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준일기

원주시 보건소 모유수유 강의

1.

원주시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모유수유 강의에 다녀왔다.

라준이 갖고 나서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프로그램들 다녀본 게 하나도 없었다.

요가 강의다 싶어서 해보려고 전화하면 이미 선착순 완료, 마감, 끝났고, 앞으로도 없다고 하고..ㅠㅠ

나는 망했구나, 그냥 집에서 혼자 찾아보면서 요가나 하고 그래야겠다 싶었는데

보건소에서 이번에 28주 이상 산모를 대상으로 하는 모유수유 강의가 있다고 해서 꼭 가고 싶었었다.

물론, 모유수유를 꼭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서도 그랬지만 나도 뭔가 바깥 활동 하고 싶어서도 있었다.

다른 산모들 사이에 있어보고도 싶고, 다들 비슷한 임신 주수일테니 친해질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싶기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에 다녀온 건 강의 그 자체인거라서 네트워킹 같은 건 없어서 아쉬웠다.



2.

오랜만에 바깥 활동 외출에 신이 난 집순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화장부터 챱챱 했다.

한 두어달만에 화장품을 만져봤다. 임산부라서 안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할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10분 걸어서 마트가고, 기껏해야 버스타고 10분 거리 외식하러 가고 그러다보니 뭐 딱히..

그 잠깐의 순간 예뻐보이자고 화장하자니 귀찮고, 지우자니 더 귀찮았다.

심지어 지난번 결혼100일+연애700일을 기념하며 1인당 4만원 돈인 부페에 가면서도 안했다.

오빠랑 나랑 칠렐레 팔렐레 동네에 쓰레기 버리러 나온 복장으로 모자 눌러쓰고 다녀왔다.

우리 빼고 다 예쁜 옷에 화장하고 있더라. 우리만 뭔가 엄청 편안하게 돌아다님...ㅋㅋㅋㅋㅋㅋㅋㅋ

뭐 하여튼 두어달만에 화장을 하려니 어떻게 하는 거였는지 감도 안와서 그냥 이것저것 챱챱 펴발랐다.

드럽게 귀찮아서 중간에 포기하고 싹 지우고 나갈까 싶은 마음이 여러번 들었지만 참아냈다.

너무 오랜만에 화장을 해서 그런지 화장이 피부에 잘 먹지도 않고 지들 멋대로 춤 추고 있었다.

눈은 눈대로 꺼무잡잡하게 춤 추고, 코는 코대로 허옇게 춤 추고, 입술은 다 터져있고.. 이게 뭐람.

화장 다 하고서 정말 오랜만에 외출에 향수를 뿌렸는데 이노무 향수가 오래되서 그런지 향이 그닥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 향수 지우고 씻고 그럴 시간은 없었다. 너무 간만에 화장을 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음.

원래는 10분 안에 모든 화장이 끝나던 나였는데, 20분 넘게 한 듯...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향의 진한 향수를 몸에 머금고 임산부 교실에 갔다.

내 향수 냄새가 나한테도 좀 지독하게 느껴졌는데 다른 사람들은 조금 불쾌했을지도 모르겠다.

죄송해염... 난 그저... 이렇게 지독한 향일 줄 몰랐어염...  

   



3.

강의가 있는 보건소 3층 중회의실로 갔더니 산모들이 엄청 많았다. 한 40명은 넘지 않았을까 싶다.

28주 이상의 산모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임신 주수가 얼추 비슷하니 잘하면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마주칠 사람들일 수도 있다.

생각보다 어려보이는 산모들이 많아서 무척 반갑고 좋았다.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다들 각자 개별 플레이 하고있는데 갑자기 무턱대고 가서 말 걸 수 없으니...

"어머 몇주에요? 병원은 어디에요? 조리원은 어디에요? 몇살이에요? 어디 살아요? 우리 친구할래요?"

사실 그러고 싶었다. 나는 원주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ㅠㅠ


4.

