날 것 같지만 엄마는 괜찮다... 괜찮... 흑..

어쩔 수 없잖니. 엄마가 잘 견뎌낼게. 


요즘 엄마는 이제 슬슬 출산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두 달정도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조금 무섭기도 하단다.

엄마도 사람인데, 라준이도 사람이잖아. 사람이 사람을 낳는다는 건 정말 신비로운 일이야.

사실 아직도 엄마 뱃 속에 네가 있다는 게 안 믿겨지고 이상하고 신기해.

그런데 심지어 두달 뒤에는 엄마가 힘을 내서 너를 내보내줘야 하거든. 

엄마는 강한 존재라고들 하던데, 라준아 엄마도 사람이야. 엄청엄청 엄~청 무섭단다.

그래도 크게 걱정은 안해. 아주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여인들은 아이를 품었고 아이를 낳아왔거든.

엄마 혼자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여인들이 했던 것 처럼 엄마도 자연스럽게 잘 할 수 있을거야.

그렇다고 남들도 다 하는건데 뭐!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진 않아. 

남들도 다 하는 거라고해서 쉽거나 별 것도 아닌 일은 아니거든. 

엄마도 최선을 다해서 너를 맞이할테니, 너도 온 힘을 다해 엄마를 만나러 와주렴.


우리 라준이는 축복덩어리인가봐.

네가 엄마 곁에 오고나서 좋은 일들이 가득해.

라준이가 엄마한테 오면서 좋은 것들, 행복한 것들 다~ 가져오나봐.

엄마는 너에게 무척 고맙고 또 고맙단다. 네가 내 곁에 온 게 무척 기쁘고 감사해.

예전에 어디에선가 엄마가 봤던 이야기 중에 아가들이 엄마를 선택한다는 얘기가 있어.

물론 실제로 그런지 알 수는 없지. 신의 뜻이라는 사람도 있고, 우주의 법칙일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른단다.

어떻게 너와 내가 만나게 되는건지는 아무도 모르는거야. 

그렇지만 엄마는 예전에 들었던 그 얘기가 무척 와닿았었어.


그 얘기가 뭐냐면 말이야.

두 명의 아기가 한명의 엄마를 선택했는데, 둘다 얼른 엄마 곁으로 가고 싶어서

둘 중에 누가 먼저 엄마 곁에 갈 것인가를 둘이 얘기 나누는 거였는데

B라는 아기가 A라는 아기를 엄마 곁에 먼저 가게 양보해줬어.

그래서 A가 "내가 먼저 가는 대신에 나쁜 것들은 내가 다 가져갈게!" 라고 했대.

그렇게 A가 첫째로 태어났는데 A는 아주 어려서부터 계속 아팠다나봐.

건강이 안 좋던 A는 어린 나이에 그만 세상과 이별하게 되었대.

그 후에 B가 태어났어. B에게 가족들이 먼저 태어났던 A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었는데

말을 할 수 있게 된 어린 B가 이렇게 얘기했대.

"엄마, 나보다 먼저 엄마한테 갔던 A가 있는데, 안 좋은 것들을 다 가져간다고 했었어." 라고 말이야.


말도 안 되는 허구같지만, 엄마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아가들은 우주의 영혼을 담고 있는 것 같거든. 살아가면서 점점 잊혀져가는 거라는 얘기가 있어.

어쩌면 너도 엄마를 선택해서 엄마에게 찾아온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고는 해.

네가 날 선택했든, 그게 아니라 신의 뜻이든, 어떤 거든 엄마는 무척 고맙고 기쁘고 감사해.


소중한 우리 아들. 이제 내일 모레면 30주도 끝나고 31주가 되는 우리 라준이.

어제 너희 아빠가 너에게 말씀하시던 거 들었지?

"라준아 엄마랑 아빠는 라준이를 기다리고 있어. 잘 있다가 두달 뒤에 12월에 만나자. 사랑해." 라고 하셨어.

엄마 마음도 똑같아.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면서 라준이 만날 준비 하고 있을게.

아참 엄마가 내일은 보건소에서 하는 모유수유 강의를 들으러 간단다.

엄마는 꼭 모유수유에 성공하고 싶어! 비단 엄마의 노력이 가장 커야만 하는 문제지만 라준이도 잘 도와주길 바란단다.

내일 가서 우리 라준이랑 엄마를 위해 엄마가 잘 배워올게. 잘 배워와서 우리 아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라준아,

바람은 제법 차가워졌지만 해도 잘 들고 구름도 뽀얗고 하늘도 맑다.

참 좋은 하루야. 그렇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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