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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들

24주 나날들

1. 

그저께 병원에 정기검진 다녀왔고, 좀 괜찮아진듯 했다. 특별히 문제 없다고. 다행이다.

우리 라준이는 성질머리가 급한지 왜 빨리 나오고 싶어서 그랬을까 싶었으나 다시 조금 올라온 듯 하여 기쁘다.

사실 좀 많이 미안하다. 라준이 생기고 나서 초반에 좀 쉬거나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결혼준비에 이사준비에..

라준보다는 내 생활을 영위하는데 바빴으니까. 배가 많이 나오지 않으니 실감도 잘 안나고,

그러다보니 라준이 편안한가 라는 생각을 거의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임당검사를 했다. 은근히 임당 검사를 하고 재검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인터넷 얘기에 살짝 쫄았음.

힘들고 힘든 금식을 하고 (무려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굶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을 먹고 검사 뿅! 오빠랑 둘다 독감 주사도 맞았다. 임당 검사 결과는 정상이라고 한다.

임당 검사란, 태아가 영양분을 많이 가져가려고 엄마를 당뇨에 걸리게 만드는 거라고 한다. 

그게 이어지면 산모는 당뇨에 걸리는 거라고 하는데, 아 어렵다. 하여튼 우리 라준이는 엄마 안괴롭혀서 예뻐용~ 우쭈쭈!




2. 

배가 제법 나왔다. 내 주변사람들은 여자의 몸은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운 D라인이다. 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막상 내 배가 나오는 입장으로서 사실 뭐 썩 그렇게 아름다워보이지는 않는다. 낯설고 이상하기만 하다.

암만 내가 뚱뚱한 시절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배가 가슴보다 나온 적은 없었는데, 지금 내 배는 가슴만큼 나왔다.

임신 후에 가슴도 더욱 커진 것을 감안하면 배가 많이 나왔구나 싶다. 사실 좀 걱정인 건 살이 디룩디룩 찌는 문제다.

이번에 병원 갔을때 보니 4주만에 3.5키로가 쪄있었다. 이럴수가... 4주에 2키로만 찌면 된다고 하셨었는데 이노무 식탐.

나는 임신 후에 식탐요정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계속 고픈 배를 못 참고 계속 먹어댔으니 걱정이 말이 아니다.

출산 후에 살이 쏙 빠지는 건 절대 아니라는 주변의 말들에 겁이 나고 그래서 병원을 다녀온 일요일 밤부터는 야식을 끊었다.

야식은 좀 참아보기로 했다. 다만 시리얼을 좀 샀다. 우유랑 같이 정 허기질 때는 이렇게 먹기로. 좋아.


3. 

나는 워낙에 아침을 안 먹으며 살아왔다. 엄마 살아계시고 같이 살때에도 맨날 먹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ㅋㅋㅋㅋ

우리 엄마나 나나 진짜 둘다 지독하리만큼 아침 잠이 많다. 그런데 울 신랑은 아침 챙겨먹는 스타일ㅠㅠ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나는 "아침을 꼭 차려줘야지!" 하는 신혼 생활의 도전 정신을 갖긴 했었으나 내가 그럼 그렇지.

지금 결혼하고 두달이 된 이 시점에서 나는 울 신랑에게 아침밥을 5번 해줬다. 정확히 5번.

우리는 같이 구글 캘린더 공유하기로 일정 공유도 하고, 기록도 하는데,

신랑은 내가 아침을 차려줄때마다 몇번째 아침인지 기록하더라. "5번째 아침밥 차려줌" 뭐 이런식으로...;;;

울 아빠한테도 혼났다. 신랑 일하러 나가는데 아침밥은 꼭 챙겨주라 하지 않았느냐고 도대체 왜 밥을 안챙겨주냐고!

사실 나도 아침밥 차려주려고 새벽같이 알람을 맞추는데... 알람소리를 못듣는 것을 우야노!!!!