이 강의는 미래 산후조리원장인 이태순 원장님이 진행하는 2시간 짜리 강의였다.

원장님 성함이 이태순이었는데 탯줄을 세번 감고나와서 태순이라고 했다. 참 정감가는 이름이었다.

원장님은 8살때까지 모유를 먹었었다고 한다. 으아.. 대단대단...

25살때부터 조산사로 활동하셨다고 하는데, 나 역시도 사실은 조산원이나 조산사 통해 가정분만 하고 싶었지만

우리나라만 그런건지 뭔지, 여튼 조산원은 예상보다 엄청나게 비싸서 포기했었다.

자연분만의 경우 보통 병원이 40만원~50만원 정도면, 조산원은 100만원 정도 한다고 들었었기에..


5.

모유수유를 해야하는 이유로는 IQ가 높아지고, 면역체도 높아지고, 소화흡수도 좋고 영양원으로도 좋다.

아이의 자존감이나 신뢰성 향상도 되고 인격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장운동에도 좋고, 황달 예방이 되고 비만, 감염, 알러지 질환등에 예방이 된다.

간혹 모유수유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의사들이 아가가 황달기가 있으니 모유수유하지 말라고 하기도 한다는데

절대 아니라고 황달을 예방하면 예방하지 안좋은 건 절대 아니라고 한다. 절대적으로 분유보다 좋다구!

엄마 젖을 빠는 행동을 통해 뇌신경 발달이 증가하고 구강 안면 골격 발달로 인해 언어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모아유대 관계도 증진되고 정서적 안정도 되고, 사회성 발달에까지 도움이 된다고 했다.


6.

모유수유는 본능이 아니고, 빠는 게 본능이라고 한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빨려고 한다.

모유를 먹이는 아이와 분유를 먹이는 아이의 몸무게 차이는 당연히 나는데 그걸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

분유를 먹으면 아이가 두달만에도 두배 이상 몸무게가 늘기도 한다고 한다.

그에 비해 모유를 먹는 아이는 몸무게가 숙숙 크게 늘지는 않지만 정상 범위로 자란다고 한다.

지금 20대 30대가 분유를 한참 먹기 시작하는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라서

우리네 엄마들은 분유에 대한 좋은 생각들이 있다고 한다. 

분유는 한번에 10미리 이상씩 타기 때문에 아이가 한번에 많이 먹고 그만큼 푹 자기도 하는데

모유는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신생아가 자주 깨서 먹고 그런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아기는 많이 먹이고 푹 재우는게 가장 좋다고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말씀 하시더라도

집념을 가지고 꼭 반드시 모유수유에 성공하라고 하셨다.


7.

아이의 위의 크기는 거봉 포도알 크기보다도 작다고 한다. 건포도 정도? 약 5cc정도라고 한다.

모유수유를 하는 2일째에는 약 15~20cc가 되고 3일째는 약 30cc가 되면서 조금씩 커진다고 한다.

위는 먹는 만큼 자연스럽게 커져야하는데, 분유수유를 하게 되면 모유보다 많은 양을 먹기 때문에

아기들이 처음부터 위가 슝~ 커져버리면 그 다음부터 엄마 모유가 모자라게 느껴져서 안 먹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초기에 병원과 조리원에서 분유가 아니라 모유를 물리는 습관이 엄청 중요한데 어렵다고 한다.

출산 직후에 정신도 없고 아프고 죽겠는데 계속 수유하기도 어렵고,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모자동실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하여튼, 첫 분유를 먹이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하니 정신 바짝 차리고 들러붙어봐야겠다.

모유는 1일 8~12회 정도의 수유 횟수가 적당하다고... 모유수유 어플도 있다던데 시간과 횟수를 기록하는 게 좋다고 한다.


8.

아이의 급 성장기가 3주, 6주, 3개월, 6개월이라고 한다. 그 때가 엄청 힘들다구... 뀨...

