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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준일기

51일부터 87일까지의 기록

원주에서 시형이가 87일이 되는 날까지 살고 88일이 되던 날 이사했다.

그리고 그 이후 우린 남양주 퇴계원으로 이사를 와서 살게 되었다.

이 포스팅은 원주에서 지내면서 시형 생후 51일부터 87일까지의 시형이 기록.

태어나 조리원을 지나서 집에서의 생활부터 50일까지의 기록은 요기에! http://sorany.tistory.com/67


1월 28일 [+51일]

수민샘이 카시트를 선물해줬다. 원래는 순성 카시트를 사려고 마음먹고 어떻게 사면 저렴할까 고민하던 중..

어차피 차 탈일이 아직은 없으니까 조금 나중에 사야겠다 싶어서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수민샘에게 온 너무나 감사한 연락! 택배가 왔는데 박스가 정말 크다! 나도 들어갈 것 같아!

아직 차 탈일은 없지만 앞으로 엄청 많이 있을테니까... 진짜로 유용하게 잘 쓸게요!!



1월 29일 [+52일]

동영상을 찍는데 시형이 눈동자가 가운데로 몰리는 것이 이상했다.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싶어 검색도 많이 해봤는데 원래 아기때는 저럴 수 있댄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없어지는데 나중에도 이러면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걱정은 접었다.



1월 30일 [+53일]

나는 수유를 끝내고 침대에서 쉬고있고 오빠가 시형이 트림을 시켜주고있었다.

너무 웃기다며 계속 사진을 찍길래 뭔가 했더니 진짜 웃긴 얼굴...ㅋㅋㅋ

이런 얼굴이 젤 예쁘다며 웃긴 얼굴 할 때 놓치면 안된다고 핸드폰 카메라를 계속 켜두고 있더라. 귀여워!

   

   

   

   

   

   


시형이가 똥파티를 자주한다. 바로 아래부터 똥 사진 주의!

요렇게 똥이 고추를 다 덮고 더 위로 올라와서 배에까지 묻어있다.

진짜 난감... 오빠랑 같이 있을 때 이래서 다행이지, 나 혼자 있을 때 이랬다면 정말 힘들었을거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금은 나 혼자서 똥파티 처리를 챡챡 잘 해낸다...ㅋㅋㅋ

   

   



1월 31일 [+54일]

오빠가 시형이랑 둘이서 셀카를 찍고 있길래 나도 껴달라고 하며 뛰어들었다.

그동안은 보자기에 쌓여있는 작은 생명 같기만 했는데 이젠 제법 사람 같다.

표정도 더 다이내믹해졌다. 하루종일 얼굴 보며 울다 웃다... ㅋㅋㅋ

사실 아직도 육아는 힘이든다. 육아는 체력전이라던데 이 말 정말 맞는 말이다..

나는 임신 전에도 체력으로는 아주 하자가 많던 사람이었는데 임신과 출산을 하고나니 정말 저질이 되었다.

체력이 딸리니 정신력으로 버텨야하는데 정신력마저 오락가락하다보니 정말 힘이든다.

육아를 하며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 하면 50일쯤 그 전까지라고 답할 것 같다.

30일까지는 도우미 아줌마가 있으니 그나마 낮에는 잘 수 있지만 (물론 밤, 새벽은 지옥^^;;;)

도우미 이모님이 가시고 난 30일 이후부터는 정말 온전히 우리의 몫이 되었다.

밤이고 새벽이고 낮이고 아침이고 정말 시간 개념 없이, 날짜 개념 없이 흐르는 대로 흘러갔다.

너무 졸렵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해서 시형이를 안고서 펑펑 운 적도 정말 많다.

난 모성애가 없나 싶을 정도로 아이를 안고 울다가 던져 버리고 싶었던 적까지 있었다.

영아산통까지 있었던 우리 시형이는 정말이지 날 힘들게했다.

아가를 던질수도, 때릴수도 없으니 엄한 내 허벅지만 멍이 들도록 세게 주먹으로 내리쳤었다.

   

   

   

   

   

   

   



2월 1일 [+55일]

밤엔 자고, 낮엔 깨고? 그렇게 살아본게 얼마나 오래전일까...

간혹 아가들 중에 밤에 잘 자는 아가들이 있다던데 우리 애기는 완전 밤낮 바뀐 스타일.

새벽 5시가 되도록 잠을 자지 않는다... 스고이.....

내가 출산을 해서인지 아니면 요즘 정말 그런건지 부쩍 아동학대 기사를 많이 접했다.

아이를 혼자 두고 나가서 아이가 질식사 했다거나, 어린 아가를 때리고 가두고 죽이기까지 한다는 그런 기사들...

그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눈물이 터져버려서 정말 많이 울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그러면 안되지 그건 안되는거야 싶었다.