원래 잠이 많은 터에, 임신 후에는 거의 잠귀신이 붙어서 하루에 절반을 잠을 자는데 쓰고 있다보니 참으로 답답ㅠㅠ

하여튼 가끔 아침 식사를 차리고 같이 앉아서 나는 비몽사몽, 신랑은 이미 출근 준비를 하고 앉아서 먹고 있으면

신랑은 "아~ 너무 좋다~ 내가 원하던 장면이야~" 라고 하고는 한다. 원하던 장면이라는 얘기를 되새겨보니 로망이었나 싶다.

또한 신랑은 꼭 빠짐없이 이런 말을 하는데 "자기도 아침 먹으니까 좋지?" 라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오빠네 학교가 이제 방학을 마치고 어제부러 개강에 들어갔다. 방학 기간 동안 3시에서 4시 사이에 퇴근하고 참 좋았다.

그럼 5시 전에는 집에 들어오고, 같이 놀다가 저녁 먹고 또 같이 놀다가 잠드는 게 진짜 재미났다.

집에 혼자있는 시간도 얼마 안되니까 그렇게 지루하거나 외롭지도 않았었다. 

방학 기간 중에 내가 오빠네 학교에 놀러갔을 때는 정말 학교가 휑~ 한게 썰렁했었다.

어느새 한달이 지나버려서 어제부로 개강을 했는데 오빤 엄청 피곤해한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래서 개강 첫날 아침을 차려주려 했었다. 근데 오빠가 학생들이 많아질거니까 엄청 엄청 일찍 출근을 할거라는 말에

쉽게 포기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 쉽게 포기하고 아침에 정신 못차리고 자고 있는데 부엌이 시끄러웠다.

잠시 후 오빠는 우유에 시리얼을 탄 것과 정말 맛있게 익은 반숙 계란후라이, 스팸 한조각을 구워다 줬다.

개강 첫날 신랑의 아침밥을 차려줘도 모자랄 판에 비몽사몽 아침부터 얻어먹고 있다니. (굳이 내 것까지 해주다니ㅋㅋㅋㅋ)

알고보니 출근할 때 타는 버스 시간대를 놓쳐서 시간이 좀 남아서 뭐 먹고 가려고 하셨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리 새벽이어도 오빠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차려줄 것을 하고 엄청 엄청 민망했다.


5. 

개강 첫날 고생하고 퇴근한 신랑을 위해 오빠가 좋아하는 카레와 가지 요리를 준비했다. (난 둘다 별로 그냥 그럼)

카레에 들어갈 채소 준비 등등 다 해놓고 오빠 퇴근하는 길에 집앞 정육점에서 고기만 좀 사다달라 했다.

음식 준비를 하며 조금 서있었더니 고기 사러 나갈 힘은 없어서... 오빠가 사온 고기로 카레를 슉슉 만들었다.

가지 튀김도 해봤는데 진짜 맛있었다. 나는 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가지를 사 본 역사가 별로 없다.

어머님이 가지를 많이 주셔서 가지가 냉장고에 몇개나 들어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주에 나랑 라준이가 상태가 안좋아져서

꼼짝도 못하고 주방엔 들어가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다보니 냉장고 속에서 가지가 흐물텅흐물텅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는 가지를 해치우자는 생각에 가지요리를 뭘로 할까 찾아보고 고민하다가 튀김!으로 결정했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는 게 튀김이니까 맛있겠지 하는 기대에 가지를 송송 썰고 밀가루 묻히고 계란물 묻히고 빵가루!

사실 집에 빵가루가 없는데, 지난번에 빵 먹고 싶어서 편의점에서 사왔다가 맛 없어서 안먹은 빵을 믹서로 갈아서 만들었다.

솔솔 다 묻힌 뒤에 기름 많이 넣은 팬에 입수 시켜줬다. 내 예상대로 진짜 맛있었다. 빠삭빠삭 아그작 아그작.

겉은 튀김이라 바삭바삭한데 안은 가지의 촉촉함. 오 이정도면 맨날 해먹겠다 싶었다. 번거로운 것만 빼면.

근데 오빠가 먹을 때 쯤에는 좀 흐물텅해져서 맛이 덜해졌다. 으어 내 필살 가지 튀김인데ㅠㅠ 

가지 좋아하는 신랑 주려고 만든 건데 나 혼자만 요리하면서 맛있게 먹고 신랑은 거의 별로... ㅋㅋㅋ실패;;


6. 

