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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들

12월 함박눈

1.

며칠 전, 눈이 억수로 쏟아졌다. 하루종일 함박눈이 내렸다. 

조용한 강원도의 시골 마을이 더 하얗게 조용해졌다. 우리집 베란다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하필이면 그 전날 창문에 뽁뽁이를 붙여서 거실에서 베란다가 바로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와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구나!" 라며 신랑은 이틀간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전날 펑펑 내린 눈이 길바닥에 꽁꽁 얼어붙으면 길이 너무 위험할까 싶어서 그 다음날도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어쩐일로 해가 쨍쨍 내리 쬐더니 길에 눈이 금세 녹아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를 가져갈걸그랬다며 아쉬워하던 신랑.

강원도 오오 꽁꽁 얼을거라 생각했는데 강원도를 너무 과대평가했댄다...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혹시나 모를 위험을 감수하며 차를 가져가는 것 보다는 안전하게 다닌 게 더 좋지요!

   



2.

하얗게 펑펑 내리는 눈이 보고싶어 추위를 견뎌내며 현관문을 열었다.

보이는 뒷 산에도, 다른 집 지붕에도, 커다란 나무 위에도 하얀 눈들이 내려있었다.

라준이를 생각했다. 물론 녀석도 뱃속에서 같이 봤겠지만! 라준이를 안고 라준이에게도 이 하얀 눈발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 더 큰 라준이도 상상해봤다. 따듯한 패딩 우주복을 입혀서 눈위를 아장아장 걸어가는 귀여운 모습을!



3.

신랑이 일하다가 찍어 보내준 사진인데, 여긴 정말 온세상이 하얗게 변한 느낌이다.

하늘까지 뿌옇게 보여서 더 그런지, 산도 나무도 길도 온통 하얗다. 눈이 온 새벽의 모습같다.

집안에만 있으니 설렘은 덜했지만 눈이 펑펑 내리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기분이 좋고 설렌다.

예전에 같은 직장을 다닐 때가 떠올랐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다가 첫눈이 와서 좋아했던 기억,

눈이 펑펑 내려서 일하다말고 잠깐 같이 내려가서 눈을 맞은 기억, 눈이 오니 일하기가 더 싫었던 기억.

또, 조금 더 옛날의 일도 기억이 났다. 눈이 많이 왔는데 부티힐을 신고 나가서 미끄러졌던 별로 좋지는 않은 기억.

운동화를 신어도 신발에 양말에 다 젖어버리니, 눈이 엄청 쌓이면 도대체 뭘 신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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