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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들

12월 2일 아침뉴스

1.

어쩐일로 아침을 먹으며 뉴스를 켰다. 집순이가 되다보니 하루에 뉴스를 한번씩은 꼭 챙겨보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사와 방송사는 쓰레기가 되어 뉴스에서 문화소식만 잔뜩 전하는 요즘이라,

나는 뉴스는 손석희 아저씨의 JTBC 뉴스룸만 보는데 오늘 아침 JTBC의 아침& 뉴스를 보게되었다.

그 중 인상 깊어서 걱정이 되거나 성질이 났던 기사들이 몇 있다.


2.

올 수능의 공식 점수가 나왔고 오늘이 수능 성적표 나눠주는 날이랜다. 

교육부에서는 올해 수능은 과목별로 2~3문제를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행이라는 뉘앙스?

그치만 난 이게 도대체 뭐가 잘 된 일인지, 뭐가 잘 한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겨우 2문제를 틀린건데 1등급을 받을지 말지가 정해진다니 정말 우리나라 수능이 얼마나 어려운건지.

9월 치뤄졌던 모의평가와 난이도 차이도 너무 커서 널뛰기 난이도라는 비판까지 있다고 한다.

뉴스를 켜자마자 나온 기사가 2016년도 수능 성적표에 대한 기사였고, 한숨부터 푹푹 나왔다.

혹시나 오늘 또 아름다운 꽃들이 져버릴까봐 그게 너무 겁이 났다.

내가 너무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만만하게 보는걸까? 쉽게 무너질 친구들이 아닌데 내가 너무 걱정하는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거면 좋겠다. 정말로. 진심으로. 제발!

내가 청소년일 때는 "야, 이까짓걸로 무너지지마!" 로 끝났었는데 나 역시도 엄마가 되려는 지금은 마음이 좀 다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사회가 존재하는지. 그 부모가 얼마나 그 아이를 사랑했을지를 조금 알게되니

꽃다운 청소년들의 죽음에 대한 기사들을 보는 게 예전보다 더 가슴 아프고는 한다.

우리나라는 진짜 반성해야한다. 겨우 성적 따위에 자살율이 이렇게 높은 나라라니. 절대 학생들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만든 우리나라 사회가, 문화가 정말 문제다. 엉망진창이다.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수능만이 전부인 것 처럼 십년을 넘게 학교에서 세뇌당하며 그 공부만 해왔으니 좌절하게 된 것도 맞다.

친구들아, 아파하지마. 수능이 성적이 전부라고 생각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

정말 살다보면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싶을정도로 별거 아니기도 하고, 더 큰 일도 많이 남아있어.

앞으로 즐겁고 행복할 일들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지금 당장의 아쉬움에 좌절감에 무너지지 않기를. 제발.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109171



3.

이어서 또 열받는 기사가 나왔는데, 정말 화딱지가 나서 궁시렁 거릴 수 밖에 없었다.

내년부터는 상당수 지자체들이 출산장려예산을 대푝 줄이거나 아예 폐지한다고 하는 뉴스였다.

출산장려금, 출산축하금, 출산지원금. 전부 같은 말이다. 우선 각 지자체마다 지원 금액은 각각 다르다. 

내가 알고있기로는 출산장려금이 엄청나게 차이가 많이 난다고 알고있다.

첫째부터 지원금을 주는 곳도 있고, 둘째부터 주는 곳도 있고, 금액은 1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다르다고 알고있다.

정부가 출산 대책을 내놓았으면서 출산 장려 예산을 보조해달라는 지자체의 요구를 거절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지자체에 포상금만 지급해왔는데

한 해 정부가 포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자체에 주는 포상금은 300억원대로,

매년 수백억원씩 적자를 보고있는 지자체들은 출산장려 정책을 이어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정말 많은 지자체가 관련 예산을 줄였고, 어떤 지역은 양육수당 지급을 폐지할 예정이고,

어떤 지역은 신생아 건강보험료 지원도 폐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10만원이든 50만원이든 한 아이를 키우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금액이겠냐만은 싶기는 하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축하의 의미로 받을 수도 있는 거고, 당장 병원비에 조리 비용이 드는 출산 직후에 도움이 되는 건 맞다.

더 기분이 나쁜 건,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출산을 장려하겠느니, 우리나라는 저출산이 문제라느니 말이 많으면서

정작 나라에서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알아서 해라! 얼른 낳아라!" 라고 하는 것만 같아서 화가 나는거다.

또, 이러다가 육아양육수당도 더 줄어들까봐 걱정이다. 박그네 공주님은 국민들 피말려 죽이려는 셈인가보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109192



4.

지난 10년간 출산 장려 대책은 꾸준히 나왔으나 여전히 OECD 꼴지에 있는 대한민국.

반면에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던 프랑스는 지난해에 출산율 2명을 넘겼는데, 이건 필히 정책 차이다.

10년동안 저출산 정책에 쏟아부은 돈이 82조원이라는데 이게 다 어디로 간건지.

이상한 정책만 내고 있으니 도대체 아이를 낳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어떻게 키우라는건지.

