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준일기

임신 38주6일 이슬

1.

12월 8일 화요일(임신 38주 6일) 새벽 4시에 배가 어어어어어엄청 아파서 깼다.

헉헉 거리며 화장실 한번 다녀오고 물을 마시고 다시 누웠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다시 일어났다.

확인해보니 이게 이슬인가싶은 게 나왔다. 콧물같은 갈색빛의 피라고 들었는데

아주 콧물같은 점성은 아니었고 살짝 묽은 느낌이긴 했지만 이게 이슬이구나 싶었다.

이슬은 출산징조로 볼 수 있고 평균적으로 이슬을 보고 24시간에서 72시간 이내에 진통, 분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요 며칠(3일정도) 가진통의 세기가 강해서 자다가 아파서 자주 깼었고,

가진통이 5분에서 10분 사이로 불규칙적으로 꾸준히 있길래 얼마 안남았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이슬까지!

병원에 전화해보니, 5분 간격으로 아플 때 병원에 오라고 했는데 낮에는 가진통이 글케 심하지는 않아서 그냥 있다.

이제 정말 오늘내일 하고있다. 신랑은 언제라도 병원으로 올 수 있게 출근은 하지만서도 비상대기 상태로 지내고 있다.

오빠도 나도 정말 두근두근 하며 그제, 어제, 오늘이 지나가고 있다.


2.

너무 신기한게 오늘 새벽에 오랜만에 엄마 꿈을 꿨다.

엄마가 꿈에서 어휴 배좀봐 뚱뚱한거봐~ 이러는데 괜히 서운했다. 내 배가 뭐 어때서 뭐!

그러고서는 엄마가 쇼핑백같은거에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잘하라고, 곰탕 같은 건 좀 끓여먹었냐고 하는데

내가 괜히 엄마한테 화를 냈다. 엄마가 뭘 해줬냐고. 내가 곰탕 먹고싶어하고 그럴때 엄만 어디있었냐고.

내가 이렇게 아파할 때 엄마는 뭐했냐고. 막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서럽게 울고있는데 신랑이 "가자 자기야" 라고 하고 날 데려가려고 하면서 꿈에서 깼다.

헉헉 거리면서 꿈에서 깼는데 너무 서럽고 슬픈거야. 엄마도 보고싶고. 오랜만에 꿈에서 만났는데 화내는 내가 너무 밉고..

그렇게 한참을 누워서 서럽게 울었다. 엄마가 나 애기 잘 낳으라고 응원하러 꿈에 온 듯.


3.

아빠는 나랑 통화하는 거 귀찮아하면서 츤츤 거리시는 편인데, 요즘은 하루에 한번 이상 전화가 오곤 한다.

괜찮은지, 진통이 오지는 않는지, 양수가 터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가득하신 목소리다.

아빤 요즘 걱정이 가득해서 통화할 때마다 한숨소리가 섞여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빠 목소리 매일 듣는 거 좋다.

친정 부모 마음이 이런걸까 싶다. 진통 너무 힘든건데 아빤 네가 고생하지 말고 제왕절개 했으면 좋겠다더라.

예전에 내가 아빠한테 "아빠 나 병원 가면 바로 달려와줘야되~" 라고 얘기했었는데

그 때는 츤츤 거리시면서 "일하다말고 원주를 어떻게 가냐" 하셨는데

가현이한테 "가현아 언니 애기 낳고 나면 아빠랑 같이 애기 보러 와~" 라고 했더니

가현이가 "걱정하지마. 아빠가 언니 애기 낳기도 전에 도착할거야." 라고 하는 걸 보니 아빠도 비상대기중이신듯...ㅋㅋㅋㅋ

아빠가 이 나이에 벌써 할아버지가 된다고 투덜투덜 하시길래 우리 라준이 외할아버지 사랑 못받는건가 싶었는데

친구들 동창 모임에서 닉네임을 "할부지"로 쓰고 계신다는 얘기를 가현이 통해 들었다. 귀여운 우리 아빠.


4.

이제 이슬도 봤겠다, 라준이 만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도 산가방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가진통을 잘 확인하며 하루하루 보내는 중이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운동하면서 라준이 기다리고 있다. 쪼그려앉기 운동, 개구리 운동, 오리걸음 방걸레질 매일매일하고

신랑 퇴근 이후에는 1시간 정도 같이 걷기 운동하거나 계단 운동을 한다. (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손잡고 걸으며 밤 공기 맡기)

오늘 밤은 가진통이 진진통으로 바껴서 라준이를 만나러 병원에 갈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라준이가 나오려고 노력 중인 것 같아서 뭔가 대견스럽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라준이도 아마 나오려고 애쓰고 있겠지. 라준아 네가 힘내서 시작해주면 엄마도 같이 힘내서 라준이 나오게 할게!

우리 이제 곧 만나자. 사랑해요 우리 라준이. 화이팅!!!

'라준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주 수산후조리원 6박7일  (0) 2016.02.16
라준이 자연분만 출산후기  (0) 2015.12.13
38주  (0) 2015.12.06
37주  (0) 2015.12.01
36주 마지막날 / 출산 준비 / 산후도우미 신청  (2) 201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