정말 부모를 힘들게 하지만 이렇게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정말 소중한 아름다운 이 생명을 그러면 안되지.

그런 뉴스와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하며 나오고, 매일 슬퍼하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 역시도 정말 너무 힘이 들어서, 누군가가 날 지탱해주지 않았더라면

무서운 뉴스 기사 속의 주인공이 어쩌면 나와 우리 아가였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

내겐 날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함께해주는 신랑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2월 2일 [+56일]

밤낮도 바껴있고, 워낙 잠도 잘 안자는 시형이.

아가들은 왜 그럴까? 졸리면 그냥 픽 쓰러져서 자면 참 좋을텐데 왜이렇게 버티는지ㅠㅠ

시형이 자는 시간엔 오빠도 나도 졸졸 픽 쓰러져 잠들곤 한다.

   



2월 3일 [+57일]

한달을 30일 정도로 봤을 때, 이제 곧 태어난지 두달을 채운다. 

시형이는 12월 생이라 2016년이 되면서 어이없게도 2살이 되었다.

이렇게 아직 갓난쟁이인데 2살이라니!! 만 나이... 참 거지 같다!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가들은 몇살이다 나이로 얘기 안하고 생후 몇일차다, 몇달째다 라고 얘기하는가보다.



2월 4일 [+58일]

잔다잔다 잘잔다!! 우리들은 잘 잔다!! 이게 낮이라는 게 함정.....ㅋㅋㅋㅋㅋ

밤은 참으로 길다. 시형이 밤새 돌보며 수유하고, 수유가 끝나면 트림 시키고 안고 서서 돌아다니면서

못봤던 티비 프로그램들도 많이 보고, 올레 티비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화들도 많이 봤다.

문화생활 개이득!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져있다보니 그냥 그저그런 영화인데도 보면서 펑펑 울기도 많이 울었다.

시형이는 아침 6시가 되도록 잠을 안잤고 (밤새 깨있는다는 소리다.)

4시반이면 오빤 맥모닝을 사러 출발하던 나날들.

뒤늦게 포스팅하고 있는 지금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나곤 한다. 힘들었긴해도 아직 가끔 그립긴 하다~

   



2월 5일 [+59일]

예방주사를 맞으러 소아과에 가야했다.

다니던 소아과는 집에서 차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이긴한데 주차가 영 별로였다.

유료 주차를 하거나 골목 골목 참으로 힘들게 대야했다.

날씨도 좋고 하니 걸어가볼까 했다. 걸어가도 10분 정도면 갈 수 있으니까 시형이도 광합성 좀 하자 싶어서...ㅋㅋㅋ

겉싸개를 하자니 시형이가 많이 컸고, 겉싸개를 하고 안고 가면 너무 불편하다.

그럼 오늘은 아기띠를 하고 나가보자!! 효선샘이 빌려준 신생아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아기띠.

집에서 종종 썼는데 밖에 데리고 나가는 건 처음이었다.

날씨가 좋긴 해도 추운 겨울이니까 우주복을 입혀봤는데 너무 크다!!! 마치 불가사리 같아 너무 귀여웠다...ㅋㅋㅋ

   

   

   



2월 6일 [+60일]

아기마다 부모마다 다르겠지만 생후 한달쯤이 지나면 배넷저고리를 졸업하고 내복을 입는다고 했다.

아무 생각없이 계속 배넷저고리를 입혀왔었는데, 활동하는 마미 커뮤니티에서 그런 글을 보고선 나도 바로 실행!

내복을 입혀봤다. 그랬더니 정말이지 미친듯 귀여웠다.

시형이는 표정이 참 무섭다. 정색하고 날 쳐다보는데 그 모습이 넘 웃기기도하고 귀엽기도 하다.

애기 같지가 않고 중년 아저씨 같아서 얼마나 깔깔대며 웃었는지 모른다.


발이 많이 차가웠다. 늘 양말이나 발싸개를 해주곤 했다. 

손싸개를 선물 받은게 많긴 했는데 한번도 해준 적 없다. 아무래도 답답할 것 같은 맘이 가장 컸다.

손싸개를 하면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신 손톱을 무척 자주 짧게 잘라줬다. 손을 버둥버둥 움직이며 얼굴을 긁고는 하니까.

그래도 그런 덕분인지 손싸개를 하지 않았는데도, 긁은 자국은 있었지만 얼굴에 딱히 상처가 나고 그런 적은 없다.

   

   



2월 7일 [+61일]

신생아 시기(생후 30일) 부터 뭣모르고 그냥 공갈 젖꼭지(노리개)를 물렸었다.