임신 출산 의료비라고 하는 고운맘 카드. 국민행복 카드로 이름이 바뀐 그 거. 하나도 안 행복하다.

50만원이 지원되고 그 안에서 임신 과정부터 출산 과정까지의 의료비를 사용 가능한데, 정말 턱 없이 작다.

병원에서는 꾸준히 진료 받으라고 겁 주니까 안 가려고 마음 먹다가도 그러기가 쉽지 않고,

산부인과에 한 번 갈 때마다 초음파 검사에, 시기마다 찾아오는 기형아 검사에 입체 초음파 검사, 산모 검사에 막달 검사,

임신 후기로 가면 병원 갈 때마다 태동검사도 해야한다. 이 비용만 해도 50만원이 훌쩍 넘는다.

엄마들 커뮤니티 카페에 가보면 "지금 이십 몇주인데 벌써 고운맘 카드 다 썼다. 얼마 안남았다." 하는 얘기들 정말 많다.

나는 30주 넘어갈 때 쯤 50만원이 바닥났다. 아낀다고 아끼고 병원 안 가고 참는다고 참기가 쉽지 않았다.

첫 아이다보니 조금 이상하다 싶거나 좀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우선이니까.

거기다 문제는 출산 비용이다. 왜 고운맘 카드 50만원이 적은 건지 확실히 알려줄 수 있다.

정확한 평균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자연분만을 하게 될 경우 50만원 정도의 출산, 입원, 검사 비용 등이 든다. 

그리고 제왕절개를 하게 될 경우에는 90만원 가까이 비용이 올라간다. 

고운맘카드(국민행복카드) 를 임신 기간 동안 한번도 안 쓰더라도 출산 비용에 전부 써도 모자라는 금액이라는 소리다.

임신,출산 의료 지원비라면서 정말 턱도 없는 돈이다. 전액 지원까지는 어렵더라도 이 금액은 분명히 늘려야 할 것 같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109191



5.

마지막으로 봤던 기사는 아침부터 기분이 나빠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내가 알고있기로는 한번 맞을 때 15만원씩 3번 정도 맞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 자궁경부암 주사에 대한 기사였다.

내년부터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가 예방접종으로 지정 되어 정부가 비용을 지원한다고 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땐, 오! 좋다! 나 아직 안 맞아서 출산 후에 맞기로 했는데 내년에 맞으면 되겠네! 싶었다.

그런데 바로 뒤에 따라온 말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여성만 지원하기로 했다는 거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는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성기사마귀와 음경암, 항문암, 구강암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내가 알고있기로는 암 중에 유일하게 예방할 수 있는 암이 자궁경부암인 걸로 알고있다.

산부인과 의사선생님께 신랑과 함께 여쭤봤었다. 신랑도 맞을 수 있느냐고. 성관계를 하기 전에 예방주사를 맞는 게

가장 효과가 좋고, 그 이후에는 효과는 줄어들지만 그럼에도 받는 게 좋다고 답변을 들었었다.

사실 진작에 나라에서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정해서 지원해줬어야 한다고 본다. 왜 이제서야 지원하는겁니까?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있다. 그렇다고 "남성만 맞아라!"는 아니고, 남자 여자가 둘 다 맞는 게 좋다는 거다.

자궁경부암이라는 이름에 있는 '자궁' 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도대체 왜 정부는 접종 비용 지원 대상을 여성들로만 한정한거지?

여성만 맞을 경우 집단 예방효과는 거의 없는 게 맞다.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하지 못하니까!

남성들이 인유두종 백신을 맞는다면 여성이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데 말이다.

영국, 호주 등에서는 성별에 관계 없이 접종을 지원해서 미국의 경우 여성 42%, 남자 34.6% 정도로

남녀 접종률이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래 이게 맞는 거잖아.

우리나라는 사회적 문제가 정말 큰 것 같다. 나는 이게 '자궁경부암' 이라는 이름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된 남성우월주의가 바탕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성과 관련 된 부분에 있어서는 쉬쉬하게 되고 그런 문화가 있어왔기 때문에

"어디 남자가 성 관련 주사를 맞아! 여자가 맞아! 알아서 예방해!" 이런게 알게모르게 작용한 건 아닐까 싶다. 오반가?

싸이 노래 가사였나, 사상이 멋져야 진짜 멋진 남자라는 가사가 있는 노래가 떠오른다.

우리 나라 남자들도 이런 거에 쉬쉬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괜히 숨지 말고 (숨을 일도 부끄러워할 일도 전혀 아니다)

촌스럽게 굴지말고 예전같은 마인드에서 벗어나서 먼저 나서서 당당하게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여성을 위해서 남성이 맞으라는 소리가 아니라, 여성도 남성도 모두에게 예방이 되는 거니까 같이 하자는 얘기다.

나는 우리 라준이가 본인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많은 것들을 같이 의논하고 행할 예정이다.

포경수술도 라준이에게 장단점을 모두 설명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할거다. 물론 단점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역시 라준이가 맞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라준이가 살아갈 세상은 조금 더 평화로웠으면 싶다.

그러니 얼른 나라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으로서 남성에게도 지원을 확대해주기를 바란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109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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