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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준일기

38주

1.

어제 정기 진료를 하는 날이여서 병원에 다녀왔다. 

임신 38주로 라준이는 드디어 2.9~3.0kg이 되었다. 뿌듯... 만족... 기쁨...

늘 한주수 정도 작은 편이었던 우리 라준이 몸무게를 내심 걱정했었는데 이제야 내 맘이 평온해졌다.

지난주 37주때에 2.7kg밖에 안 나갔기에 한 주 동안 얼마나 늘었을까 300g이 늘었기를 바라면 욕심일까 하며 병원 갔는데

내 몸무게는 한 주 동안 하나도 안 쪘는데 우리 아가는 무럭무럭 컸다. 사실 예전부터 딱 3키로에 낳고싶었다.

나도 3.0kg으로 태어났고 우리 라준이도 딱 그정도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신 중기에 조산기가 좀 있어서 집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그랬던 거 생각하면 라준이에게 지금 너무 고맙다.

12월, 38주까지 이렇게 무럭무럭 조금씩 커준 우리 라준이. 너무 감사하고 예쁘다.


2.

임신 38주에 첫 내진을 했다. 37주에 병원 갔을 때 선생님이 "다음주에는 내진을 할거예요." 하셨었는데

인터넷 찾아보니 내진이 아프다는 얘기도 있고, 아무렇지 않다는 얘기도 있고, 한 주동안 얼마나 겁먹었는지!

내진이란 건 속골반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하고 자궁경부를 확인하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자궁이 얼마나 열렸는지 뭐 이런 걸 확인 하는 거라고 알고있다.

실제 진진통이 와서 병원에 갈 경우, 계속 내진을 하며 몇 퍼센트 진행되는지 확인한다고 하더라.

하여튼 내진을 엄청 겁 먹고 갔는데, 치마로 갈아입고 굴욕의자 앉아서 한 3분 안에 정말 금방 끝났다.

배에 힘 빼고 "하~~~~" 하라고 하셔서 그리했더니 뭐 아프거나 그렇진 않았고 그냥 좀 불편한 정도?

의사선생님이 하시는 내진은 괜찮은데 진통 중에 간호사샘이 해주시는 내진이 정말 헬이라고 하던데...

의사샘이 하는 내진이 그냥 커피면, 진통 중에 간호사샘이 하시는 내진은 티오피라더라... 그것도 벌써 걱정....


3.

내진 결과 속골반이 좁은 편이라고 했다. 자궁경부도 살짝 뒤쪽에 있어서 좀 힘들겠다고 하셨다.

친정 엄마가 자연분만 하셨냐고 물으셔서 "네, 엄청 힘들게요." 라고 대답했다.

역시 여자의 자궁은 엄마가 그대로 물려주는 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맞나보다. (그래서 그리 물어보신 게 아닐까?)

속골반이 좁은 편이라 아이가 더 많이 커지면 낳기가 더 어렵고 힘들어지니 지금 딱 낳아야 좋다고 하셨다.

3키로 초반까지가 딱 낳기 좋은 몸무게라고, 얼른 낳을 수 있게 운동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라준이는 아직 많이 안내려왔고 위에 있다고 하셨다. 양수도 적은데 위에서 뭐하고 놀고있는건지 우리 애기...ㅋㅋㅋㅋ

임신 중기까지만 해도 조산기니 뭐니 자궁경부길이가 너무 짧아져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임신 후기에는 폭풍 가진통도 느껴져서 걱정했었는데 이제 나올 때가 되니 왜이렇게 잠잠하고 조용한건지.

이 녀석 정말 지 멋대로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정말 인간, 그니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단 하나도 없다.


4.

울 신랑은 오래전부터 배에 대고 "라준아 12월 5일날 뽕 하고 나와~" 했었는데 라준이는 들어주지 않았다.

맘들 커뮤니티 카페같은데 보면 언제 나와달라고 날짜를 계속 얘기했더니 정말로 그 날짜에 진통이 왔다는 엄마들도 많던데

우리 라준이에에 더 많이 얘기했어야 하는건지, 라준이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임신 내내 엄마를 힘들게 하더니, 이제는 나와도 된다니까 어찌 이리 조용한지 우리 아들 생각을 엄마는 1도 모르겠다~

38주쯤, 3키로쯤으로 낳고싶었던 내 꿈은 이대로 무너지는 건지... 이젠 라준이를 안고싶다.


5.

2013년에 경희의료원 심장내과에서 미주신경성 실신 증상을 판정받았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있거나, 오래 서있거나,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할 때에

혈압이 갑자기 오르는데 뇌가 "너 지금 혈압이 높아! 혈압을 내려!" 라고 작동하여

뇌에 피가 다 전달 되기도 전에 혈압이 뚝 떨어져서 순간 저혈압이 50아래로 떨어지는 뭐 그런거다.

그러면 뇌까지 피가 전달이 안 되기 때문에 순간 핑~ 하면서 깜깜해지며 픽! 쓰러지는 그런 건데... 

요즘은 그런 증상을 거의 못 느꼈고, 약도 따로 먹지 않고 있다.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에 그 얘기를 했었고, 이번에 의사선생님이 그거에 대해 다시 확인하셨다.