선물 받아놓은 게 있어서 그걸 그냥 줘봤는데 제법 잘 물고 있길래 내비뒀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공갈에도 단계가 있었다. 1단계는 생후 6개월 전까지, 2단계는 6개월부터 돌까지, 뭐 이런식.

내가 갖고있던 공갈은 2단계였는데 그걸 그냥 물렸었다. 너무 잘 물어서 아무 상관 없는 줄....

그래서 급히 막 찾아보니 크기 차이라고 한다. 2단계는 크니까 아가들이 잘 못 문다고.. 근데 얘 잘 물던데?

아가들마다 좋아하는 공갈이 있고 싫어하는 공갈이 있다고 했다.

어떤 브랜드 A,B,C,D를 다 사서 물려봐도 다 싫어하는 아가들도 있다던데 우리 시형이는 그런거 없었음...ㅋㅋ

그런데 내가 갖고 있던 공갈은 세척할 때 무는(?) 부분에 물이 들어갔다.

탈탈 털어서 소독하고 하긴 해도 괜히 좀 찝찝했다. 그래서 실리콘 일체형으로 구매!!!

한참 안고서 잠이 좀 올때쯤 눕히고 공갈을 물리니 잘 잤다. 참 신기해...

   


가슴팍에 시형이를 안고있으면 마치 치유가 되는 것 처럼 따듯한 기분이다.

아가들은 엄마 가슴에 안겨있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엄마 냄새, 엄마 젖냄새, 엄마 심장소리... 뭐 이런 이유라고 하는데

가슴팍에 올려 안고있으면 아가 뿐만 아니라 엄마도 좋아지는 걸 보면 육아는 참 신기한 것 투성이다.

   

   



2월 8일 [+62일]

일반적으로 출산 선물로 내복을 선물할 때에 80사이즈를 많이들 한다고 한다.

가장 오래 입기 때문이라는데, 80 사이즈는 아직은 좀 커서 뭐랄까 좀 벙벙하게 입곤했다.

선물받은 내복 중에 75사이즈 내복이 있기에 입혔는데 이것도 아직 좀 크긴해도 80보단 예쁘게 맞더라.

아! 75 사이즈는 정말이지 순식간에 너무 딱 맞아버려서 오래 못입더라. 괜히 선물로 80사이즈를 하는게 아니었어!

그래도 엄마 맘은 참.... 딱 맞는 옷을 예쁘게 입혔을 때 너무 귀여워죽겠다.

신랑은 나에게 "인형놀이 하지마!" 라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어 넘 예뽀ㅠㅠ

내복 상하의를 세트로 맞춰서 입었을 때의 뭔가 모르겠지만 그 쾌감!! 예뻐 죽는다 죽어 ㅠㅠ

   

   



2월 9일 [+63일]

목욕을 하려고 옷을 벗기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벗기다 말고 사진을 찍었다.

아가들은 어쩜 이렇게 피부가 부드러울까. 계속 만지고 싶고 입 대고 싶다.

어른들이 아가들에게 입방구(살에 입을 대고 푸르르르~ 하는 걸 입방구 라고 할걸?) 하는 게 있는데

나도 우리 시형이한테 입방구가 하고싶은데 아직 그런거 하면 셩이에게 넘 부담될까 엄청 참았다.

포스팅 하고있는 요즘(200일이 넘은 지금)은 엄청나게 하고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행복!

   



2월 10일 [+64일]

날씨가 좋아서 차를 두고, 소아과에 가는 길이었다.

걸어서 10분에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서 차를 타고 가면 주차도 짜증나고ㅠㅠ

우리 시형이가 햇빛 광합성도 좀 받으면 좋겠다 싶고, 나 역시도 산책이 좀 필요해서 걸었다.

날씨가 좋긴 해도 우리 시형이 추우면 안되니까 패딩 우주복 입혀서 꽁꽁 싸매고 출발!

   



2월 11일 [+65일]

이제 정말 뭔가 보이긴 보이나보다. 쇼파에 앉혀뒀더니 켜져있는 텔레비젼을 보며 웃길래 또 심쿵해버렸다.

물론 아직 어린 아가들은 요렇게 세워서 오래 앉히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텔레비젼을 보게 하는 것도!)

아주 잠깐이었지만 저러고 앉아서 웃는 걸 보니 와 정말 많이 컸구나 싶고

얼른 더 많이 커서 같이 애니메이션 보고싶더라! 우리 시형이 얼른 커라!! 

   

   

   

   



2월 12일 [+66일]

이제 정말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그냥 눈을 뜨고 있는 게 아니라 나를 쳐다보고있는 것 같아.

내 아이가 나를 쳐다보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참 묘하다. 막 벅차오르기도 하고...

정말 나를 바라보고, 내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아서 하루종일 말을 걸곤 한다.