나날들 카테고리에 일기 처럼 쓰고 있는데 제목을 쓰긴 써야하는데 몇월며칠 뭐 이렇게 쓰긴 싫고 해서

임신 주수를 쓰고 나날들이라고 쓰고 있다. 근데 사실 임신 얘기가 주는 아니고 정말 그냥 내 일상 얘긴데싶다.

뭐 어때 제목이 뭐가 중요하냐 싶긴 한데, 아 여기서 새로운 발견은 그래도 내가 한주에 한번씩은 꾸준히 쓰고있다는 점.

더 자주 하면 좋을텐데 한주에 한번 꾸준히 쓰는 것도 대견해. 사실 내용은 그다지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고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것 뿐이지만 그래도 난 이런 내가 좋다.


7. 

지난주 내내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결혼과 임신 전에는 거울도 자주 보고, 화장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예쁜 옷에도 관심이 많던 나였는데 요즘 나는 정말 안 예뻐보였다. 이렇게 거울을 안봐도 되나 싶을정도로 안보게 되었다.

머리를 정말 열심히 길렀었는데 뒷 머리가 끊기는 게 느껴졌다. "상했구나!" 망했다는 생각과 이걸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전부터 숏컷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았는데 가끔은 그냥 가서 좀 확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을 가졌던 나였는데

어쩐지 길게 내려온 머리를 보니 자르기가 아까워졌다. 상한 것만 좀 쳐내면 되겠지 싶어서 집에서 머리를 만졌는데

쳐도 쳐도 상해있었다. 뒷머리 꽤 윗 부분이 상해있었나봄. 아니 근데 어쩐지 너무 서러운거였다.

내가 어떻게 기른 머리인데 임신 후에는 머리도 푸석해지고 못생겨지고 점점 나는 아줌마 같아지는 걸까 하는 생각에.

그냥 막 화딱지가 나서 눈물이 펑펑 나서 울어버렸다. 그러다 결국엔 미용실 가서 숏단발로 똑! 잘라버렸다.

기쁘고 좋은 마음, 설레는 마음 보다는 아쉽고 속상했다. 별로 후련하진 않았다. 

나중에 라준이 낳고서도 젊은 아가씨처럼 예뻐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지금 내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8. 

머리 자르고 내 기분이 별로 안 좋을 거라는 걸 나는 미리 알고있었다. 그래서 미용실 가기 전에 신랑한테 얘기했다.

"미용실 갔다가 우리 데이트 할까?" 머리하고 기분이 별로인 상태로 집에서 꽁기꽁기하게 조용히 있기 싫었다.

괜히 시끄러운 곳에 가고도 싶었고 바람도 쐬고 싶었다. 몸이 계속 안좋았어서 집에만 있었으니 더 나가고 싶었는지도!

그래서 생각난 곳은 원주에 있는 수변공원 이라는 곳이었다. 행구동에 있는데 버스 배차 간격이 80분. 미쳤나.

그냥 택시타고서 갔다. 무슨 높은 다리가 있고 저수진가 호순가 싶은 게 있었는데 물도 없었고 완전 별로.

그 옆쪽에는 물놀이장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들어가기 딱 좋은 높이였고, 실제로도 정말 많은 가족들이 와있었다.

날씨 좋은 일요일에 다들 집에 있기 아까웠나보다. 텐트, 돗자리, 도시락, 그리고 아이들, 아이들, 아이들...

"오빠 우리도 나중에 라준이 데리고 여기 와서 물놀이하자" 라고 했다. 사실 물이 깨끗해보이진 않았다.

그냥 어린이 수영장 같은거지 뭐.. 그래도 기분 내기엔 좋았다. 구리나 금곡만 해도 어린이 물놀이터가 정말 잘되있다.

하다못해 금곡 아빠네 집은 집 대문 바로 앞쪽에 물놀이터가 있는데, 미니 워터파크 같다. 나중에 라준이도 꼭 가자!