요즘은 괜찮은지, 혹시나 진통중에 안좋거나 하면 바로 수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셨다.

까먹고있었는데 아차싶었다. 뭐 어쨌든, 나는 최대한 자연 진통으로 자연 분만을 노려볼거지만

하다가 내게 안 좋거나 라준이에게 안 좋은 상황이 생긴다면 제왕절개도 괜찮다.

어떻게 낳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잘 낳느냐가 중요하니까.


6.

운동을 열심히 해야된댄다. 쪼그려앉기 운동이나 짐볼을 통통 튀기는 운동, 걷기 운동, 계단 오르기 운동이 좋댄다.

쪼그려앉으면 동구녕이 아프다. 임신 이후에 아무래도 치핵이 생긴 것 같다.

사실 치핵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으나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아무래도 치핵에 가까운 듯 하다.

빨래 개거나, 방 걸레질 할 때, 앉아서 노트북할 때도 쪼그려 앉으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오래 쪼그려 앉아있으면 동구녕이 찢어질 것 같아서 못하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짐볼이 없으니 짐볼 운동은 못하고, 걷기 운동을 해야되는데 혼자 심심해서... 사실 귀찮다.

계단 오르기 운동은 참 어려운게 계단을 오르는 건 좋지만 내려가는 건 안 좋댄다. 뭐 어쩌라고....

어제 오늘 신랑이랑 동네 계단을 엄청 올랐다. 휴관중인 시립도서관이 있는데 거기 계단이 엄청 많았다.

게다가 반대편으로 내려올 수 있는데 반대편은 계단이 아니라 그냥 내리막길이라 완전 땡큐하며 운동했다.

쪼그려앉기, 걷기, 계단운동 다 좋다고 하는데 문제는 운동 하고나면 다리가 후덜덜... 몸이 축~ 

오늘은 걷다가 민트초코가 먹고싶어서 초코인데 민트가 들어간 음료를 찾으러 카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투썸플레이스,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등등 결국엔 엔제리너스에 갔는데 거기서 발견!! 이 맛이야!!!

민트화이트초코?를 시키고 휘핑크림 잔뜩 얹어서 뜨시게 들고 다니며 걸으니 참 좋더라.

임산부 운동이라고 해봤자 걷기운동에 계단오르기 정도라 뭐 힘든 건 아니라고 하지만...

몸도 너무 무겁고, 다리도 아프고... 한 번 하기가 말이 쉽지, 정말 쉽지가 않다!!

라준아, 엄마 운동하기 너무 힘들어~~~ 이제 뽕! 하고 나오자, 응응? ㅠㅠ

   

   

   

   


7.

나는 배가 많이 나온 편은 아니었고, 튼살도 조금 빨간 실선이 보이는 정도여서 크게 걱정을 안했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며칠 전에 배를 만지다가 오잉 이게 뭐지 하고 보니 튼살이!!!!!!!!!!!!!!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살이 터진 걸 확인했다. 그러고 엄청 울었다.

다른 친구들이 예쁜 옷입고 예쁘게 다닐 때에 나는 이렇게 못생긴 자국이 생겨버린건가 싶어서 괜히 서럽고 속상하고 우울했다.

살이 이렇게 트다니.. 임신 초기부터 가슴 아래쪽이 다 터졌고, 피부에 흉터 남듯이 남았는데 이젠 배까지...

인터넷에서 임산부 튼살 사진을 보고 설마 난 저렇게는 안되겠지 했었는데 이게 뭐야 이게 뭐야...

물론 아래 사진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하여튼 저런 식으로 튼살이 생겨버렸다. 

막달에 살도 많이 트고 그런다는데, 더 심해지지 않게 열심히 발라야겠다. 

어떤 임산부는 다리도 살 트고 그런다던데 그게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건지... 하....

   



8.

지선샘께 선물받은 엔젤키드 아기침대를 조립했다. 그동안 4명의 아기들의 소중한 잠자리가 되주었던 침대.

라준이에게도 평온한 밤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뚝딱뚝딱 조립을 했다.

신랑이 마트에서 사온 육각렌치로 조립했는데, 조립하고 보니 참 귀엽다.

이제 저 침대에, 빨아놓은 범퍼커버를 씌워서 범퍼 끼워주고, 지민으로부터 선물받은 깨끗한 아기이불을 깔아주면 끝!!

얼른 라준이가 저기 쏙! 들어가서 새근새근 잠들면 좋겠다. 이제 라준이가 우리집에 올 준비가 거의 다 되어가는 듯하다.

내 생각에만 그런건지, 뭐가 빠진 건 아닐지... 그래도 일단은 물품 정리도 어느정도됐고, 마음의 준비도 했다.

이제는 라준이가 뽕! 하고 건강하게 와주기만 하면 되겠다. 진통와라 진통와라 생각하는데 오늘 밤도 조용하려나?

38주 정기 진료가 마지막이기를 바라며, 다음 포스팅은 라준이 출산 이후 포스팅이 되면 좋겠다고 조용히 생각해본다...★

뭐... 물론... 라준이가 나오고 싶을 때 우리 곁에 와주는 게 제일 좋겠다만은...ㅠㅠ 넌 언제가 좋니 라준아ㅠㅠ 흐앙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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