임신 하고서 배를 어루만지며 혼잣말을 해댔는데 아가를 낳고서도 대답 없는 아가에게 하루종일 말을 건다.

그게 지루하거나 하진 않는다.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 언젠가 이 아이가 커서 "엄마" 하는 날이 오겠지.

선물받은 80사이즈의 바디슈트인데 커도 너무 크다!

아무 생각없이 입혔는데 너무 커서 어깨가 완전 오프숄더가 되었다.

시형이 표정은 약간 음... 두꺼비? 같다. 예쁜건 예쁜거고 아닌건 아닌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형이 상체가 배게에 살짝 기대게끔 누워있었는데 잠깐 화장실 다녀오고 보니 저러고 누워있었다.

아직 몸을 움직이거나 뒤집지 못하는 생후 3개월 미만의 아가들이 질식사를 한다는 기사를 봤을 땐

이해가 잘 안됐었다. 애기 혼자 어떻게 질식사를 하지? 싶었는데 좀 이해가 되긴 했다.

아무래도 머리가 무거우니까 폭! 하고 고꾸라지나보다.

바로 옆에 이불에 대고 자고 있었는데 만약 이불 속에 얼굴이 파묻혔다면

질식 할 수도 있는 그런 무서운 상황이 연출되겠지 싶다.

물론 나는 우리 시형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아주 잠깐 약 30초? 화장실 후다다닥 다녀오고 저 모습 보고는 심쿵해버려서 이불 바로 치워줬다.

   


처음 시형이와 집으로 왔을 때는 기저귀 가는 것도 몰랐고, 속싸개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랐다.

허둥지둥 신랑과 둘이서 정말 많이 헤맸다. 약 두달이 지난 이 시점, 우리는 제법 익숙해졌다.

물론 새벽에 안 자는 시형이 덕분에 여전히 체력적, 정신적 피로도는 엄청나긴 했지만...

그래도 아가를 안고 아가를 다루는 우리가 참 신기할 정도로 늘어있었다.

이렇게, 아가에 대해 무지하던 여자와 남자가 서서히 엄마와 아빠가 되어가나보다.

   

   



2월 13일 [+67일]

날씨가 좋아 산책 할겸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다녀왔다.

이마트나 롯데마트처럼 대형 마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큰 하나로마트로!

나는 집 밖으로 산책 나가니 좋고, 시형이는 광합성 하니 좋았으리라... (좋았지 시형아?)

   


너무 예쁜 바디슈트와 바지를 입혔는데 엄청 커서 벙벙~하다.

몸은 엄청 큰데 얼굴은 아주 작은 로보트같았다. 소매를 돌돌 접어주면 완성!

손싸개를 안 하는 대신에 소매를 길게 손까지 씌워주기도 했다.

   

   

   



2월 14일 [+68일]

시형이는 눕혀서(요람처럼) 안아주는 걸 싫어했다. 꼭 저렇게 세워 안아야지만 좋아했다.

덕분에 어깨며 팔이며 손목이며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아가들은 아직 허리 힘이 약하기 때문에 세워서 안아주는 걸 최대한 늦게 해야 한다고 하던데...

요노무 자식은 어떻게 된게 세워 안아달라고만 하는지ㅠㅠ 걱정이 많이 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2월 15일 [+69일]

왜 꼭 저렇게 양쪽 팔을 귀쪽으로 올리고 자는지 귀여워서 죽겠다.

짧고 오동통한 다리는 꽈배기처럼 꼬고 자는데, 포스팅을 하고 있는, 200일이 지난 지금도 저렇게 다리를 꼬고 잔다.

   

   

   



2월 16일 [+70일]

사람은 참 신기하다. 동물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스스로 걷기도 하고, 먹기도 한다.

지구상 가장 최상위 피라미드에 있을 인간은, 아마도 현재로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들일텐데

아기 때에는 어떤 동물보다도 나약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를 못한다. 

인간들만큼이나 성장, 발달에 긴 시간이 필요한 종도 없으니 참 별일이다.

많은 것들이 발달해서 인간들이 못하는 게 없다 싶을정도로 발전한 빠른 세상이지만

여전히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기들의 성장에서는 원시적이고 원초적일 수 밖에 없는 게 참 신기하다.

아! 그리고 아가들은 귀여움을 갖고 태어나는 것 같다. 모든 (종의) 아기들은 다 예쁘다는 말이 맞다.

이게 아마도 생존본능이지 않을까? 귀엽고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해서 키우게끔, 힘든 걸 잊게끔 하는 거 같다.



2월 17일 [+71일]

시형이는 배꼽 탈장이 있었다. 배꼽이 크게 앞쪽으로 올라와 있는건데 눌러보면 꾸루룩 소리가 나며 들어간다.