그 옆에는 자가 발전으로 움직이는 놀이기구들이 있었다. 직접 자전거 타듯이 해야 움직이는 놀이기구들. 재밌어보였음.

기후변화 홍보관과 기후변화대응교육연구센터가 있었다. 전시, 홍보,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듯 했다.

우리도 체험관 들어가서 박물관 둘러보듯 재밌게 구경하고 체험했다. 잘 만들어놨네 싶었고 참 시원했다. (열라 더웠음)

이 곳은 기후변화 적응 및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확산하기 위한 정보전달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했다. 

아이들을 데려와서 교육 하기에 참 좋을 것 같았다. 쉽고 재밌는 방법들로 잘 풀어내놓았으니.

   

   

   

   

   



9. 

부부 간에 같은 취미 생활이 있으면 좋다던데 우린 딱히 없었다. 내가 게임에 흥미도 없고, 같이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아직 라준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니 뭔가를 같이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첨엔 백두(화이트헤드) 선생 책을 한 강씩 읽고서 돌아가면서 요약 정리해서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해봤는데

일단 백두 선생 책은 넘 어렵다는 나의 머리 한계에 금방 도달했고 그럼 같이 뭔가를 할까? 하는 얘기가 오가다가

며칠전에 오빠가 같이 생활코딩을 배워보자 했다. 그게 뭐여 싶었다. 비전문가도 배울 수 있게끔 해놓은 사이트가 있었다.

오픈튜토리얼스라는 사이트였고, 짧게 짧게 설명을 한 동영상 강의 같았는데 정말 설명을 잘 하더라.

어떻게 저렇게 딱딱 간결하고 확실하게 설명해주는지 동영상 보면서 이해가 쏙쏙! 재미있었다.

오빠는 진짜 엄청 엄청 재미있어한다. 따라하면서 뭐 깔아보기도 하고. 나도 재밌긴 한데 아직 그정도는 아님..

뭔가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건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다. 신랑과 같이 할 수 있다니 더 즐겁고!

밤마다 몇강씩 계속 같이 하자 라는 얘기로 우린 노트북을 TV화면에 연결해서 같이 공부한다. 즐거움!

나는 신랑의 이런 모습이 참 멋지다. 정보, 지식에 대한 욕심? 욕구?가 높은 사람이다.

괜찮은 정보가 있으면 흡수하려 하고, 엄청 찾아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다.

직업상담사가 왠 생활코딩?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빠가 코딩을 배우고 싶은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 점이 참 멋지다. 한 자리에 고여있지 않고 계속 자기 커리어를 개발해나가고 이어나가려는 당신이 참 멋지다.

그에 반해 나는 사실 그런 욕심이 많지 않다보니 그런 모습을 볼때 기죽기도 한다. 근데 나는 신랑이 아니기에!

그의 모습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다만 나까지 그럴 수 없기도 하다는 건 분명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 

요즘 새로 보게 된 프로그램이 있는데, 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이다. 여러가지 시즌이 있는 걸로 알고있는데

지금 보고 있는 편은 2014년에 방송했던 시즌 3 "블랙가넷" 이라는 편이다. 지금까지 4회 정도 봤는데 개꿀잼!!!

세상에 머리 좋은 사람이 참 많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방송이다. 출연자들이 머리 쓰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와 저렇게 머리좋은 사람이 잘못된 방향으로 머리 쓴다고 생각하면 진짜 무섭다 싶을 정도였다.

매 회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한명씩 탈락이 되는데, 오빠랑 나랑 같이 앉아서 그 게임을 보면서 추측하기도 하고

"아휴~ 바보!" 이러면서 보기도 한다. 막상 우리가 나가면 초스피드 탈락일거면서 누가 누굴 바보라고 하냐만은...ㅋㅋㅋ

나는 더 지니어스를 보면서 저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제작진은 얼마나 머리가 아팠을까 싶었다. 

여러가지 변수, 경우의 수를 미리 예측하고 판을 짜놔야 하는건데 출연진 보다 적어도 머리 하나는 위에 있어야 할테니까.