그래서 그 시기에 모유수유를 실패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간혹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모유수유하러 가면 무조건 15분~30분씩 모유수유하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건 젖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한 뒤에 그렇게 하는 거라고 하셨다. 초기에는 5분, 5분 정도씩 자주 자주 물리는 게 맞다고.

초기에 젖이 잘 나오지도 않는데 15분씩 물리고 있으면 젖꼭지 헐고 피가 나기도 한다고....

그럼 2~3일 지나고 진짜 젖이 잘 돌아서 모유(초유)가 나오기 시작해도 직수를 할 수가 없으니 안된다고.

초기에 조심해가면서 조금씩 자주 물리는 게 중요하다!


9. 

아기는 뱃속에서 폐로 숨을 쉬는 게 아니라 태반, 탯줄을 통해 숨을 쉬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세상을 나오면서 폐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이건 병원에서도 들어서 알고있던 얘기였는데 그 다음 얘기는 충격!

아주 예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발목을 잡고 거꾸로 들어서 엉덩이를 때려서 아이를 울게 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폭력없는 탄생을 위하여" 라는 인권 분만 책에 보면 그렇게 아이를 거꾸로 들고 때려서 울게 하는 건

아이가 공포심,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리는 거라고 되어있다고 한다. 이 책 너무 읽어보고싶다.

나 역시도 인권분만에 정말 관심이 많으니.. 


10.

모유수유 성공을 위하여 최대한 브래지어를 하지 말아야 한다. 가슴 아래가 눌리기 때문이다.

특히 와이어 절대 노노! 나는 임신 이후에는 집에 있을 때는 안하고 외출할 때나 친정식구들이나 시댁식구들 앞에서만

브라캡만 들어있는 민소매 형태로 된 걸로 티셔츠 안에 한겹 더 입거나 그런식으로 했는데도 그마저도 엄청 불편했다.

가슴이 커져서 무겁고 눌리는데 가슴 아래 브라는 답답하고 막 그런 거... 흐아.. 역시 안하는 게 젤 좋다니!

기저부 마사지라고 있는데 24주부터 해주면 된다고 했다. 엎드려서 방 걸레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구.

겨드랑이 아래와 가슴 부분, 뭐랄까... (내표현) 가슴 덩어리가 가슴에 딱 붙어있지 않고 떨어지게 해주는 거.

올리브습포 마사지는 32주 정도부터 해주면 되고 유두, 유륜 마사지는 37주부터 하면 된다고 하셨다.



11.

울혈(젖몸살)이 오면 무척 괴롭다고 들었다. 울혈과 유선염에는 냉요법이 적합하다고 한다. 양배추 요법!

모유의 양이 적을 때는 온요법으로 수건을 뜨겁게 해서 가슴 마사지를 해주는 거라고 한다.

어르신들이 모유수유는 마사지는 무조건 뜨거운 수건으로 마사지 하는 거라고 잘못 알고 계시는 거라고 한다.



12.

수유자세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 기억 나는 걸로는....

1) 아기를 수유쿠션 위에 올려두고 엄마 팔은 수직으로 편한 자세로 잡아준다.

2) 아기 배와 엄마의 배가 붙어서 마주본다.

3) 아기 입과 엄마 젖꼭지가 직각이 되게 한다.

4) 엄마는 낮은 목욕탕 의자 위에 (아기 머리 쪽) 다리를 올려 놓는다.

5) 한 손은 아기 머리 쪽을 잡고 한 손은 엄마 가슴을 잡아서 (기저부를 띄워준다) 잘 물려준다.

젖꼭지를 혀 위에 올려놔야 아기가 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잘 먹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 있다고 한다.

젖병에 우유를 주면 양이 줄어드는 게 보이니까 잘 먹는지 확인이 되는데 모유는 그런 확인이 어려우니 의심할 수 있는데

의심하지 말고 아이 소변으로 확인하면 된다구. 또 계속 하다보면 느낌으로 잘 물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하셨다. 

또 기억나는 자세로는 아이를 럭비공처럼 옆구리에 끼듯이 해서 하는 것도 있었는데 사진을 안 찍어와서 기억이 잘 안난다.