여튼, 소아과 의사선생님이 이건 배꼽 탈장이며 돌 전이면 다 없어진다고 하셔서 걱정은 않기로 했다.

   


시형이는 자고있는 자세가 얼마나 웃기는지, 아래 사진은 마치 그 옛날 자일리톨 광고 같다.

휘바휘바~♬ 노래를 부를 것만 같고, 훌라훌라~♬ 춤을 추는 멕시코 아저씨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형이가 옹알이를 잘 한다. 뭐 이게 옹알이냐 그냥 소리내는거지!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이것도 너무나 큰 발달이고 큰 변화였다.

날 보고 웃어주고, 소리 내줄 때면 너무 예쁘다.

지금까지는 마치 동물, 짐승 같은 모습이 더 컸다면 이젠 제법 사람 같다.


2월 18일 [+72일]

난 정말 시형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아서 위험한 상황은 없었는데

만약 내가 저렇게 쇼파에 눕혀두고 제법 긴 시간 시형이 곁을 떠나있었다면 무서운 상황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가들은 정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참으로 모든 시간들이 무섭고 또 무섭다.

   


예방주사를 맞고 와서 양쪽 허벅지에 귀여운 동그라미 밴드가 두개 붙었다.

그게 귀여워서 찍은건데 배꼽 탈장만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힝...


소아과, 동네 마트가 아닌 새로운 곳으로 외출을 했다.

물론 아직 아기고, 나 역시도 멀리 다니긴 힘이 들기에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차를 타고 15분이 채 안걸리는 위치에 버거킹이 있다. 버거킹 햄버거가 먹고싶어서 급 다녀왔다.

참 감사하게도 시형이가 잠을 자줘서 편하게 먹고 얌전히 바로 집으로 왔다...ㅋㅋㅋㅋㅋ



2월 19일 [+73일]

오빠가 선물을 받아왔다. 상담했던 한 학생이 주고 갔다고 한다. 참 고맙기도 하지.

아기 입히라고 주셨다는데 아직 입히려면 꽤 먼 미래일 것 같다.

그치만 이렇게 예쁜 옷을 입으면 얼마나 예쁠까 고슴도치 맘은 벌써부터 설렌다.

오빤 참 멋진 상담사인가보다. 이렇게 고운 선물을 받아오다니, 난 울 신랑이 참 자랑스럽다.

   



2월 20일 [+74일]

동네 소아과, 동네 마트, 동네 버거킹이 아닌!! 최초로 장거리 외출을 시도했다.

1시간 30분정도가 걸리는 꽤 도전정신이 가득한 시도였다.

시형이가 잘 버텨줄까 싶어 걱정도 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 엄마가 좀이 쑤셔서 못 참고 외출ㅠㅠ

효선샘 딸, 서율이의 돌잔치에 가기 위한 여정이었다.

돌잔치는 이천이었는데 이천 근처 곤지암이 시댁이라 가는 길에 시댁에 들릴까 싶었다.

그래서 돌잔치 보다 몇시간 일찍 집을 나서서 곤지암 시댁에 먼저 들려서 몇시간 좀 쉬었다.

우리 시형이가 꽤 긴 여정이었는데도 예쁘게 있어줬고, 차도 잘 타줬다.

처음으로 시형이를 태우고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되어 신랑은 무척이나 덜덜 떨었었다.

   

   

   

   

   

   


효선, 지민에게 라준이는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고 많은 걸 물려받았다.

그리고 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았고, 나는 정말 이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서율이는 돌잔치날 열심히 걸어다녔다. 얼마나 예쁘던지!!!! 눈이 어찌나 크고 예쁘던지!!!

사실 효선샘 딸, 서율이는 2015년 2월 생이고, 시형이는 2015년 12월 생이라서 사실상 동갑이다.

개월수 차이가 크니까 누나와 아기 같았다. 서율이는 걷고 뛰고, 시형이는 여전히 애기애기 하니 말이다.


오랜만의 장거리 외출에 화장을 했던 게 무척 신이났었는지 셀카를 꽤 많이 찍어놨네.

집에와서 옷 갈아 입고 찍은거라 수유복이다보니 가슴골이 훤~히 파져있어서 자체 모자이크... 허헣

   

   

   



2월 21일 [+75일]

목욕을 시키려고 옷을 벗기고 기저귀를 뺐는데 목욕 물 온도가 이상하게 오래걸렸다.

이노무 오래된 집!!! 보일러도 자주 말썽이다. 미쳐버려 정말!!!

기저귀는 이미 뺐고, 아가는 추울 것 같으니 기저귀 없이 일단 옷을 다시 입혔다.

기저귀가 없으니 옷에 비추는 포동포동 귀여운 엉덩이ㅠㅠㅠㅠㅠㅠ 미쳤다 진짜 아기들은 왜이렇게 귀여운거야?