티비 방송을 보면서도 그냥 그저 깔깔깔 웃고만 있는 게 아니라 제작진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나를 바라보며 느낀건데

나는 역시 출연보다는 무대 뒤가 좋은가보다.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이긴 하지만 나는 내가 나서서 뭔가 하는 편 보다는

뒤에서 계획하고, 만들고, 꾸며내는 그런 역할이 좋은가보다 싶다. 


11. 

겨울에 태어날 라준이의 겨울 모자를 직접 떠주고 싶어서 뜨개질 실을 사왔었는데 아직 진도가 안나가고 있다.

왜이렇게 어려운지, 내 손이 정말 고자인지, 대바늘 뜨개질을 하려고 하는데 뭐가 뭔지 해도 해도 모르겠다.

분명 제대로 하고 있었는데 코가 빠지고 수가 줄어들고 환장하겄다.

우리 아가한테 엄마가 직접 만든 예쁜 모자를 씌워주고 싶은데 이게 참 마음 따로 몸 따로 손 따로... 총체적 난국임ㅋㅋㅋ

나는 이렇게 뭔가 만들고 만지작 거리는 거에 흥미가 무척 큰 편이다. 사실 미싱도 배우고 싶다.

천을 떼다가 미싱으로 박고 예쁜 라준이 옷도 만들고 싶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신랑 옷도 만들고 싶고,

아기자기한 가방들 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만들어내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자신 없기도 하다.

늘 나는 뭔가 만지려는 욕심에 비해 성과물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손이 고자인가 정말. 똥 손.

뜨개질은 올해 안에 얼른 맘잡고 배워야지. 인터넷 보니 잘 나와있던데 봐도 모르겠는 걸 보니 나는 멍청한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계속 해봐야지. 그리고 미싱도 언젠가는 꼭 배워야지. 울 할머니네 집에서 한번 해봤는데 생각보다 쉬워서 놀랬다.

내년에는 라준이와 함께하는 첫 해라 정신이 없을 것 같으니, 내후년쯤에는 중고로 조그만 미싱 기계를 하나 사봐야지. 

그래서 예쁜 것들을 만들어내서 주변에 선물도 하고, 우리 라준이도 주고 그러고싶다. 

더 나아가서는 작은 공방을 차리고 인터넷으로 판매를 하는 것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손들은 좋겠다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나는 누가 나한테 공방을 차려줄테니 팔아라 해도 만들 수가 없쟈나.


12. 

끄적 끄적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끄적끄적거림.

요즘 내 삶에서 라준이만큼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또 없기에 그림은 주로 라준이와 관련 되 있었다.

겨울에 태어날 라준이를 생각하니 겨울 나무가 떠올라서 겨울 나무를 그렸고, 

엄마 뱃속에서의 라준이는 편안할까 싶다가 라준이 성을 그려줬다. 

그림을 그리다가도 왜 나는 그림 그리는 센스도 없는걸까 나는 잘 하는 게 뭘까 도대체라는 생각에 힘들었다.

가슴 속에 있는 에너지들을 그림으로 표현해낼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싶다. 머리 말고 가슴.

머리에서 나오는 그림들은 결국 나도 모르게 내 손에서 제한이 걸려버린다. "이건 좀 아닌데. 이런게 어딨어." 뭐 이런식으로.

다른 사람의 그림들을 베끼게 되기도 하고, 어디서 봤던 그림이 내 머릿 속에 있다가 비슷하게 나와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이게 아니야! 이건 내 그림이 아니야!" 싶다. 못 그려도 좋으니 나만의 그림이 좋은 것 같다.

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해보이고 멋져보이고 부럽기도 하다. 

뭐 내가 그림을 잘 그리려고 그리는 것도 아니고, 미대를 가야하는 것도 아니고, 그림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뭐랄까 굳이 말하자면 그림 태교?를 하는 거니까. 그냥 손 가는대로 끄적끄적 꼼지락꼼지락.

귀엽다. 끄적끄적. 꼼지락꼼지락. 우리 라준이 같네.

   

   

   

↗ 신랑이랑 같이 그린 라준이..ㅋㅋㅋㅋ초음파 사진이랑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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