모유수유의 올바른 자세는 내가 더 찾아봐야겠다. 잘 배워서 우리 라준이 불편하지 않게, 내가 아프지 않게 해야지!



13.

모유수유를 하게 된다면 과정 별로 중요한 것들을 정리해주셨다.

1) 수면과 수유 분리한다 : 젖을 물리면 아이가 잘 자니까 수면서 수유를 같이 하는데 그거 노노!

2) 100일 부터는 밤중 수유를 꼭 끊어야 한다.

3) 6개월까지는 적극 모유 수유를 한다.

4) 6개월부터는 이유식을 함께 시작한다 : 돌까지는 모유가 주식, 이유식이 간식이 되도록 한다.

5) 돌부터 2세까지는 이유식이 주식이 되고 모유가 간식이 될 수 있도록 한다.

6) 잠에서 깨서 울면 이미 늦은 거니가 잠에서 깨서 (울기 전에) 젖을 찾을 때쯤 바로 물려준다. 



14.

강의가 끝나고는 선물도 받았다. 내가 사려고 했던 구매 예정 품목에 있던 수유패드와 모유저장팩!!! 예아!!!

원래 사려고 했던 브랜드여서 더 좋았다. 한개 덜 살 수 있게 되었다. 헤헿ㅎ.

   

   

   



15.

모자보건실에 들렸다가 받은 건데 요건 뭐징... 알아봐야할듯!!

요가수업도 탐나고, 바느질과 문화수업도 무척 궁금하다. 그래그래 난 이런 게 하고싶었다고!! 흑흑 ㅠㅠ




16.

엄마의 초유는 과학의 발전이 대단한 이 시기에도 아직 다 밝혀내지 못할 정도로 대단하다고 한다.

아기에게 딱 맞는 맞춤젖이고, 온갖 좋은 것들을 다 줄 수 있으니, 꼭 꼭 꼭 먹여야지.

나는 울 엄마가 초유만 먹이고 그 다음부터는 분유수유를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꼭 완모하고 말것이다!!

모유수유는 최소 1년이상에서 2년까지가 좋다고 한다. 

임신 전(결혼 전)에 받았던 유선 초음파 검사에서 의사로부터 유선발달이 상위 3%라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사실 내심 자신있기도 하다. 유선 발달이 잘 되있으면 좋긴 좋지만 모유수유는 케바케라서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하니까.

그래도 다 잘될거야. 할 수 있을거야. 라는 생각으로 그냥 밀어붙여보련다.

이번 강의에서 모유수유는 의지의 차이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100일만 노력해보라고 하셨다.

나도, 신랑도, 라준이도 다같이 노력해서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다 잘 될것이리라.



17. 

추석 전에 조기진통도 오고 배도 자주 뭉쳤던 나는 더 이상 집 밖에 있는 건 무리라는 생각에 서둘러 택시 타고 귀가했다.

간만에 화장도 하고 좋았는데, 그럼 뭐해 몸이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얼른 집에 가서 눕고 싶었다.

2시간 강의 내내 앉아 있는 것도 꽤 힘들었고, 슬슬 배가 뭉치는 느낌이 있어서.. 흑흑...

아니나 다를까 어제 밤 그리고 새벽에 좀 배가 확실히 요 며칠보다 더 뭉치는 느낌이 왔다.

서둘러 집에 오길 잘했어! 물론, 집에 오는 길에 오랜만에 화장도 했고 하니 셀카 찍긴 했다. 헤헤헤헿

사실 강의 듣는 내내 출출해서 혼났다. 집에 오자마자 컵라면 하나에 밥까지 말아 먹었다.

   

   

   

   

   

'라준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6주 마지막날 / 출산 준비 / 산후도우미 신청  (2) 2015.11.25
36주 하루 앞두고  (0) 2015.11.18
30주 라준에게  (0) 2015.10.12
29주 라준이에게 쓰는 편지  (0) 2015.10.01
엄마의 일기  (0) 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