   

   


시형이는 엄마 아빠를 모두 닮아 흥이 넘치려나 싶다.

이 작은 아기가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할 때면 웃기고 귀엽고 예뻐서 콱 깨물어주고싶다.

얼른 뽀뽀도 하고싶고, 입방구도 하고싶은데 참느냐고 죽겠다!

   

   

   



2월 22일 [+76일]

곰팡이 증거사진을 남겼다. 온 방안에 곰팡이가 가득하다.

현관문 열고 집에 들어오기만 해도 냄새가 난다. 이런 집에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우리가 더이상 살 수가 없기에 방을 빼달라 했는데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빼줄 수가 없다고 한다.

장난 똥 때리나 정말.... 기간이 백년이 남았든 천년이 남았든 집 자체의 문제라 살 수가 없는건데 어쩌라는거지?

집 가진 사람의 갑질이 너무 화가났다. 진짜 며칠을 내내 화가 나 있었다.

집주인과의 통화 등등 모두 녹음하고, 끝까지 빼주지 않겠다고 하면 소송까지 갈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변호사에게 문의도 남겨놨고, 여차하면 바로 변호사 선임 할 예정...

이건 우리가 환기를 안 시킨 문제가 아니라 건물 자체의 문제임이기에 우린 전문가를 불러 건물을 확인하기로 했다.

대화를 시도하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집주인은 거의 벽과도 같았다.

본인 할 말만 하고 우리 얘기는 들으려고도 안했다.

그렇게 잘해주시던 맘씨 좋아보이던 집주인 할머니가 아니라 다른 사람 같아 보일정도였고,

참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이중적이냐 싶었다.

   



2월 23일 [+77일]

마치 어딘가로 달려갈 것만 같은 자세로 자고 있다.

턱살은 두개로 접히고 짧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2월 24일 [+78일]

시형이가 자면 나도 얼른 누워서 자야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바로 잠이 오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잠든 시형이를 한참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제서야 집안 일을 서둘러 해야하기도 하고, 어차피 잠이 들어도 금방 일어나야 할텐데 싶기도 하다.

2월은 우리 부부에게 무척 힘든 달이었다.

시형이는 밤낮 바뀌어 쉴새없이 힘들게 하는데, 살고있는 원주 집은 곰팡이로 가득해서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게다가 신랑의 직장 문제로도 고민이 많았고 결정까지 빠르게 이어졌으니 정말 다이내믹했다.

학교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원주를 떠나, 수도권으로 가기로 했다.

아무 연고 없는 원주는 외로웠고 또 외로웠다. 가족들 가까이, 친구들 가까이서 살고싶었다.



2월 25일 [+79일]

생후 3개월까지는 흑백 모빌이고 그 이후에 컬러 모빌을 해주면 된다길래

흑백 모빌을 사놨었는데 정말이지 전혀 쓸모가 없었다.

내 추측으로는, 어차피 3개월까지는 눈도 잘 안보이고 집중력도 약하기 때문에 모빌에 딱히 반응이 없는 것 같았다.

타이니러브 모빌이 국민 모빌이라던데 정말 그런가보다. 무척 좋아했다.

맨날 봐도 새롭고 즐거운지 옹알이를 하기도 하고 손발을 휘휘 저으며 소리를 꺅꺅 지르고, 웃기도 한다.


이래서 다들 타멘타멘 하는구나. 

아기 모빌은 타이니러브 모빌이 최고라더니 정말 그러했다!!!



2월 26일 [+80일]

어쩜 이렇게 시간이 빠를까. 밤낮없이 흐르는대로 흘러가다보니 80일이 되었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의 시간들은 정말 엄청나게 빨랐고 무척 다이내믹했다.

내 생에 이런 날이 다시 있을까 싶을정도로 강렬했고 아름다웠으며, 또한 힘듦 그 자체였다.



2월 27일 [+81일]

곤지암, 이천에 갔던 첫 장거리 일정 이후에 또 새로운 장거리 일정으로 구리에 왔다. 

2월 27일은 우리 엄마 기일이다. 매년 엄마 기일이면 할머니네서 연도를 바치곤 했다.

이번에는 우리 시형이가 함께 했다.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처음으로 외할머니를 뵙게 되었다.

나중에 시형이가 많이 크면 외할머니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떠들어줘야지.

일단, 할머니네로 가기 전에 구리에 도착해서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우리가 구리에 오자마자 가장 가고싶었던 곳으로 향했다.

비스트로스토리, 여긴 우리가 연애하고서 참으로 뺀질나게 갔었던 식당이다.

내가 지금껏 먹어본 스파게티와 또띠아 중 최고이고,

정성스레 음식을 내주시는 사장님들 덕분에 가면 늘 기분이 좋다.

맛있는데 기분까지 좋은 식당이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참 신기하게도 시형이가 잠을 자 준 덕분에 진짜 맛있게 너무 오랜만에 진짜 거의 눈물 흘릴 정도로 감동하며 먹었다.

   


점심 먹고 할머니네로 갔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가현이가 함께 한 적 없었다.

그리고 올해는 참으로 특별하다. 시형이와 가현이가 모두 함께 했으니까.

가현이는 20살이 되었고 내 기준, 애기가 아니다. 난 가현이에게 솔직하고 싶고, 가현이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가현이도, 나도, 우린 둘다 우리 엄마가 많이도 사랑했던 딸이니까.

내겐 참 행복한 날이었다. 엄마 위한 연도를 가현이가 함께 바치게 된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도 아빠랑 가현이를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그게 참 행복했다.

시형이가 태어난지 11일쯤, 그러니까 조리원 1주일을 마치고 집에 오고서 바로 그 주말에 아빠랑 가현이가 왔었고

그 이후로 약 두달간 한번도 못봤다. 아빠도 가현이도 보고싶었고 함께있고 싶었는데

두달만에 만나니 진짜 기분이 이상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가현이는 시형이를 안는 게 무섭다고 했지만 안고서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사실 참 별거 아닌데, 그 모습이 내겐 무척 울컥한 장면으로 남았다. 괜히 마음이 짠해져서 눈물이 핑 돌았다.

   

   

   


연도 마치고서는 의택샘을 잠시 만났고, 의택샘은 참 감사하게도 울 시형이를 무척 예뻐해주셨다.

아! 지금도 엄청 예뻐해줘서 얼마나 고맙고 좋은지 ^^*



2월 28일 [+82일]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집을 빼주기로. 

여전히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한 상황들이 있긴 한데 어쨌든 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당장 오빠 출근도 바로 코앞이고, 곰팡이가 가득한 곳에서 하루빨리 나와야했다.

그래서 우린 구리에 더 머무르며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남양주 쪽 부동산 여기저기를 다니는데 비가 많이 쏟아져서 지치기도 하고...

일단 금곡 아빠네 집으로 피신했다. 곧 쓰러질 것만 같은 금곡동 아빠네 집엔 하얗게 눈이 쌓여 참으로 예뻤다.

   



2월 29일 [+83일]

오랜만에 무지개가 모였다. 스리랑카에 갔던 혜민언니가 돌아왔고, 라연과 상준은 시형이를 낳아서 돌아왔다.

우리가 다같이 일할 때 참 많이 갔던 식당으로 모여서 추억팔이 하며 오리고기를 먹었다. (정말 미친듯 맛있었다)

100일도 안 된 아기를 이렇게 막 데리고 다니나며 욕도 좀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월 1일 [+84일]

남양주 여기저기 부동산을 돌아다녔지만 연휴?이다 보니 문을 연 부동산이 없었다.

사실 우리가 가진 보증금과 우리가 허락하는 월세 기준 내에서는 괜찮은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외진 곳이거나 좁거나 너무 오래되었거나.... 한숨만 나오는 집들이 많았다.

우린, 당장 이사를 할 수 있도록 비어있는 집이며, 곰팡이가 피지 않고, 녹물이 나오지 않는 집이면 됐다.

시형이와 지내기에 편할 수 있도록 깨끗한 집에 가장 큰 기준을 뒀지만 쉽지 않았다.

일단 포기하고 원주로 가자싶었고 마지막으로 퇴계원을 알아봤는데 정말 괜찮은 집을 발견했다. 

9.98평의 작은 집이고 거실이 없이 복도처럼 주방이 있고 방이 두개인 작은 집이지만

수리가 싹 잘 되어있어 무척 깨끗했고, 오래된 건물이긴 해도 곰팡이와 녹물 걱정이 없는 집이었다.

오빠의 새로운 직장으로의 출근이 바로였고, 우린 빨리 원주를 떠나야했기에 당장 그 주 주말에 이사하기로 했다.

진짜 기쁘게도 엄마 연도를 바치러 온 구리에서, 무지개들을 만나고,

운 좋게 집까지 계약하고 다시 원주로 갈 수 있었다.

참 행운이다. 구리에 온 김에 집을 구하지 못했다면 그냥 다시 원주로 돌아갔을 거고,

신랑은 힘들게 서울까지 출퇴근 해야했거나 우린 한동안 주말 부부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주말 마다 남양주에 와서 집을 또 알아보는 고생을 해야했겠지.

운 좋게 집을 구했고, 바로 이사를 계약하고, 기분 좋게 원주로 갈 수 있었다. 모든게 술술 잘 풀렸다.

   

   



3월 2일 [+85일]

오빠는 새로운 곳으로 첫 출근을 했다. 어차피 소속 회사는 같고 학교만 옮긴거지만... 그래도 새로운 곳이니까!

얼마나 설레며 기대될지 조금은 상상이 되기도 한다.

서울여대는 노원구에 있다는데 원주에서 며칠간(이사하기 전까지)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서울여대 근처 모텔을 잡아서 거기서 지내셔도 좋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아직 아가인 시형이랑 내가 단 둘이 있는 건 맘이 내키지 않아 출퇴근을 하겠다고 했다.

나야 고맙고 감사하지만, 편도로 해도 거의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며칠간 왕복해야 한다니...

오빠는 새벽같이 일찍 나가고, 암만 빨리 퇴근하고 와도 8시가 넘는다. 좀 안쓰럽다.

그래도 조금만 며칠만 잘 해내자!! 우리 이제 가까운 곳으로 갈거니까!!!

오빠가 출근해있는 시간, 나는 이제 이사가면 그 곳에서 어떻게 배치를 해야하나 고민 고민.

살던 원주 집은 16평인데도 정말 넓게 잘 빠진 집이었고 베란다?와 테라스가 넓어서 더욱 좋았었다.

거실도 참 넓게 빠졌었고, 마치 그림같던 집이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우린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원주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수도권으로 오게되었다.

덕분에 먹고 사는건 조금더 빡빡하고 타이트해서 어렵긴 하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 곳에서 사람들과 더 가까이 지내기로 마음 먹고 온 거니까 집이 조금 좁은 거에 대해선 참고 가기로...

정말 좁아서 이리저리 가구 배치에 대해 고민이 필요했다.

어쨌든 오래 살진 않으려한다. 국민 임대를 노리고 왔고, 반드시 필승해서 금방 이 좁은 집을 떠나리라!!!



3월 3일 [+86일]

고리에서 함께 일했던 해윰은 결혼을 하며 원주로 갔는데

나랑 2주 정도 차이 나게 임신을 했고, 비슷하게 출산을 했다.

참 신기한 인연이다. 같이 일한 동료와 각자가 전혀 연고 없는 원주로 가다니!

우리가 임신 기간, 그리고 신생아를 돌보는 시기만 아니었다면 더 자주 만났을텐데 싶어 아쉽다.

내가 원주에 쭉 살게 되었더라면 해윰과 같이 아가들을 데리고 만나서 놀러다니고싶었다.

원주를 떠나기 전, 해윰도, 해윰의 아가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갑작스럽게 해윰네 집을 방문!

2주 정도 차이가 나지만 비슷비슷....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구 귀여워 죽겠다!!!



3월 4일 [+87일]

원주에서의 마지막 날. 나중에 집주인이 딴소리 하지 못하게끔 증거를 남기기로 했다.

집안 곳곳에 잔뜩 피어있는 곰팡이들을 전부 사진으로 찍었다.

한참이 지나 포스팅을 하고 있는 지금 다시금 그 날 생각이 난다. (정말 끔찍했다.)

온 집안에 가득한 곰팡이 냄새. 알게 모르게 퍼져있는 곰팡이 포자들. 

어릴때는 모른다지만 나중에 크면서 천식이며 호흡기 질환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고,

이게 우리 시형이에게 문제가 될 것만 같아서 매일매일 울곤 했다.

이제 이사라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원주에 제법 정 붙였는데 시원 섭섭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구리 근처 남양주로 이사를 가게 되니 기쁜 마음이 더 크다.

가까운 친구들도 많이 볼 수 있고 가족들도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서 잠을 못 잤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원주 생활이 끝이 났다.

연애하던 구리가 아니라, 결혼을 하며 원주에서 신랑과 함께 한 신혼생활(비록 임신 중이었지만)이었고

갓 태어난 소중한 우리 아기, 시형이와 함께한 87일간의 엄청난 시간들이었다.

내 인생 가장 강렬한 순간들이 담겨있는 원주가 아마도 꽤 오래 기억 날 것 같다.

내가 평생을 살아왔고 더 긴 시간을 갖고 있는 구리, 남양주보다도 원주가 제법 그립곤 하다.

나 뿐 아니라 오빠도 역시 자주 원주 얘기를 하곤 하는데, 아마도 우리가 생각보다 꽤 많이 원주에 정을 붙였나싶다.

나의 새로운 인생이었고, 정말이지 찬란하게 아릅답고도 딱 죽을만큼 힘들었던!

그리고 참으로 멋있던 순간들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원주. 우리의 시간들.


한동안은, 어쩌면 아주 오래? 우리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온 구리, 그리고 남양주에서 신랑이랑 나랑 시형이랑 우리가 오손도손 행복하길.

안녕,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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